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리와인드⑳] '너를 닮은 사람' 유보라 작가의 '미스터리한' 사랑

장수정 2021. 10. 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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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 복귀작 '너를 닮은 사람'
미스터리 치정 멜로로 궁금증 유발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JTBC

KBS2 드라마 스페셜 ‘태권, 도를 아십니까’를 통해 데뷔한 유보라 작가는 이후 정통 멜로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첫 번째 장편 드라마인 KBS2 ‘비밀’에서는 자신의 연인을 죽인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한 남자의 멜로를 절절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고,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아픔을 겪은 두 남녀가 사랑하며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담아내기도 했다.


현재 방송 중인 JTBC 새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에서는 미스터리 속에 멜로를 녹여냈다. 아내와 엄마라는 수식어를 버리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여자 정희주(고현정 분), 그리고 그와의 짧은 만남으로 제 인생의 조연이 돼버린 또 다른 여자 구해원(신현빈 분)의 얽히고설킨 서사가 서서히 베일을 벗으면서 궁금증을 유발 중이다.


◆ 미스터리와 멜로의 절묘한 조화


유 작가의 장편 데뷔작인 ‘비밀’은 사랑하는 연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이목을 끌었었다. 전개가 탄탄하지 않으면, 쉽게 납득시키기 힘든 설정이기도 했으나 유 작가는 신인답지 않은 필력을 자랑하며 호평을 받았다. 5%의 낮은 시청률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입소문에 힘입어 7회 만에 15%를 돌파했다.


‘비밀’은 먼저 사랑하는 여자가 죽은 뒤, 뺑소니 운전자 강유정(황정음 분)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접근한 재벌 후계자 조민혁(지성 분)이 그에게 어떻게 연민을 느끼고 또 사랑을 하게 됐는지 그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가며 시청자들을 이해시켰다.


등장인물들이 감추고 있는 비밀을 서서히 풀어내고, 이를 통해 강유정 또한 지독한 배신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점차 드러내면서 인물들에게 서서히 몰입하게 했다. 동시에 미스터리를 방불케 하는 각종 반전들로 흥미를 유발하기도 했다. 정통 멜로를 표방하면서도 마치 스릴러를 보는 듯한 전개가 시청자들의 호평 이유가 됐었다.


ⓒKBS, JTBC

지금 방송 중인 ‘너를 닮은 사람’에서도 매회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몰입을 끌어내고 있다. 첫 회부터 주인공 희주가 무언가를 저수지에 던지는 모습이 담기는가 하면, 과거에는 선생과 제자로 서로에 대한 애정을 보여줬던 희주, 해원이 지금은 왜 서로를 경계하는 사이가 됐는지를 하나하나 풀어나가고 있다.


현재 희주의 남편 안현성(최원영 분)과 병원에 누워 있던 의문의 남자 서우재(김재영 분)와의 관계들이 베일을 벗지는 않았지만, 미스터리와 멜로의 적절한 조화로 새로운 정통 멜로를 선보인 유 작가가 이번에는 어떤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선보일지 궁금해진다.


◆ 따뜻하게 보듬은 ‘상처’


시작은 파격 설정으로 이목을 끈 ‘비밀’이지만, 강유정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배신까지 당했다는 비밀이 드러나면서부터는 결이 달라졌었다. 교도소에서 구타를 당하고, 뒤늦게 임신을 알게 돼 아이와 생이별하는 아픔 등 강유정이 비극을 겪으며 변화하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담아내며 시청자들을 몰입케 했다. 조민혁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를 통해 상처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 역시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담아내며 강유정을 응원하게 만들었다.


쇼핑몰 붕괴 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그냥 사랑하는 사이’를 통해서는 상처 극복 과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자신들의 인생 전체를 뒤흔든 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두 사람이 같은 상처를 공유하고, 또 용감하게 마주하며 극복하는 과정을 담담하지만, 섬세하게 담아냈다.


큰 사고가 남은 이들에게 어떤 트라우마를 안기는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각자의 방식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비극적인 사고를 다룬 만큼 드라마의 분위기가 가볍지만은 않았지만, 그들의 상처를 담담하게 드러내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었다.


희주, 해원에게는 어떤 해묵은 아픔들이 있는지 아직 드러나진 않았지만, 유 작가가 ‘너를 닮은 사람’에서는 어떤 트라우마를 보여주고 또 어떻게 이를 극복하게 할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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