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수도 내부순환도로 있었다..소 발자국·수레바퀴 흔적 생생

경사진 성벽 모양에 맞춰 나무 판재로 틀을 대고 흙을 층층이 다져 쌓아올린 풍납토성 서성벽 단면. [사진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백제시대 왕성 안쪽에도 내부순환도로가 있었다. 도로 위를 다니던 소의 발자국과 수레바퀴 흔적도 발견됐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26일 “풍납토성 서쪽 성벽 안으로 폭 6m의 넓은 도로를 발견했다”며 “한강과 연결된 서쪽 문 위치에서 시작해 토성 내부를 둘러싼 ‘내부순환도로’였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풍납토성 안쪽의 발굴 조사 결과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도로는 폭 6m지만, 조사하지 못한 구역까지 포함하면 실제 도로 폭은 더 넓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양숙자 연구관은 “한강을 통한 해외 교역에도 쓰여 지금의 서울 내부순환도로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고, 백제 한성 내 물류 파악에도 매우 의미 있는 유적”이라며 “사람뿐 아니라 (무게가 많이 나가는) 물류에도 쓰이는 단단한 도로라 매우 품이 많이 들고 큰 공사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로 위에서는 수레바퀴와 소 발자국도 발견됐다. 양 연구관은 “물기 많은 지형이라서 땅이 젖었을 때 찍힌 자국이 그대로 묻힌 것 같다”며 “도로를 여러 차례 새 흙으로 덮어 보수하면서 그대로 보존된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은 3세기 후반~4세기 전반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백제 왕성으로, 양 끝이 눌린 타원 형태의 토성이다. 총 길이 3.5㎞. 같은 시기 왕성인 고구려 국내성(2.6㎞), 신라 월성(2.4㎞)보다 더 크다.

풍납토성 내부 도로 바닥에 남은 수레바퀴 자국과 소 발자국. 물이 많이 스며드는 한강변의 특성상 땅이 젖었을 때 찍힌 뒤 그대로 덮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사진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서쪽 성벽은 한강변과 나란히 동북쪽으로 뻗어있다. 홍수 탓에 서쪽 성벽 위쪽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성벽의 아랫부분 조사를 통해 전체 성벽 폭이 약 50m, 높이 약 11m의 거대 성벽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양 연구관은 “동쪽 성벽 폭 43m보다 서쪽 성벽이 더 넓은 건, 한강을 면한 쪽이라 더 두텁고 튼튼하게 지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변의 물이 많은 지형인 풍납토성은 벼 껍질, 과일 껍질, 오이 속, 박속 등 온갖 부산물을 섞어 넣은 부엽토를 바닥에 다져 넣어 지반이 물에 쓸려나가지 않게 했다. 양 연구관은 “지금도 조사 지역에 물이 계속 올라와 양수기 10대를 종일 돌린다”며 “부엽토로 바닥을 다지는 건 지반이 약한 곳의 공법으로, 다른 왕성에서도 많이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성벽과 도로를 만들 때도 흙을 꾹꾹 눌러 쌓았다. 나무로 짠 틀을 세우고, 10cm 정도 높이로 흙을 담은 뒤 나무 공이로 1cm까지 눌러 다져 넣는 방식이다. 양 연구관은 “성벽 단면은 시루떡처럼 층층이 구별됐고, 각 층이 분리돼 떨어지기도 했다”고 했다. 성벽이 오래 유지되길 기원하며 묻은 토기와 그 안에 든 멧돼지 뼈·이빨, 개 뼈도 발견됐다.

학계는 그간 동쪽, 남쪽, 북쪽 성벽은 발굴 조사하면서 한강 변의 서쪽 성벽은 오래전 유실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해왔다. 이번 조사 결과 서쪽 성벽에선 ‘판축기법’으로 쌓았다는 증거도 나왔다. 판축기법은 나무 틀을 짜놓고 흙을 다져 넣는데, 그 틀 구조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서쪽 성벽의 드러난 상부 평면에서 나무 판재와 연결부위 기둥이 맞닿은 구조가 발견됐다”며 “중국·일본 등에서 쓰이던 판축기법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초로 적용된 성이 풍납토성인 점을 확인한 중요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