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첫 개인전, 쉰에 테이트모던 전시 .. '아니카 이' 돌풍
리움미술관도 그의 작품 소장
세균, 냄새까지 작품의 소재로
과학·예술 경계 넘나들며 작업
지난 8일 재개관한 서울 삼성미술관 리움(이하 리움미술관) 전시장엔 소리를 내며 로봇 곤충이 날아다니는 거대한 노란 고치 형태의 작품이 살치돼 있다.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서도 소개된 이 작품은 ‘완두수염진딧물’, ‘점박이 도롱뇽’, ‘푸른 민달팽이’. 리움미술관은 첨단 기술의 빛과 소리로 빚은 이 ‘살아있는 기계’를 새 소장품 중 하나로 공개했다.
최근 뉴욕타임스부터 가디언, CNN, 월페이퍼 등 해외 매체가 앞다퉈 일제히 소개한 한국계 아티스트가 있다. 이 '살아있는 기계(the biologized machines)를 만든 아니카 이(Anicka Yi·50)다. 그가 만든 거대한 설치작품 '인 러브 위드 더 월드(In Love With The World)’가 지난 12일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 런던 테이트모던 터바인 홀을 점령했다. 세계적 건축가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의 설계를 거쳐 낡은 화력발전소에서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테이트 모던에서 터바인 홀은 가장 웅장하고 관람객들의 이목이 가장 집중되는 공간으로 세계적인 작가들이 줄줄이 이곳에서 전시했다. 현대차와 영국 테이트 미술관과 함께하는 ‘현대 커미션' 프로젝트다.
천장이 높은 터바인 홀 공중에서 바닷속을 헤엄치듯 공중을 떠다니는 이것들은 ‘에어로브(Aerobe)’로, 공기 또는 산소가 존재하는 곳에 살아가는 ‘호기성(好氣性) 생물’을 뜻한다. 관람객의 움직임을 감지해 사람에게 몰려들었다 흩어지는 이 기계 생물체엔 또 다른 특성이 있다. 공기를 가르고 냄새를 풍기는 것.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1일 '아니카 이의 예술적 향기(The Artistic Aromas of Anicka Yi)'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 전시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공기를 조각하는 작가
NYT는 "이 예술가는 섬뜩하게도 바이러스 전염이 퍼질 미래를 내다본 듯이 6년 전 여성 100명으로부터 채취한 박테리아를 배양 접시에 담아 전시를 열었다"며 "이번엔 공기를 작품의 주요 소재이자 주제로 내세웠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 작가가 직접 만든 향기 중에는 콜레라와 페스트 냄새 등 런던 역사의 한 시기를 대표하는 것들이 포함돼 있다. 이 작가에게 세균과 미생물은 인간이 서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해하는 열쇠"라고 했다.
영국일간지 가디언은 "아니카 이는 냄새, 개미, 박테리아, 침으로 예술을 만들어내는 작가"라고 소개하며 "나는 공기를 조각하고 싶었다"고 한 작가의 말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이 밖에도 해외 매체들은 아니카 이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로 '공기'와 '냄새'를 강조했다. 이 작가가 공기의 존재를 보여주는 작업을 통해 모든 생물체가 서로 연결돼 있는 생태계 풍경을 구현한다는 내용이다.
마흔 살에 첫 개인전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두 살 때 미국으로 옮겨가 캘리포니아에서 자랐다. 뉴욕에서 대학을 다녔으며(졸업은 하지 않았다) 1990년대 영국 런던으로 옮겨갔다. 향수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어머니 영향을 받은 그는 30대 중반에 향수와 과학에 대한 관심을 갖고 독특한 작업을 시작했다.
2016년 미국 MIT 예술과학기술센터 입주 작가 생활도 그에겐 터닝포인트가 됐다. 당시 여러 과학자와 인연을 맺은 그는 지금도 작품마다 다양한 전문가와 협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소속된 글래드스톤 갤러리의 박희진 한국 디렉터는 "아니카 이는 기존 미술계 규칙과 관행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후각을 강조하는 작업으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대담한 실험 예술은 기술과 인간, 생태계에 대한 관심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시각 중심 사회'에 도전
현재 아니카 이는 전세계에서 밀려드는 '러브콜'로 분주하다. 글래드스톤 측은 "내년 1월 16일 터바인홀 전시를 마친 후 밀라노 피렐리 앵거비코카,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에 이어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은주문화선임기자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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