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위드 코로나'.. '항생제 내성'이 두려운 이유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2021. 10. 2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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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 때, 2차 감염 방어 차원서 항생제 사용 늘어​
항생제 오남용은 항생제 내성 발생 위험을 높여 생명·건강을 위협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백신, 치료제가 연이어 개발되면서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또 다른 보건의료 위기가 다가올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은 왜 위험한 것일까?

◇한국, 항생제 사용량 OCED 국가 3위… 항생제 내성은 이미 '심각'

항생제 오남용이 많이 줄었다고 하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항생제 사용이 많은 나라 중 하나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에 질병관리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인체 항생제 사용량(DID, DDD/인구1000명/일)은 26.1로 OECD 29개국 중 그리스와 터키에 이어 3번째로 높다. DDD(Defined Daily Dose)란 의약품 소비량 측정단위로 성인(70kg 기준)이 하루 동안 복용해야 하는 평균 유지 용량이다. 즉, 26.1 DID는 우리나라 국민 2.61%가 매일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항생제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사용량이 많은 것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에서 처방된 항생제의 26% 이상이 부적정 처방됐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의 자료를 보면, 2019년 연구결과 75개 병원에서 처방한 항생제 중 26.1%가 부적정 처방된 사례였다. 항목별로 보면, 치료목적 처방 22.3%, 내과적 예방적 항생제 25.8%, 수술 전 예방적 항생제 37.7%가 부적정 처방으로 분석된다.

OECD 보고서 등에 따르면 항생제 사용량과 내성은 비례한다. 그 때문인지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률은 심각한 상태다. 이미 2016년 기준 한국인의 40%는 페니실린계열 항생제에 내성이 있다고 보고됐다. 또한 2020년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황색포도상구균의 메티실린 내성률은 67.7%, 녹농균의 카바페넴 내성률은 30.6%다.

◇항생제 내성, 왜 문제일까?

적절한 항생제 사용은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게 돕지만, 항생제 오남용은 항생제 내성을 유발한다. 항생제 내성이 생기면 폐렴, 결핵은 물론 어떤 감염질환에 걸리더라도 사실상 치료는 불가능해진다. 특히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다제내성균(multi-drug resistant)에 감염되면 일반적인 치료마저 어렵다.

이는 직접적인 생명 위협으로 이어진다. 영국 정부가 2016년 발표한 항생제 내성 관련 연구보고서를 보면, 항생제 내성으로 2050년엔 매년 100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계한다. 2050년 전 세계적으로 암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이 820만 명으로 추계하는데,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사망이 훨씬 많은 것이다.

항생제 내성은 개인과 국가의 의료비 부담도 가중한다. 일단 항생제 내성이 생기면, 기존 항생제와 치료법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기에 고가의 비급여 신약, 수술 빈도 증가, 중환자실 입원일 증가 등이 불가피하다. 2018년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질병관리본부 정책연구용역사업으로 진행한 '국내 항생제 내성균 감염에 대한 질병 부담 연구'를 보면, 다제내성균 감염에 의한 추가 질병 비용은 감염이 발생하지 않은 환자에 비해 5501억원이 많았다. 또한 내성이 없는 균에 감염된 환자보다 2673억원 더 많은 비용을 지급했다.

◇코로나19로 더 심각해진 항생제 내성

항생제 내성은 이미 심각한 보건의료 문제이지만, 코로나19 이후 더욱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보건의료기구(WHO)는 항생제 내성 문제가 코로나 이후 최대 보건 위기가 될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홍빈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현재 광범위 항생제를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환자가 폭증하면서 감염관리, 항생제 적정 사용 등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 항생제 내성은 심각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와 상관없이 항생제 내성은 이미 심각한 보건의료 문제이며, 특히 우리나라는 관련 대책이 시급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홍빈 교수는 "미국은 2015년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해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ASP, 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s) 핵심 7개 요소를 선정하고 대부분의 병원이 이를 갖추게 되면서 지난 5년간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의료부담이 크게 줄었으나,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의료부담이 늘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항생제 내성 관리는 내성균 전파를 막는 '감염관리'와 항생제 오남용을 막는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이 함께 강화되어 하는데, 우리나라는 감염관리와 비교하면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안은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

항생제 내성을 극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내성이 없는 항생제 신약을 사용하거나, 처음부터 내성이 생기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다. 항생제 신약이 끊임없이 개발될 수는 없기에, 실질적인 대안은 항생제 내성을 예방할 수 있는 항생제 적정사용이 된다.

의료 전문가들은 항생제 적정사용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ASP) 활성화를 제안한다.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이란, 적정 항생제 사용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환자의 임상적 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항생제를 선택하고, 적정 용량·용법으로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어 내성 등 약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김봉영 교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ASP)을 사용하면 고위험 항생제 사용이 줄지만, 프로그램을 중단하면 다시 항생제 사용량이 늘어난다는 사실이 확인됐듯, ASP는 항생제 내성 예방을 위한 중요한 장치이다"고 밝혔다. 이어 "ASP를 통한 항생제 적정 사용은 치료비 부담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치료 효과와 부작용을 고려할 때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은 수가가 책정되지 않은 행위로, 오로지 각 병원의 인력·재정에만 의존해야 하다 보니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않다. 지난해 한양대병원 산학협력단이 진행한 '국내 의료기관의 항생제 사용관리 현황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의료기관의 90% 이상은 병원으로부터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종합병원의 73.2%, 병원·요양병원은 100%는 내과 감염분과 전문의가 없다.

김홍빈 교수는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이 강화, 정착되면 우리나라 항생제 내성 문제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학회 등 전문가 단체는 이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준비 중이나 ASP의 안착은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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