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이름쓴다'는 日선거.."공무원들 연필 1만개 깎았다" 왜
이달 말 일본의 중의원 선거가 예정된 가운데, 선거를 준비하는 일본 공무원들의 모습이 화제다. 일본은 기표기구로 후보의 이름에 날인하는 다른 나라 등과 달리 선거용지에 후보 이름을 써야 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탄을 맞은 것.
26일 도쿄신문·ANN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오는 31일 진행되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혼슈 오타시 공무원들은 연필 1만개를 깎고 있다.
일본은 유권자가 선거용지에 후보자 이름을 써넣어야 한다. 평소라면 투표용지에 후보자 이름을 기재하는 연필을 회수해 재사용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유권자들이 사용한 연필을 회수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오타시는 '안녕 코로나'라고 적힌 연필 10만3000개를 발주했다. 하지만 예상했던 선거 날짜보다 투표일이 앞당겨지며, 이들의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만다. 시는 부랴부랴 항바이러스 연필 1만여개를 주문했다. 그런데 이 연필이 새 연필이라, 투표에 바로 사용할 수 없었던 것. 공무원들이 일과시간 내내 연필을 깎는 웃픈(?)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한 공무원은 "일주일 넘게 연필만 깎고 있다"며 "얼마나 깎았는지 세지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꾸준히 연필을 깎아 투표일까지는 맞출 수 있을 것 같다"며 "투표 날 특별주문물량도 도착한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에선 자국 기표방법에 대한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선 전자투표 등 최첨단 방식이 도입되는 상황에서, 일본은 종이에 후보 이름을 쓰는 마치 '초등학교 반장선거' 같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표소에 후보자의 이름이 비치돼 있지만, 후보 이름을 한자나 일본어로 써야 하고 이름 철자가 틀리면 무효표가 된다. 성만 다르고 이름이 같은 후보가 출마했을 때, 유권자가 이름만 쓴 경우 이를 해당 이름을 가진 후보의 득표 비율로 나눠주기도 한다.
일본은 문맹률이 낮은 국가에 속하지만, 젊은 세대는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성이 같은 세습정치인이 유리할 수밖에 없고, 일부 후보들은 이름을 쉽게 개명까지 할 정도다. 유권자들이 익숙한 이름을 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없어서 못 산다" 매출 40% 폭증···일본서 난리난 한국 음료
- "김선호 사건 보고 용기" 폭로에...박군 '허위사실' 고소장 냈다
- 햄버거 양상추 실종 쇼크..."불고기마카롱, 당황스럽다"
- CG가 아닙니다...손예진·현빈도 다녀간 예비 핫플레이스
- 6개 국어 해도 아들 못 낳으면 천대···공주마저 도망친 일본 왕실
- 딸 셋 싱글맘에서 퍼스트레이디로...한국계 유미 호건의 기적
- "에르메스 아냐?"···김정숙 여사·신민아 든 60만원대 가방 정체
- 미국이 한국 여행경보를 '3단계 여행 재고'로 올렸다
- 쯔양 "독도는 한국 땅"에...구독취소 테러하는 일본인들
- 산속에 샌드위치 가게?…지리산, 이번엔 어색한 PPL 뭇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