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맞은 강릉국제영화제, 올해의 얼굴은 이 영화

김성호 2021. 10. 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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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씨네만세 342] 제3회 강릉국제영화제 개막작 <스트로베리 맨션>

[김성호 기자]

 강릉국제영화제 포스터
ⓒ GIFF
 
개막작은 영화제의 얼굴이다. 수상작이 발표되지 않은 영화제 기간 내내 주최 측이 특별히 선정한 작품으로 각광받는다. 통상 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 중 선정하는데, 일반에 선보이지 않은 상태로 정보가 많지 않음에도 다른 작품 대비 유독 높은 인기를 누린다. 자연히 주최 측도 심혈을 기울여 선정하게 마련이다.

올해로 제3회째를 맞는 강릉국제영화제 개막작은 <스트로베리 맨션>이다. 1회 때 한국영화 <감쪽같은 그녀>를, 2회 땐 강릉 출신 배우 심은경이 주연한 일본영화 <동백정원>을 선정한 이 영화제는 3회에 이르러 미국영화에 눈길을 돌렸다. 한국영화에서 출발해 옆 나라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갔으니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하려는 국제영화제의 야심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하겠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한창 진행 중인 제3회 강릉국제영화제에서 <스트로베리 맨션>은 단연 인기작이다. 코로나 이슈로 감독 겸 배우인 켄터커 오들리가 방한하지 못했으나 공동연출자 엘버트 버니가 연일 GV 행사에 나서 관객과 만남을 갖는 영향도 있을 것이다. 연일 매진을 기록하는 <스트로베리 맨션>을 개막작으로 택한 주최 측은 제법 만족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스트로베리 맨션> 스틸컷
ⓒ GIFF
   
쏟아진 혹평, 그러나

그러나 영화에 대한 평가를 돌아보면 그리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당장 온라인 공간에서 영화를 본 관객들이 혹평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언급되는 장점은 대체로 한두 가지로 모인다. 아날로그적이고 친환경적인 소품을 적극 활용한 부분과 색감이다. 미장센적인 측면 외에는 대체로 단점만이 언급된다. 명확하지 않은 주제의식과 맥락 없는 서사가 그것이다.

<스트로베리 맨션>은 꿈에 대한 이야기다. 꿈꾸는 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구나 꿀 수 있는 꿈 말이다. 잠재된 욕구의 투영이자 무의식의 반영인 꿈의 세계가 러닝타임 내내 스크린 가득 펼쳐진다.

배경은 가까운 미래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정부는 사람들이 꾸는 꿈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정부는 꿈에 세금을 매긴다. 꿈속에 동물과 식물 따위가 등장할 때마다 얼마씩을 세금으로 거두는 식이다. 수익극대화를 위해서일까. 꿈엔 광고까지 가득 들어간다. 치킨과 탄산음료, 소금 광고까지 곳곳에서 광고가 빠지지 않는다.
 
 <스트로베리 맨션> 스틸컷
ⓒ GIFF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된 수천 편의 꿈

주인공은 공무원 제임스다. 그는 꿈을 꾸고도 세금을 내지 않는 이들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닌다. 감사를 통해 누락된 세금이 발견되면 징수하는 게 그의 일이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임무가 떨어진다. 외딴 집에 사는 벨라가 몇 년 째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벨라는 홀로 사는 나이든 여성이다. 제임스가 들판을 건너 그의 집을 두드리자 정신이 온전치 않은 것 같은 벨라가 문을 연다. 어딘지 이상하지만 딱히 악의가 있는 것 같지 않은 그녀의 집에 들어가 그녀가 꾼 꿈을 낱낱이 살펴야 한다.

제임스가 살펴야 할 벨라의 꿈은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꿈은 수천 개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돼 있는데 그걸 죄다 살피려면 며칠은 근처에서 보내야만 한다. 벨라는 제 집 남는 방 한 칸을 내주겠다고 제임스에게 제안한다.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는 처음 만난 제임스와 벨라 사이에 숨겨진 인연을 조금씩 표면 위에 드러낸다. 제임스가 벨라의 꿈을 관찰하면 할수록 그가 살아온 세상과 벨라의 꿈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심지어 제 삶보다 벨라의 꿈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마침내 그는 벨라의 꿈 안으로 들어간다.
 
 <스트로베리 맨션> 스틸컷
ⓒ GIFF
 
극대화된 상상력, 그 너머가 아쉽다

<스트로베리 맨션>은 꿈과 현실이 닿는 한바탕 소동극이다. 악당과 그의 마수에서 연인을 구하려는 주인공의 동화적 대립이기도 하다. 실제 현실과 구분된 스크린 속 영화의 상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 모든 도전에서 어느 정도의 성취와 어느 정도의 실패를 거듭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실험적이고 컬트적이며 대안적인 판타지다.

혹자는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괴작 <비디오드롬>을, 또 누군가는 웨스 앤더슨이나 테리 길리엄 같은 거장의 작품을 떠올릴 수 있겠다. 실제로 현장 GV에선 참조한 작품을 묻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영화를 본 관객 대부분이 궁금할 법한 질문이다.

내한한 감독 앨버트 버니는 관객들의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제가 본 모든 영화가 나름의 방식으로 반영됐을 수 있겠다는 답을 남겼을 뿐이다. 특히 아쉬운 건 영화가 언급한 모든 작품의 흔적을 얼마간 내비치면서도 그중 어느 작품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누군가는 이 영화를 그저 아류쯤으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아쉬운 건 이뿐만이 아니다. 아날로그적 소품들과 애벌레를 비롯한 동물들의 적극적 활용, 수십 년 전 영화들이 떠오르는 연출 같은 것에 대해서도 감독은 분명한 철학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감독 스스로 언급했듯 나름의 맥락보다는 연출자의 선호에 의해 즉흥적으로 선택됐을 뿐이다.

올해 강릉국제영화제의 선택이 유독 아쉬운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저 독특해 보이는 것들의 나열만으로는 정말 독특해질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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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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