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위한 펜트하우스? 모집공고 없는 백현동 수상한 23채

한은화 2021. 10. 25.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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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동 판교 B아파트 단지 옆 성남시가 기부채납받은 R&D 용지의 모습. 김원 기자

성남시가 백현동 구(舊)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적률을 4단계나 올려주는 대가로 민간사업자에게 토지를 기부받고 임대주택을 10% 가량(123가구) 의무적으로 짓도록 했지만, 이 임대주택은 분양전환이 가능한 민간임대주택으로 이 중 4가구가 전용 229㎡ 규모의 펜트하우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이 펜트하우스를 포함한 23가구의 임대물량은 지금까지도 임차인 모집 공고를 하지 않고 시행사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이 23가구가 로비용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 이전 부지(11만2861㎡)에 들어선 아파트는 1223가구 규모다. 이 중 1100가구가 일반분양분이고, 123가구가 민간건설임대아파트로 지어졌다. 민간업체가 분양가 규제를 피해 4년 후 분양할 수 있는 민간임대주택을 짓도록 성남시가 허가해주면서 내세운 명분은 ‘공공성’이다. 해당 부지는 개발과정에서 자연녹지에서 준주거로 이례적으로 용적률을 4단계나 상향했다.

백현동 식품 연구원 부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성남시는 종상향의 대가로 연구ㆍ개발(R&D) 용지와 공원 등을 민간업체로부터 기부채납 받으면서 모든 세대를 임대주택으로 지으려고 했던 계획을 분양으로 바꿨고, 일부만 임대로 남겼다. 2017년 6월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성남시 측은 “재개발이나 재건축 지역에서 임대아파트의 의무비율이 있기 때문에 그것과 유사한 사례를 비교해 부지 내에 임대 아파트 10%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조정해서 분양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공공성은 전혀 없는 '무늬만 임대 아파트'


하지만 재개발과 재건축의 경우 늘어나는 용적률만큼 공공임대를 기부채납으로 받는다. 공공이 소유하고 관리하는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임대는 성격이 다르다. 백현동의 경우 공공성은 전혀 없는 ‘무늬만 임대아파트’를 짓게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남시는 부지 절반을 R&D용지와 공원 등으로 기부채납 받아 이미 공공기여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성남시 도시계획과의 한 관계자는 “당시 민간임대를 공공기여로 포함시킨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성남시가 백현동에 아파트를 짓게 해 주는 조건으로 받은 옹벽 위 '공원'.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다. 김원 기자

하지만 성남시가 기부채납 받은 R&D용지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현재 공터로 방치돼 있다. 공원도 경사가 가파르고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사실상의 ‘맹지’에 위치해 아파트 입주민을 제외하면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부채납을 받을 때 결국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자산을 시가 잘 받아내는 것이 관건인데 공공 임대주택이 ‘0세대’라는 것이 선뜻 이해가 안 된다”며 “민간업체만 4단계 종 상향을 통해 엄청난 분양수익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4단계 종상향 혜택에 고분양가 노린 꼼수까지


민간임대 임차임 모집 공고 과정도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민간업체는 2017년 7월 아파트를 분양한 뒤 같은 달에 민간임대 임차인모집 공고도 했다. 전용 84㎡ 기준으로 보증금 5억원에 월 임대료 60만~70만원 선이다.
경기 성남시 백현동 구(舊)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지어진 아파트 전경. 함종선 기자

그런데 123가구 중 100가구만 공개 모집했다. 나머지 23가구는 아직도 시행사가 보유하고 있다. 이 중 4가구는 전용 229㎡ 규모의 펜트하우스다. 이 물량을 놓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성남시 측은 “민간임대주택 임차인 모집 공고는 행정관청 신고 및 승인 사항이 아닌데다가 공개모집의 의무도 없다”며 “시행사 측에 확인해보니 23가구는 아직 공급되지 않았고, 공급계획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백현동 아파트처럼 한 단지 안에서 일반분양과 민간임대가 섞인 경우는 아주 드문 경우로 본다.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처럼 고급주택을 분양할 때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단지 전체를 분양전환용 민간임대로 공급한 경우는 있다. 고분양가를 노린 일종의 꼼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 상향 혜택을 주는 대신 상당 부분 공공성을 확보했어야 할 사업에서 성남시가 이런 식의 사업승인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고 지적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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