[오병상의 코멘터리] 임기말 문재인..종전선언 물건너갔다

오병상 2021. 10. 27.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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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종전선언을 이뤄내면 비핵화 진전과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촉구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가 두번째다. [뉴스1]

미국, 사실상 반대입장 밝혀


무리한 대북정책 되돌아봐야

1. 문재인 대통령이 공들여온 ‘종전선언’이 물 건너간 것으로 보입니다.
26일(미국시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종전선언을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한국과 이견 있다’고 밝혔습니다.
‘(종전선언과 관련해) 정확한 순서(sequence)ㆍ시기(timing)ㆍ조건(conditions)에 대해 한국과 이견(different perspectives)이 있을 수 있다.’

2. 설리번은 이어 외교적 수사를 덧붙였습니다. ‘핵심 전략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같이 하고 있다’고..
달라진 건..이견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입니다. 3가지 핵심 포인트까지 언급했습니다. 종전선언의 순서와 시기와 조건..사실상 종전선언의 거의 모든 면에서 이견이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3. 문재인 대통령은 종전선언에 진정 진심인가 봅니다.
2018년 4ㆍ27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판문점선언’에서 ‘2018년내 종전선언’에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휴전협정 당사자는 남한이 아니라 미국입니다. 그래서 문재인은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설득했습니다. 6ㆍ12 북미정상 싱가폴 회담에서 종전선언 일보직전까지 갔습니다만..결국 회담자체가 파탄 났습니다.

4. 문재인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북과 미국 중국까지 합의한 종전선언을 하고싶어 합니다. 그래서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다시 종전선언을 주장했습니다. 이후 한국외교력은 종전선언에 총동원된 듯합니다.

5. 문제는..미국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2018년 싱가폴 회담을 준비하던 당시에도 미국 외교(폼페이오 국무장관) 국방(던포드 합찹의장)은 물론 백악관 참모(볼턴 안보보좌관)까지 반대했습니다. 트럼프만 ‘멋있는 이벤트’로 생각했답니다. 당시 트럼프의 마음을 바꾼 사람은 절친 아베 일본총리였다고 합니다. (볼턴 회고록에 따르면)

6. 기본적으로 ‘종전선언’에 대한 시각의 차이가 큽니다.
문재인은 종전선언에 대해 ‘북한 비핵화 협상으로 들어가는 입구’라고 주장합니다. ‘정치적 선언’이기에 별 부작용이나 부담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하면 취소할 수도 있다고..

7. 미국은 이런 문재인의 생각을 ‘나이브(naive)’하다고 생각합니다. 좋게 말해 ‘순진하다’ 나쁘게는 ‘잘 속는다’입니다.
미국 외교전문가들은 대부분..종전선언의 국제법적 효과나 구속력, 국제정치적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종전선언을 할 경우..6ㆍ25 휴전협정에 따른 유엔사령부의 존재근거가 애매해집니다.
북한에 주한미군 철수 빌미를 줍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대는 상황에서 도발을 용납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8. 흥미로운 대목은 ‘북한도 종전선언에 관심 없다’는 볼턴의 주장입니다.
‘처음에는 종전선언이 북한 아이디어인 줄 알았다..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바라는 것으로 보며, 자신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볼턴 회고록)

9. 지난달 문재인의 유엔연설에 대해 김여정이 ‘흥미 있는 제안’이란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국 정부관계자들은 ‘북한의 호응’이라고 반색했지만..단서가 달려 있습니다. ‘먼저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사흘뒤인 9월27일 김성 유엔대사는‘군사연습과 각종 전략무기 투입을 영구중지하는 것으로 적대시 정책포기의 첫걸을음 떼어야 한다’고 연설했습니다. 종전선언을 정치선전꺼리 정도로 생각하는 듯합니다.

10. 문재인은 26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회동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대통령’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사실상 반대하는 종전선언을 서둘러 밀어붙이는 건 임기말 대통령과 맞지 않습니다. 그간의 시행착오를 차분히 되돌아보며 마무리해야할 때가 되었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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