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다큐·단막극에 담은 새 시도..KBS가 모색하는 돌파구
AR 기술 돋보이는 다큐멘터리 '키스더유니버스'로 흥미
KBS는 올해 국정감사장에서 “왜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냐”는 다소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방송 콘텐츠 제작에 대해, 그리고 공영방송의 방향에 대해 조금만 알아보고 고민했더라면 나올 수 없는 질문이다. KBS는 오히려 단막극과 다큐멘터리 대중성을 높이는 작업을 이어가는 등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노력 중임을 현재 보여주고 있다.
KBS2 ‘드라마 스페셜’의 올해 키워드는 도전이다. KBS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영화 프로젝트인 ‘TV 시네마’를 통해 새로운 소재와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사회의 현실과 미래를 담은 신선한 소재를 각기 다른 형식에 담아내는 것으로, 이번 ‘드라마 스페셜 2021’은 90분 편성의 TV 시네마 4편과 단막극 6편으로 구성된다.
TV시네마 첫 번째 주자인 ‘희수’의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최상열 PD는 “TV시네마가 뭐냐고 물으시면, 정확하게 합의를 하진 않았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답은 이거다. 요즘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굉장히 높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도 있고, 코로나19로 영화계 인력이 대거 드라마로 오고 있기도 하고, 여러모로 좋은 작품이 나와 눈높이가 높아졌다. 그것에 부응하고자 하는 KBS 단막극의 노력이다. 어떻게 보면 몸부림이라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부응하듯, ‘희수’는 딸을 잃은 부모가 VR로 죽은 딸을 복원시켜 파국으로 치닫는 내용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며 신선함과 높은 완성도를 모두 보여줬다. 퀄리티에 대한 질문을 받자 “퀄리티는 결국 돈이 중요한데, 이번 단막극들이 기존 단막극에 비해 훨씬 많은 예산이 투입된 것은 맞지만, 다른 미니 시리즈 드라마 한 편의 제작비, 독립영화 제작비와 비교해도 크게 많은 예산이 투입된 건 아니”라고 말한 최 PD의 답변처럼 극 중 가상현실을 스펙터클하게 구성해 보는 맛을 느끼게 한 작품은 물론 아니었다.
그럼에도 딸을 잃은 엄마의 절절한 모성애와 이것이 변질되며 파국으로 치다는 과정, 그 속에서 눈을 뗄 수 없는 반전들을 선사하며 SF 스릴러의 묘미를 보여줬다. 예산의 한계를 장르적 신선함과 이를 뒷받침하는 탄탄한 서사로 극복하며 TV시네마의 첫발을 안정적으로 뗐다. 앞서 영화관과 웨이브를 통해 먼저 공개된 TV시네마의 ‘F20’이 조현병에 대한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으나, ‘희수’를 통해 TV시네마의 의도만큼은 전달이 될 수 있었다.
‘차마고도’, ‘누들로드’, ‘순례’, ‘슈퍼피쉬’ 등 다큐멘터리 대작을 꾸준히 선보였던 KBS는 제작 기간만 2년이 걸린 다큐멘터리 ‘키스더유니버스’를 통해서도 대중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키스더유니버스’는 3부작 우주 다큐멘터리로, 직접 가볼 수 없는 우주 공간을 AR 테크놀로지로 대형 무대에 구현한 것이 특징인 작품이다. 마치 공연을 즐기듯 몰입하고 체험하는 가운데, 경이로운 우주의 비밀을 차근차근 풀어낸다.
앞서 제작발표회 당시 나원식 PD는 “이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넘기 힘든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전작들과 좀 차별화가 되면서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고민의 결과가 전통적인 다큐멘터리가 아닌, 실제 무대에서 프리젠터가 AR 캐릭터를 통해 대중적이면서도 흥미롭게 빠져들 수 있는 방식을 구현했다”고 설명했었다.
설명과 같이 ‘키스더유니버스’는 생생하게 구현된 공룡을 통해 보는 맛을 더하고, 프리젠터 주지훈이 공룡과 호흡을 맞추듯 연기하며 이야기를 전개해 흥미를 자아냈다. 동시에 우주적 존재인 인간에 대한 진지한 고찰까지 더하며 방대한 스케일과 서사 모두를 충족할 수 있게 한다.
지난 1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양승동 사장에게 ‘오징어 게임’을 봤는지 물으며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KBS가 그런 역할을 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작품은 우리가 만드는데 큰돈은 미국(넷플릭스)이 다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KBS는 왜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KBS는 수신료를 받고 있으면서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만한 양질의 콘텐츠를 충분히 제작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겠지만, KBS와 넷플릭스 각자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적절한 지적은 아니었다는 반응들이 이어졌었다. 양 사장 또한 “‘오징어 게임’은 KBS 같은 지상파가 제작할 수 없는 수위의 작품이다. KBS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었다.
양 사장의 말처럼 KBS는 최근 KBS가 할 수 있는, 또 해야 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변화에 발을 맞추는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시도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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