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뒷바라지에도 공무원 관둔다는 언니, 이해 안가..내 잘못이냐"
어머니의 3년 뒷바라지로 어렵게 취직한 공무원 친언니가 퇴사한다는 말에 질책했다가 도리어 비난을 들었다며, 억울하다는 한 네티즌의 사연이 알려졌다.
25일 각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 공무원 언니에게 실수한 건가. 정말 모르겠다’라는 글이 확산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작성자 A씨는 “우리 집이 정말 가난한데, 엄마가 언니를 3년 넘게 뒷바라지했다. 내가 언니에게 못할 말 한 건가. 내가 잘못한 건가. 정말 모르겠다”며 공무원을 그만둔다는 언니와 다툰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A씨에 따르면 A씨 언니는 검찰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대화 내역에서A씨의 언니 B씨는 “결국 관두게 될 것 같다. 올해는 안 넘기려고 한다. 나도 이제 곧 서른 살이다. 다른 길을 찾을 거면 빨리 관둬야 한다. 공무원 더 오래 버틴다고 경력 인정해 주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A씨는 “진지하게 관두려고 하냐. 엄마가 3년 넘게 언니 뒷바라지했는데 속상하시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언니 B씨는 “내가 힘들어서 관둔다는데 그 얘기가 왜 나오냐”고 했다. A씨는 “상관없는 얘기가 아니다. 언니 공부할 때 아빠 일 못 하고 있어서 엄마가 평일엔 요양병원 일하고 주말엔 아르바이트하면서 언니 지원했다. 언니 임용되고 이제 2년도 안 됐는데, 관둔다고 하니 엄마는 속상하시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언니 B씨는 “엄마가 나 공시 뒷바라지한것과 내가 민원인에게 ‘개XX’ 소리 들어가면서 정신병원 다니고 더 못 버텨서 관두는 거하고 무슨 연관이 있냐. 왜 여기서 네가 엄마를 들먹거리냐”고 분노했다. A씨는 “검찰청에서도 민원인이 ‘개XX’ 거리는 줄은 몰랐다. 언니 정신병원 다니는 줄도 몰랐다. 왜 사람을 나쁜 사람 만드냐”고 했다. B씨는 “상식적으로 버틸 만한데 관두겠냐. 네 말대로 안 좋은 형편에 지원받아가며 3년 힘들게 공부해서 붙은 건데 내가 괜히 관두겠냐”라고 하며 A씨를 질타했다.
B씨는 “나 오후 10시에 퇴근한다. 이게 정상이냐. 이런 날이 한 달에 15번은 된다” “너만 효녀 아니다. 너만 자식 아니다”라고 하며 계속해서 A씨에게 서운함을 드러냈다. A씨는 “미안하다” “엄마 보니까 속상하고, 언니가 관둔다고 하니 갑작스러워서 내가 말실수한 것 같다”며 사과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언니 B씨가 이해된다는 의견을 낸 네티즌들은 “요즘 힘들어서 스스로 세상을 떠난 공무원도 많다. 언니가 힘들게 합격한 안정적인 일자리를 포기하려는 건 더는 버틸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워서 그런 걸 거다” “언니가 많이 불안하고 예민해 보인다. 글쓴이가 언니에게 힘이 돼 줬으면 좋겠다” “우리 회사에서도 최근에 직원 한 분 스스로 세상 떠나셨다. 그래서 언니에게 공감이 간다. 그분도 가족에게 ‘힘들다’ ‘그만두고 싶다’고 했는데 가족들이 ‘버티라’고만 해서 3개월 뒤에 그렇게 되셨다”고 말했다.
반면 언니 B씨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낸 네티즌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어려운 시국에 일을 왜 관두나.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나. 정 힘들면 휴직을 하면 되지 않나” “가난한 집에서 엄마가 아르바이트까지 해서 3년간 지원한 상황에서 ‘힘들면 얼른 그만둬라’ 소리가 어떻게 나오나. 나라도 엄마 이야기 꺼낼 것” “언니가 상황 설명을 제대로 안 해준 상태에서 동생이 저런 반응을 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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