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안 친해" 송두환 말에..국감장, 김영란법 치고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위한 ‘무료 변론’이 국회에서 다시 논란이 됐다. 27일 국가인권위원회 등을 상대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다. 지난해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상고심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던 송두환 인권위원장을 가운데 두고 여야는 부정청탁방지법(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공방을 펼쳤다. 율사 출신들이 줄줄이 등판하며 국감장은 법정을 방불케 했다.
공방은 송 위원장이 무료 변론 경위에 대해 “이재명 경기지사 본인으로부터 (무료 변론 요청) 전화를 받았다”며 “그때 전화 통화도 난생 처음했다”고 설명하면서 불붙었다. 송 위원장의 답변이 지난 20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밝힌 김영란법 위반 예외 사유와는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전 위원장은 “규정이나 관행, 정해진 기준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변호를) 했다면 그 자체로 금품수수 등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면서도 “지인이나 친구, 아주 가까운 사람의 경우 무료로 변호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 자체로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생면부지면 법 위반” vs “예외 사유 해당”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생면부지의 사람이기는 하나 경기도지사라는 믿을 만한 공직자여서 신뢰를 갖고 승낙한 것이냐”라고 묻자 송 위원장은 “그거보다는 민변 후배회원이라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김영란법 위반 소지에 대한 이 의원의 계속된 지적에도 송 위원장은 “민변 후배회원으로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는 어떤 후배 변호사라고 하는 것이었고, 개인적인 접촉ㆍ교류 이런 것은 일체 없었으니까 일반적으로 친한 사이라고 하는 표현과는 조금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출신인 송 위원장의 답변 의도는 오후에 드러났다. 판사출신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김영란법 8조 3항 5호의 예외사유를 거론하며 “같은 민변 소속으로 같은 뜻을 위해서 지역은 다르지만 활동해 왔던 건 아니냐”고 물었고 송 위원장은 “그렇다”고 반응했다.
김 의원이 거론한 조항은 공직자와 직원상조회ㆍ동호인회ㆍ동창회ㆍ향우회ㆍ친목회ㆍ종교단체ㆍ사회단체에 함께 속한 구성원 등 특별히 장기적ㆍ지속적인 친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질병ㆍ재난 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금품은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사적으로 친하진 않았어도 민변에 함께 소속돼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이 예외에 해당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송 위원장의 항변 취지인 셈이다. 송 위원장은 같은 조항 8호의 예외 사유(그 밖에 다른 법령ㆍ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도 거론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권익위원장이 말한 지인, 친구, 아주 가까운 사람의 경우는 아니죠”라고 묻자 송 위원장은 “그렇다”고 답했지만 “(그러면) 청탁금지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송 위원장은 “권익위원장의 표현은 제 경우하고는 안 맞는 것 같다”며 “그것과는 별개로 저는 5호에 적힌 사유와 8호에 적힌 사유의 적용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이름값 100만원 넘어” vs “보수 받을 일 아니라 생각”
민주당은 송 위원장에게 법률 위반의 고의가 없다는 점을 부각했다. 판사 출신인 이수진 의원(동작을)은 “헌법재판관 퇴임 후 자문의 경우엔 50만 원도 받았고 소송대리는 80만 원도 있다”며 “(이 후보 사건) 민변의 공익사건이고 민변활동을 열심히 한 이 후보라서 민변회장 출신으로서 연명만 해줬기 때문에 양심상 (돈을 받을) 명분이 없다고 생각해 부정청탁금지법에 위반된다는 생각조차 한 적 없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송 위원장은 “보수를 청구할 만한 일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호응했다.
송 위원장이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린 행위가 100만원 넘는 가치가 있는지도 쟁점이 됐다. ‘공직자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ㆍ후원ㆍ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8조 1항)는 김영란법 규정 때문이다. 이를 위반하는 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범죄다.
역시 판사출신인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년 간 (송 위원장이) 수임한 것 중 100만원 미만은 단 두 건”이라며 “위원장님같은 경력의 소유자가 상고이유서를 초안을 검토를 하고, 거기에 참여했다는 것은 100만원 초과의 그러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장혁 기자ㆍ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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