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발 '절단'만이 치료법? '최신 무기' 다양해져"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2021. 10. 2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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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 묻다]고려대구로병원 성형외과 한승규 교수

당뇨병을 오래 앓아 발에 여러 문제가 생기는 ‘당뇨발’은 불치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최근 당뇨발에 여러 ‘치료 무기’가 생겼다. 정확하게 진단만 한다면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병이 그렇듯, 당뇨발도 초기 진압을 해야 결과가 좋다. 의료비도 줄일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도 주인공이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을 참가한 계기가 어머니의 당뇨발 치료비를 벌기 위해서였다. 국내 최고 당뇨발 전문가인 고려대구로병원 성형외과 한승규 교수(대한당뇨발학회 회장)는 “한국은 미국·유럽에 비해 당뇨발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떨어져 있어 뒤늦게 진단받는 편”이라며 “진단이 늦을수록 치료가 어렵고 치료비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국내 당뇨병 환자는 500만 명. 이들 모두가 당뇨발 위험군이다. 당뇨병 환자라면 매일 자신의 발을 들여다보고,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하며, 필요하면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한승규 교수를 만나 당뇨발에 대해 들었다.

고려대구로병원 성형외과 한승규 교수/고려대구로병원 제공

-국내 당뇨발 인구는?

국내에는 정확한 데이터가 없지만 세계보건기구나 미국·유럽 등의 데이터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15~25%가 당뇨발 합병증을 갖고 있다. 국내 당뇨병 환자는 500만 명 정도 된다. 당뇨병 환자의 20%가 당뇨발을 갖고 있다 가정하면 100만 명의 환자가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당뇨발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국내에는 당뇨발이라는 질병 코드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당뇨발은 단순히 신경 손상으로 인한 감각 이상부터 염증·궤양, 절단까지 중증도가 광범위하다. 당뇨병 환자가 발에 문제가 있는 상태를 모두 당뇨발로 생각하면 된다. 당뇨발 질병 코드가 일원화 돼 있지 않다 보니 의사도 당뇨발에 대한 인식이 떨어져 있다. 대한당뇨발학회가 창립된 지도 10년이 안됐다. 암이나 심장질환에는 관심이 많지만, 당뇨병의 대표 합병증인 당뇨발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것 같다.

-당뇨발은 왜 생기나?

당뇨병을 오래 앓거나 혈당 관리가 안되면 혈관, 신경 등이 손상된다. 심장과 뇌에서 먼 발의 혈관과 신경이 먼저 손상되는데 통증 등 감각을 잘 못느끼는 '신경병증' 상태가 된다. 아파도 못 느끼고 상처가 생겨도 모를 수 있다. 균에 감염되고 상처가 깊어지다가 나중에는 궤양이 생기고 절단까지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내게 오는 환자들은 꽉끼는 신발을 신거나 많이 걷다가 상처가 생기고, 이를 모르고 지내다가 상처가 커져서 오는 경우가 많다.

-발 감각 이상은 초기단계라고 생각하면 되나?

그렇다. 당뇨발 환자의 3분의 2 이상이 발의 감각이 떨어져 있다. 자극은 물론 통증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감각이 무딘 것과 반대로 일부에서는 바람만 닿아도 아파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감각이 예민해지는 경우는 감각이 둔해지는 경우보다 드물다. 당뇨발 초기에는 상처는 없지만 피부색이 보랏빛으로 변할 수 있다.

-당뇨발이 있으면 어떤 검사를 하나?

혈관 검사를 해야 한다. 혈관벽에 이상이 있는지, 막힌 혈관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혈관벽이 굳어지면 피부에 산소가 가지 않는데, 이를 확인하는 경피산소분압 검사도 한다. 신경 기능을 살피기 위한 신경 전도 검사, 감염을 살피기 위한 MRI촬영 등을 한다. MRI를 찍으면 얼마나 광범위하게 감염이 됐는지, 감염으로 인해서 뼈 등 조직이 손상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당뇨발의 종류는?

당뇨발은 단일 질병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병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종류도 다양하다. 혈관이 망가진 당뇨발, 신경이 망가진 당뇨발, 감염이 된 당뇨발, 혈관·신경 다 망가진 당뇨발 등이 있다. 진료과도 다양하다. 대한당뇨발학회에 회원만 해도 성형외과, 혈관외과, 정형외과, 내분비내과, 재활의학과, 창상전문 간호사 등이 소속돼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성형외과 한승규 교수/고려대구로병원 제공

-당뇨발은 어떤 치료 과정을 거치나?

먼저 혈관이 망가진 당뇨발인지 신경이 망가진 당뇨발인지 감염이 문제가 되는 당뇨발인지 피부재생이 안되는 당뇨발인지 판단을 하고 각각에 적합한 치료를 해야 한다. 먹는 약의 경우는 항응고제 등 혈관에 좋은 약, 신경에 좋은 약, 감염에 쓰는 약이 다양하게 있다. 시술·수술까지 필요하다면 혈관이 나쁜 사람은 카테터와 스텐트로 막힌 혈관을 뚫어주고, 심하면 혈관을 이식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 감염으로 상처가 생겼다면 항생제 치료와 함께 피부가 재생될 수 있는 치료를 한다. 산소치료, 적외선 치료 등은 상처 회복이 잘 될수 있도록 돕는 치료이다. 또 피부 재생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C, 마그네슘, 아연 같은 영양소를 보충해, 콜라겐 단백질을 잘 만들 수 있도록 한다.

