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열풍에 두바이 '핫플'된 한국관
주차장에서 내려 엑스포장까지 불과 400m 남짓 걷는 와중에도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 맺혔다. 지난 23일 찾은 ‘2020 두바이 엑스포’ 행사장은 낮 최고 기온 35도까지 치솟은 더위 속에서도 각국에서 온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1년 늦게 개장한 엑스포장은 월드컵 경기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거대한 돔부터 국립현대미술관 같이 생긴 전시관까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양한 건축물들이 즐비했다. 틀에 박힌 전시관에서 안내문을 읽어도 이해가 될 듯 말 듯 하던 지루한 전시회를 예상했는데 시작부터 반전이었다.
멀리서 보면 예술가 백남준의 전시 작품처럼 생긴 1597개의 스핀 큐브(회전하는 육면체)로 된 외관을 자랑하는 한국관 입구에는 찌는 듯한 더위에서도 외국인 관람객 수십 명이 관람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지하 1층, 지상 3층 총면적 4651㎡ 규모로 전체 191개 국가관 중 5번째로 큰 한국관은 ‘스마트 코리아, 한국이 선사하는 무한한 세상’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대부분 공간이 개방된 구조였다.
틀에 박힌 안내 인쇄물 대신 관람객에게는 스마트폰과 똑같이 생긴 ‘모바일 디바이스’가 지급됐다. 이 디바이스 안내에 따라 2~3층까지 이어진 한국관 외곽 복도를 걷다 보면 드론 택시 등 한국 기업들이 개발 중인 미래 모빌리티 기술이 마치 내 카메라 앞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증강현실(AR)을 활용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문 시도였다.
한국관에서는 곳곳에서 한국인의 역동성을 엿볼 수 있다. 1층부터 마치 대형 콘서트 무대처럼 뻥 뚫린 마당이 자리해 있다. 이곳에선 점심시간과 저녁 시간을 제외하고 매시간 정각에 사물놀이와 비보이 등이 접목된 공연이 이뤄진다. 10분 남짓한 공연이 끝나자 공연자들의 이마는 땀 범벅이 됐는데 단순히 더운 날씨 탓은 아닌 듯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소개된 달고나 뽑기나 딱지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한국 놀이 시현 이벤트에도 외국인들의 참여 열기가 뜨겁다. 지난 1일 개관한 한국관의 누적 방문객 수는 10만명에 달한다.
‘마음의 연결, 새로운 미래의 창조’라는 두바이 엑스포 주제에 맞게 각국 전시관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국의 기술 역량과 미래 비전 등을 선보였다. 흡사 멀리서 보면 거대한 해파리같이 생긴 이탈리아관에는 폐플라스틱 등을 모아 이은 길이 70㎞의 줄이 천장과 바닥을 끊임없이 이으며 연결돼 있었다. 이곳에는 3D 프린터로 제작된 높이 5m 다비드상(미켈란젤로)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원본을 40시간 동안 디지털로 정밀 스캔한 뒤 작은 흠집 하나까지 잡아내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관람객들은 다비드상의 허리 위 상체만 볼 수 있다. 나체 공개를 금기시하는 아랍에미리트(UAE) 이슬람 문화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신재생 에너지 대국인 독일은 다양한 재생에너지 관련 전시물을 선보였다. 입장과 동시에 자신의 이름과 국적 등의 정보가 담긴 전자이름표를 받는데, 이것을 착용하고 전광판 앞에 서면 관람객 나라의 신재생 발전 비율이 전광판에 나타나는 전시도 있었다. 독일인이 섰을 때 48%로 나타났던 ‘재생발전비율(Total renewable)’은 기자가 다가서자 2.2%로 급감했다. UAE 현지인이 전광판 앞에 서자 이 비율은 0.3%로 더 줄었다. 독일관 건물 외관에는 ‘캠퍼스 독일(Campus Germany)’이란 글귀가 적혔는데 전시관 곳곳에서 교육와 놀이를 접목한 ‘에듀테인먼트’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미래라는 인식이 돋보였다.
러시아관에서는 메인 전시관 한편에 2030년 모스크바 엑스포 유치 추진을 홍보하는 부스가 눈에 띄었다. ‘남의 잔치 와서 내 청첩장 돌리는 격’이라는 비유가 딱 맞지만, 그만큼 엑스포 유치에 공을 들인다는 방증이다. 러시아는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추진하는 한국에 가장 위협적인 라이벌로 꼽힌다. 2010년부터 총 4차례 도전장을 냈다. 한국관 역시 감천 문화마을, 해운대 해수욕장 등 부산의 인기 관광지를 담은 AR 포토존을 마련하는 등 2030년 엑스포 유치를 위한 국가 간 물밑 신경전도 서서히 가열되고 있었다.
두바이=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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