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연결사회 공포 돌아보게 한 KT 통신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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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40여 분 네크워크 오류로 일상 멈춰
2018년 화재에도 필요한 대책 마련 안해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면 내 삶도 멈춘다. 간단한 검색은 물론 신용카드 결제와 증권 거래 등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서비스가 얼마나 쉽게 무력화할 수 있는지 목격하면서,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초연결사회가 얼마나 취약한지 역설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어제(25일) KT 서비스 장애가 경고한 현실이다.
25일 오전 11시 전후 40여 분 동안 인터넷 검색을 비롯해 상점의 결제 시스템, 증권거래 시스템 등 KT가 제공하는 대부분의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점심시간 오피스 상권의 배달 앱 주문이 끊긴 건 물론이고, 비대면 수업 중이던 대학생의 수업 참여 앱이 끊기는 등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됐다. KT는 처음엔 “대규모 디도스 공격 탓”이라더니 2시간여 만에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라며 정부와 추가로 구체적인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세력의 디도스 공격이든, 단순한 기술적 오류든 이번 KT의 서비스 장애는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 맞닥뜨린 편리한 초연결사회가 실은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우리가 얼마나 독점적 통신사의 서비스에 우리의 일상을 의존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런 서비스에 오류가 발생할 때 얼마나 큰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 직간접적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KT가 이를 제대로 대비하지 않아 국민 불편을 초래했다는 데 있다. 2018년 KT 서울 아현지사 화재로 우리는 이미 사회 곳곳의 인프라가 중단되는 경험을 한 바 있다. 화재는 10시간 만에 진압됐지만 이튿날까지 112 긴급전화 시스템조차 제대로 복구되지 않았다. 문제가 불거진 서대문구에 위치한 세브란스병원 등 병원·약국 역시 진료에 차질을 빚을 정도였다. 타사 통신망(SK텔레콤)을 예비로 두지 않은 탓에 치안은 물론 보건의료시스템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당시 정보기술(IT)에 대한 의존도가 사회 시스템을 해치지 않도록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지금 돌이켜 보니 결과적으로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IT 의존도가 높은 초연결사회일수록 예상치 못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범사회적 방안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KT는 이번 사태를 대충 봉합하려고 하지 말고 근본적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는 한편, 향후 벌어질 수 있는 여러 문제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만약 사이버 공격에 취약했다면 더욱 철저히 보완해야 하고, 불의의 사고로 인한 장애라면 미리 대안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어제처럼 국민이 무방비로 당하면서 불편을 겪는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기본을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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