-최근에 다양해진 당뇨발 치료법은?

당뇨병 환자는 혈액 순환이 잘 안되고 혈관벽도 굳어져 상처 부위로 혈액성분이 잘 안가 세포에 필요한 산소·영양소가 부족해 상처가 빨리 아물지 않는다. 면역세포의 기능도 떨어져 있다. 상처는 점점 커지고 균은 깊이 들어가 뼈까지 손상, 되돌릴 수 없이 진행될 수 있다. 상처 치료의 첫 단계인 피부 재생 치료가 중요한데, 최근 피부 재생 치료 분야가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실 손 놓고 있던 분야인데, 세포 치료 등이 발전하면서 활성화되고 있다.

환자의 복부 지방을 뽑아서 유효 물질을 분리해 환부에 이식을 하는 치료, 다른 사람의 피부 세포를 배양해 만든 치료제를 환부에 붙이는 치료가 대표적이다. 줄기세포 치료도 임상시험을 하는 중이다. 이들 치료제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면 당뇨발 치료는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드레싱 제제도 발전하고 있다. 새살이 잘 돋으려면 상처 부위가 너무 말라 있어도 안되고 너무 젖어 있어도 안된다. 적절한 습기가 있어야 피부 재생이 잘 되는데, 피부 재생 환경을 좋게 하는 드레싱 제제도 많이 나왔다. 피부 재생 세포를 자극하기 위해 초음파, 체외충격파를 이용하는 치료도 하고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성형외과 한승규 교수/고려대구로병원 제공

-요즘 주목받고 있는 치료에 대해 설명해달라?

십수년 전에 이탈리아에서 국내 도입된 자가세포 치료제가 있었다. 효과는 좋았지만 치료비가 고가라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현재는 아이들의 피부 세포를 뽑아서 배양해 만든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는데, 상처 부위에 덮어 놓으면 회복이 잘 된다. 다만 자기세포가 아니기 때문에 생착은 안되고 나중에 떨어져 나간다. 줄기세포를 배양해 상처 회복을 도모하는 치료제는 현재 허가를 받은 제품은 없고, 임상시험 중이다.

최근에는 ‘자가 지방을 이용한 피부 재생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환자 복부에서 피하지방을 뽑아 이를 분쇄하고 상처 회복에 도움이 되는 물질을 필터링한 다음, 3D 바이오프린터를 이용해 피부 패치를 만들어 환자의 상처에 부착하는 시술이 그것이다. 지방에서 추출한 성장인자 등이 상처 주변의 혈관 신생을 촉진하고 세포 이동을 도모해 재생을 돕는다. 이 시술은 지방 추출부터 환부에 이식하는 것까지 30분이면 끝난다는 것이 장점이다. 시술 의사가 비교적 간단한 조작과 처치로 치료가 가능하며, 한 번만 치료해도 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이런 치료들은 당뇨발 환자의 혈관과 신경이 건강하고 감염이 치료됐다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

-당뇨발 최신 치료 관련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자가 지방을 이용한 피부 재생 치료’에 대해 20명을 대상으로 파일럿 임상시험을 했다. 자기 지방으로 만든 피부 패치를 붙인 그룹과 이런 치료를 하지 않은 그룹을 비교한 결과 4주 동안 상처가 좁아진 비율은 자가 지방 치료 그룹은 77%, 치료하지 않은 그룹은 46%로 차이가 있었다. 16주 후 완치율을 따져보니 자가 지방 그룹 80%, 치료하지 않은 그룹 50%로 자가 지방 치료 그룹의 완치율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당뇨발 환자는 치료비 부담이 클 것 같다?


당뇨발은 감각 이상만 있는 경증 환자부터 궤양까지 생긴 중증 환자까지 다양하다. 당뇨발 환자 중에서 절단까지 해야 하는 경우는 10% 정도 된다. 당뇨발이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치료비도 천차만별이다. 당뇨발로 입원까지 해야 할 정도라면 상태가 심각한 경우이며, 정밀 검사와 함께 혈관 이식 등 수술까지 해야 하는 경우라면 치료비는 크게 올라간다.

-당뇨병 환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의료선진국은 당뇨병 환자라면 매년 당뇨발 검진을 받는다. 우리와 인구 규모 등이 비슷한 이탈리아에 15년 전 출장을 갔을 때, 그곳에 당뇨발 전문센터가 200개가 넘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국내 환자들이 당뇨발 검사를 위해 어느 병원에 가야하는지 모르는 것과 대조가 된다. 대한당뇨발학회장에 취임하고 나서 당뇨발 전문센터 인증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병원에 교육 받은 의사나 전문 간호사가 있는지, 연구논문을 내고 있는지, 검사 장비들을 갖췄는지, 환자 진료시스템이 구축돼 있는지 등을 평가해서 인증을 해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때문에 심사를 못했지만 2년 전 고대구로병원, 순천향대 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건국대병원이 당뇨발 전문센터로 인증 받았다. 앞으로 당뇨발 전문센터가 확산 돼 많은 환자들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저변을 만들어 놓고 싶다. 정기적인 병원 진료와 함께, 당뇨병 환자는 평소 자신의 발을 잘 살피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발에 상처가 있는지, 발을 만져서 차가운지, 정상적인 피부 색깔인지 수시로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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