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여행만리]떠나는 가을이 아쉬운 은빛 찬란한 순백의 세상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바람이 불자 새하얀 자작나무가 파르르 온 몸을 떱니다.
바람이 지나간 숲은 몽환적이자 이국적입니다.
그리고 강렬합니다.
숲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향긋한 나무 냄새가 후욱 코에 스며듭니다.
머릿속이 박하처럼 맑아집니다.
자연의 색이 바뀌고 있습니다.
어느새 가을은 다가왔다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짙어진 가을맞이 여정에 잘 어울리는 곳으로 갑니다.
은빛 찬란한 순백의 세상인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입니다.
본지 여행만리를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진 후
2012년 본격적으로 숲길이 조성되며 유명해졌습니다.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되기도 한 숲은 우리나라 자작나무숲 중 최고라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숲에 들어가 걷고, 냄새를 맡고, 소리를 듣고, 만질 수 있는 오감이 통하는 그런 곳입니다.
코로나19 인해 출입명부를 작성 하고 산길을 오릅니다.
가는길은 편도 3km가 넘습니다.
느릿느릿 걸어 1시간 정도면 자작나무숲 초입에 닿습니다.
오랜만에 만날 생각에 마음이 설레고 몸은 벌써 황홀합니다.
전망대에 서서 숲을 내려다봅니다.
하얀 알몸을 드러낸 수 많은 자작나무가 거대한 숲을 이룬 풍광은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은빛 찬란한 순백의 세상에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었습니다.
단풍은 예년만 못하다고 합니다.
여름에서 겨울로 널뛰기 한 기운 변화 탓에 고운 빛깔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작나무를 둘러싼 오색 병풍은 여전히 아름답습다.
'자작나무'는 순우리말입니다. 불에 탈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여졌습니다.
영하 70도의 추위에도 수분을 최소화해 자신을 정갈하게 견뎌내는 자작나무의 껍질은 희고 부드러우며 윤기가 납니다.
차갑지만 한편으로는 고결해 보이는 모습, 그것이 바로 자작나무가 가진 낭만이자 매력입니다.
한 발 내딛어 봅니다.
문명의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는 느낌입니다. 이 순간 자작나무숲은 오롯이 나의 것이 됩니다.
숲길을 밟는 느낌은 편안하면서도 색다른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가까이서 보는 자작나무는 묘한 매력이 풍깁니다.
왜 자작나무가 '숲속의 귀족'으로 불리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은백의 껍질이 반짝이는 나무숲을 들어가면 계절에 상관없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백석시인의 '백화'가 생각납니다.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山)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甘露)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탐방객들은 하얀 숲속에서 감성에 젖어 듭니다.
삼삼오오 느낌에 잠기어 숲을 떠날 줄 모릅니다.
눈부신 자작나무 모습에 멍하니 숲을 느껴봅니다.
계절마다 숲 자체가 주는 느낌은 틀립니다.
자작나무숲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눈 내린 겨울이라는 사람이 많습니다.
나뭇잎을 모두 떨궈 하얀 나무줄기만 남은 숲에 눈이 내리면 세상은 그야말로 온통 순백의 세계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작나무숲의 자태는 겨울뿐만 아니라 봄과 여름, 가을까지 사계절 내내 아름답습니다.
자작나무숲만을 한바뀌 둘러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50여분이면 충분합니다.
정글집, 나무의자, 전망대, 쉼터 등이 오솔길 마다 있어 급할 것 없이 쉬어가라며 손짓합니다.
돌아서다 그만 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인제=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메모
△가는길=서울 수도권에서 가면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동홍천IC을 나와 인제방향 국도를 탄다. 38선휴게소 지나 남전교를 건너 삼거리에서 우회전해서 10여분 가면 주차장이 나온다. 꼭 주말은 피해서 가야한다. 방문객이 많아 주차하면서 진을 다 뺄 수 있다. 주차 후 1시간 이상을 산길을 걸어야만 자작나무숲 초입에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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