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국가장'에도 盧 조문 안해.."예우와 진보진영 절충한 것"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별세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5ㆍ18 민주화운동 강제 진압과 12ㆍ12 군사쿠데타 등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 88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북방정책 추진,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등 성과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 내용을 전하며 “(문 대통령이)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문하지 않기로 했다. 역대로 현직 대통령들은 전직 대통령 서거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직접 조문하거나 영결식에 참석해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 “28일 시작되는 유럽 순방 일정과 이날 오후에 진행되는 중요한 다자 정상회의 등을 고려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직접 조문을 하지 않는데 대한 (내부)이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여권 인사들 사이에선 장례를 국가장으로 하면서도 문 대통령이 조문을 하지 않기로 한 배경과 관련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말이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까지 국가장을 할지와 대통령의 조문 여부를 놓고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는데, 이날 오전 청와대 회의부터는 반대 의견이 사라졌다”며 “밤새 문 대통령의 결정이 이뤄져 공유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국립묘지 안장과 관련해선 마지막까지 찬반 의견이 갈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장례 절차에 대한 결론을 내기 직전까지 유족들과 직접 관련 논의를 했다. 유족들 모두의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오전 영국에서 귀국한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의 의견까지 들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재헌씨를 비롯한 유족들은 장지(葬地)와 관련해선 국립묘지보다 노 전 대통령의 성과와 관련이 있는 파주를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다만 장지에 대해서는 유족들이 직접 의사를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 공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노재헌 씨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현충원 안장도 명예스럽지만 유족은 고인께서 인연이 있고 평소에 갖고 계셨던 북방정책 또는 남북한 평화통일 의지를 담아 파주 쪽으로 묻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며 파주 통일동산을 장지로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유족들은 지난 6월 파주시를 방문해 통일동산 인근을 장지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당시 파주시는 “통일동산이 관광특구로 지정돼 장묘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장으로 예우를 갖추는 장례를 진행한다는 결정이 내려진 상태”라며 “파주시 역시 유족들의 뜻을 반영해 관련된 절차가 무리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청와대가 긍정적 방향의 의견을 밝힌만큼 파주 통일동산이 장지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여권의 고위 인사는 “이날 결정된 장례 관련 사안들은 노 전 대통령을 예우한다는 국민통합의 메시지와 함께 이에 반대하는 호남 및 진보진영의 입장을 함께 고려한 절충적 성격이 있다”며 “다행히 유족들도 이런 상황을 알기 때문에 처음부터 국립묘지가 아닌 파주 통일동산에 고인을 모시려고 했던 것 같다”고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조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청와대에선 유영민 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이 문 대통령을 대신해 빈소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참모들의 조문에 앞서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국가장 기간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에 참석한다. 귀국일은 30일로 예정된 영결식 이후인 다음달 5일이다. 유영민 실장은 “28일 출국 전 문 대통령의 조문은 물리적으로 어렵고, 장례가 끝난 뒤 귀국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대통령의 빈소 방문 계획은 없다”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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