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영어·체육까지, 60년 전통 인천 화교유치원
[글 이용남·사진 서은미]
▲ 인천화교유치원의 정식 명칭은 ‘인천화교소학부설유치원(仁川華僑小學附設幼稚園)’이다. 아이들은 인천화교소학에 입학하기 전 유치원에서 기초 중국어, 한자쓰기, 중국의 역사·문화 등을 배운다. 화교유치원 원아들이 아침 체조를 하고 있다. |
ⓒ 서은미 자유사진가 |
"사자는 '쉬즈(獅子)'"
"원숭이는 '허오즈(猴子)'"
"강아지는 '고옥(狗)'"
"고양이는 '마오(猫)'"
6, 7세의 아이들이 대만식 중국어 빌음인 '주음부호(注音符號)'를 따라하고 있다. 교사의 발음을 들으며 아이들은 중국어 기초 단어를 공부한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중국어 공부에 열심인 아이들은 화교유치원 작은반(小班) 아이들이다. 화교유치원 작은반은 현재 14명의 아이들이 다양한 놀이를 즐기며 중국어공부와 중국문화를 배우고 있다.
중국어로 숫자세기·말하기 등 교육 진행
인천화교소·중산중고등학교는 초·중·고등부의 교육과정 외에도 자라나는 새싹들인 유아들을 교육하는 유치원도 운영하고 있다. 인천화교유치원의 정식 명칭은 '인천화교소학부설유치원(仁川華僑小學附設幼稚園)'이다. 아이들은 인천화교소학에 입학하기 전 유치원에서 기초 중국어, 한자쓰기, 중국의 역사·문화 등을 배운다.
▲ 화교유치원은 2년제로 운영한다. 작은반, 큰반 두 개반이 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기본 한자, 중국어로 숫자세기, 중국어회화, 만들기, 미술, 영어를 배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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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교 임재기 교사는 "이곳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부분 인천화교소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유치원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해 중국어로 읽고, 쓰고 이해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가르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지금은 화교 아이들이 중국어보다는 한국말을 더 잘하기 때문에 중국어를 매일매일 쓰고 읽게 하면서, 중국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 인천화교유치원은 1956년 처음 건립됐다. 당시 유치원의 이름은 '육영'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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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던 화교유치원이 40년이 지난 1998년 다시 개원할 수 있었던 데는 시대적 배경과 어린이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40여 년이 지난 뒤 유치원을 건립하게 된 건 화교 어린이들을 위한 유치원이 필요하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당시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들은 화교유치원이 따로 없어 한국유치원을 가거나, 미리 화교소학에 입학해 1~2살 많은 형, 누나와 학교를 함께 다니기도 했다. 나이 어린 동생들은 학교적응에 어려움이 많았다. 교사들도 여러 연령대의 아이들을 돌보느라 힘겨운 상황이었다.
▲ 40여 년이 지난 뒤 유치원을 건립하게 된 데는 화교어린이들을 위한 유치원이 필요하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당시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들은 화교유치원이 따로 없어 한국유치원을 가거나, 미리 화교소학에 입학해 1~2살 많은 형, 누나와 학교를 함께 다니기도 했다. 나이 어린 동생들은 학교적응에 어려움이 많았다?. 사진은 화교유치원 원아들의 등교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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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교유치원에 비치된 중국동화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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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재건립, 중국어 열풍에 한때 인기
지원자가 없어 금산 도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 학교 이사회는 화교 어린이들의 미래를 위해 유치원은 꼭 있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화교들을 설득하고 유치원 건립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였다. 모금된 설립자금으로 유치원 건립에 필요한 땅을 사고, 건물을 지었다. 당시 인쇄소가 있던 건물을 사서 그 자리에 유치원을 지었다.
화교들은 화교들의 미래를 위한 큰 사업이나 큰일을 앞두고 돈을 모금해 공동체가 함께 일을 진행하는 전통이 있다. 유치원 건립도 공동체가 꼭 해야 할 사업이었다.
1998년 다시 문을 연 화교유치원은 그야말로 히트작이었다. 1990년대 후반은 북방정책이 활발히 전개되고 중국어 열풍이 거셌다. 화교유치에 입학하면 중국어와 영어는 잘 배울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기대감 때문에 입학시즌이 되면 밤을 새며 줄을 서서 등록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 인천화교유치원은 한국 유치원과 달리 가을에 학기를 시작한다. 이곳이 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준비과정이기 때문에 학기가 동일하게 진행된다. 사진은 화교유치원 큰반 아이들의 수업장 |
ⓒ 서은미 자유사진가 |
▲ 인천화교유치원은 한국 유치원과 달리 가을에 학기를 시작한다. 이곳이 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준비과정이기 때문에 학기가 동일하게 진행된다. 사진은 화교유치원 큰반 아이들의 수업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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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교 유치원의 인기는 2010년 이후 주춤해졌다. 화교유치원 입학자격은 부모가 화교이거나 외국 국적이어야 하며 한국인의 경우 외국에서 3년이상 거주해야 가능하다.
인천화교유치원은 한국 유치원과 달리 가을에 학기를 시작한다. 이곳이 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준비과정이기 때문에 학기가 동일하게 진행된다.
인천 화교유치원은 차이나타운내 화교들의 감소로 예전만큼 인기가 높지 않다. 하지만 화교들은 자신들의 자녀가 중국인의 정체성을 배우고, 중국어를 모국어처럼 말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고자 화교유치원을 보내고 있다. 중국인으로 성장하고 배우는 첫 교육과정인 셈이다.
▲ 인천화교유치원의 정식 명칭은 ‘인천화교소학부설유치원(仁川華僑小學附設幼稚園)’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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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용남 i-View 편집위원, 사진 서은미 자유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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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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