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축하도 필요없다..오늘 혼인 신고하고 왕실떠난 日공주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조카인 마코(眞子·30) 공주가 26일 약혼자 고무로 게이(小室圭·30)와 혼인 신고를 하고 왕실을 떠났다. 고무로 가족의 금전 문제로 촉발된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을 고려해 결혼식은 치르지 않았다.
지지통신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마코 공주와 고무로는 이날 오전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 직원을 통해 지자체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 여성 왕족이 결혼하면 왕적을 박탈하는 일본 법에 따라 마코 공주는 왕족의 신분을 벗고 '일반인' 고무로 마코가 됐다.
두 사람은 혼인 신고 후 도쿄(東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결혼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마코 공주는 "우리의 결혼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온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고무로씨는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며, 결혼은 우리의 마음을 소중히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고무로도 회견에서 "나는 마코씨를 사랑하고 있다"면서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4년간 일본 뒤흔든 '공주 결혼 소동'
2010년 국제기독교대(ICU)에서 친구로 만난 두 사람이 결혼에 이르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7년 9월 기자회견을 열어 약혼을 발표했지만 곧 고무로 가족의 금전 문제가 불거졌다. 일찍 남편과 사별한 고무로의 어머니가 동거하던 남성에게 4000만원을 빌린 후 갚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고무로의 가족에 대한 여러 추문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궁내청은 2018년 2월 결혼 연기를 발표했다.
고무로는 같은 해 8월 미국 뉴욕의 로스쿨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고무로 모자의 '부적절한 행실'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며 여론은 악화했다. 지난 9월 주간지 아에라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93.3%가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할 마음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미국 CNN 방송은 24일 공주의 결혼을 둘러싸고 벌어진 소동을 통해 "'한부모 밑에서 자란 평민'은 왕족의 배우자가 될 수 없다는 일본인의 계급 의식, 편모 가정에 대한 편견, 여성 혐오 등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논평했다.
결혼식도, 지원금도 없다
일본 여성 왕족의 결혼식은 보통 일왕·왕후에게 인사하는 예식을 비롯해 총 5개의 의식으로 진행된다. 또 왕실을 떠나는 공주에겐 과거 왕족으로서의 '품위 유지'를 위해 일시금으로 최대 1억5250만엔(약 15억 6000만원)의 지원금을 주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마코 공주는 자신의 결혼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고려해 이를 모두 포기했다. 26일 아사히신문은 예식도 지원금도 없는 공주의 결혼은 "전후 일본 왕실 역사상 처음"이라며 "이례 그 자체"라고 전했다.
두 사람은 이날 회견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이를 취소했다. 이유는 "마코 공주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서"다. 실제로 지난 1일에는 마코 공주가 자신과 고무로에 대한 온갖 비방, 중상 등으로 인해 '복잡성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마코 공주는 이날 회견에서도 "잘못된 정보와 억측이 퍼져나가는 데 대해 공포와 슬픔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고무로는 상대측과의 이견으로 아직 해결되지 않은 가족의 돈 문제에 대해 "내가 직접 나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고무로 부부는 당분간 도쿄 시부야(渋谷)구의 아파트에서 지내다 신변이 정리되는 대로 미국 뉴욕으로 떠난다. 고무로는 지난 5월 로스쿨을 수료한 뒤 현지 로펌에 취업을 확정한 상태로 알려졌다. 왕족이 결혼 후 바로 해외로 이주하는 경우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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