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희서 "콘텐츠 소비 방식 변화..국경은 없다"
배우 최희서 인터뷰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서울 충무로 한 장소에서 진행된 첫 대본리딩. 배우 최희서가 한일 제작진과 처음 만나던 날에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한국영화 최초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은 대륙 너머 미국에서 외쳤다. "1인치의 자막을 넘으면 큰 세계를 만날 수 있다"고. 국경의 장벽을 가르고 마주한 양국 제작진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온 소감이었다.
최희서는 최근 진행된 영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감독 이시이 유야) 비대면 인터뷰에서 "한일 양국 배우가 만나 가족이 됐다"며 "소중하고 이색적인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서로 다른 마음의 상처를 가진 일본과 한국의 가족이 서울에서 우연처럼 만나, 운명 같은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최희서는 한때는 잘나가던 아이돌 출신 무명가수로 현재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여자 솔을 연기한다.
'행복한 사전', '이별까지 7일',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등을 연출한 이시이 유야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영화는 3년간의 철저한 프리 프로덕션 끝에 한국 스태프와 국내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했다. 일본 배우 이케마츠 소스케, 오다기리 죠와 김민재, 김예은 등이 출연한다.
최희서는 일본의 젊은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시이 유야 감독의 러브콜에 기뻤다고 했다. "제가 익히 알고 있던, 좋아하는 감독으로부터 받은 시나리오라 좋은 마음으로 읽게 됐다. 조금 낯선 느낌이 들어 원문(일본어)으로 받아서 읽었는데 더 좋았다. 이케마츠 소스케와 오다기리 조가 출연을 논의 중이라는 말에 더욱 기쁘게 참여하게 됐다."
앞서 최희서는 2017년 개봉한 영화 '박열'(감독 이준익)에서 일본인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아 일본어 연기를 소화한 바 있다. 이번 영화에는 번역에도 참여했다. 그는 "번역본이 아쉬웠다. 시적인 표현이 잘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에 초벌 번역된 시나리오를 다듬었다. 이런 작업을 '동주', '박열'에서 몇 번 해봤다. 다시 안 할 줄 알았는데 또 하고 있더라"며 웃었다.
배우 3명, 감독을 포함한 일본인 제작진은 5명. 이를 제외한 스태프 전원이 국내 제작진으로 꾸려졌다. 최희서는 "새로운 시점의 한국영화 같았다"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각본과 연출을 이시이 유야 감독님이 맡았기에, 일본인 연출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강릉의 모습이 독특했다. 국내 올 로케이션 촬영이라 그런지 일본영화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독특한 한국영화라고 생각한다. 한국 문화와 콘텐츠를 향한 일본 영화인들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영화계 교류가 활발해지는 분위기이다. 일본 영화인들과 국경을 넘어 교감하며 배우로 느낀 바 남다를 터. 최희서는 "일본인 감독, 배우들과 함께했다는 것이 운명처럼 다가왔다"며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전체 대본 리딩을 충무로에서 했다. 충무로는 영화를 만드는 곳이자, 내겐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이다. '박열' 때 이준익 감독님 사무실도 충무로였다.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첫 리딩 날,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시작 전에 '기생충'이 4관왕에 올랐다는 뉴스를 접했다. 봉준호 감독님이 '1인치의 자막만 넘으면 큰 세계를 만날 수 있다'고 소감을 말한 기사를 본 후 리딩에 들어갔다. 한국영화사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날에 일본 감독, 배우들과 함께하는 작업이 운명처럼 다가왔다."
최희서는 배우로서 자신감도 얻었다고 했다.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늘어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다양해지며 보고 싶은 영화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콘텐츠에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분위기이다 보니 내가 찍는 작품이 어느 나라 관객에게 선보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콘텐츠에 국경이 없어졌구나. 예전에는 불가능 했는데 이제 가능하다. 참 좋은 시대에 사는 배우는 생각이 든다."
데뷔 당시, 최희서는 5개 국어를 구사한다는 재능으로 주목받았다. 이를 언급하자 그는 "이 부분은 조금 정정하고 싶다. 예전에 나를 알리는 과정에서 조금 포장된 것 같다"며 말을 이었다. "한국어, 일본어, 영어를 구사할 수 있지만 5개 국어는 아니다. 아직 외국어 연기는 부족하다. 하지만 큰 장점이라는 걸 안다. 장점을 살려서 앞으로 더 많은 콘텐츠에 도전하고 싶고, 세계 관객과도 만나고 싶다."
최희서는 이달 초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언프레임드 프로젝트 감독으로 초청돼 참석했다. 단편 영화 '반디'의 감독으로 영화제를 찾은 관객과 만난 소감을 물었다.
"언프레임드 프로젝트에 감독으로 함께 참여한 손석구가 저와 가장 친한 배우다. 가끔 전화를 뜬금없이 하는데 어느 날 내게 단편을 같이 찍자며 연출을 하게 됐는데 같이 하자고 하더라. 당연히 배우로 출연해달라는 줄 알고 하겠다고 했는데 배우가 각자의 작품을 연출하는 거였다. 이제훈이 차린 제작사에 관해서도 알고 있었고, 이제훈, 박정민과도 친하다 보니 같이 하게 됐다.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들고 처음으로 영화제에 참석했다.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부담과 긴장감이 들었다. 12월에 왓챠에서 공개되니 많이 봐달라."
감독 최희서로 계속 소통할 수 있을까. 그는 "언젠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긴다면 연출을 또 할 거 같다"며 "말로 할 수 없지만 통하는 감정들, 표현할 수 없지만 하고픈 말들을 작품에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희서는 다음달 12일 첫 방송되는 SBS 새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에도 출연한다. 이미 촬영을 시작했으며 배우 송혜교, 박효주 등과 돈독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배우들과 호흡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정말 친해졌다. 작품을 통해 진짜 가족이 됐다. 극장과 안방에서 인사드리는 감사한 연말이 될 것 같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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