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순찰차 효과
아이폰이 출시되던 때만 해도 사이가 좋던 구글과 애플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내놓은 후부터 경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모든 경쟁이 그렇듯 외부의 적이 나타나면 협력관계로 바뀐다. 그들은 앱 스토어의 수수료를 내리라는 압력에 함께 대응했다. 애플은 아이폰 초기부터 외부 기업이 만든 앱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30%를 가져가는 것을 원칙으로 했고, 플레이 스토어를 운영하는 구글도 이 비율을 채택했다.
애플은 수익이 일정 수준 이하거나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할 경우 수수료를 낮춰 주었고, 그런 조건부 인하 조치가 나올 때마다 구글은 애플 같은 수준에 맞춰 주며 따라갔다. 하지만 지난주 구글은 애플에 앞서 인앱(in-app) 구독료에서 가져가는 수수료를 조건없이 15%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앱 시장을 복점(複占)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두 기업 중 한 곳이 물러서면 다른 한 곳도 오래 버티기 힘들어진다는 점에서 이들의 굳은 대오(隊伍)가 깨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제 더 이상 수수료 30%는 철옹성이 아니게 됐다.
구글은 왜 이런 조치를 자발적으로 취했을까. 지난 7월에 미국의 주 검찰들이 일제히 구글의 플레이 스토어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재판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8월에는 한국에서 소위 ‘구글 갑질방지법’까지 통과되면서 더 이상 버티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독점 규제의 필요성을 외치는 사람들이 주장하던 게 바로 이런 ‘순찰차 효과’다. 도로에 순찰차가 서 있기만 해도 과속 차량이 줄어드는 것처럼 정부가 소송에서 반드시 이기지 않아도 소송의 칼을 꺼내드는 것만으로도 독점행위가 줄어드는 것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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