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 '너를 닮은 사람', 시간 순삭의 비결
JTBC 수목극 ‘너를 닮은 사람’의 연출을 맡은 임현욱 감독이 ‘팬데믹 시대’의 어려움 속에서도 수려하게 표현된 아일랜드 장면의 촬영 비화, 그리고 주인공들이 직접 부딪히지 않아도 액션신 못지 않게 강렬한 텐션으로 ‘시간 순삭’을 이뤄낸 비결에 대해 25일 밝혔다.
지금까지 4회가 방송된 ‘너를 닮은 사람’은 매 회 새로운 미스터리와 서늘한 반전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 주 방송에서는 주인공 고현정(희주)과 김재영(우재)이 과거 아일랜드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들 호수를 키우면서 함께 살았으며, 고현정이 김재영 몰래 여권을 챙겨 호수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4회 엔딩에서는 아일랜드에 남겨졌던 김재영이 고현정 앞에 극적으로 돌아왔다.
이러한 충격적인 스토리가 펼쳐지는 동안, 고현정과 김재영이 서로 사랑했던 장소인 아일랜드의 풍광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강탈했다. 임 감독은 “아일랜드는 희주와 우재의 사랑이 가장 뜨거웠던 공간이며, 두 사람이 파국으로 치달았던 곳이기도 하다”며 “머나먼 유럽 어딘가에 있는, 낯설고 황량한 이미지의 나라 ‘아일랜드’라는 공간이 너무 중요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그 중요한 아일랜드를 화면에 구현하는 것은 코로나19로 해외 촬영이 힘들어진 상황에 쉽지 않았다. 임 감독은 “아일랜드가 아닌 다른 나라로 설정을 바꿔야 할지, 국내로 바꿔야 할지를 고민했지만, 역시 아일랜드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아일랜드라는 나라의 이미지, 정서를 화면 속으로 가져오기 위해 할리우드 영화 작업을 주로 하는 아일랜드 현지 프로덕션과 함께 아일랜드 전역을 돌며 촬영했다”고 밝혔다.
물론 전체 촬영이 아일랜드에서 진행되지는 않았다. 제작진은 한국에서 진행할 수 있는 분량의 촬영을 위해 한국에서 가장 아일랜드와 비슷한 지형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이 역시 아일랜드 현지 촬영 못지 않게 어려운 작업이었다. 임 감독은 “드라마의 중반부로 가면 갈수록 희주와 우재의 아일랜드 시절 장면이 본격적으로 많이 나온다”며 “아일랜드의 슬라이고, 모허 절벽 등에서 촬영한 영화 같은 장면들은 기대하셔도 좋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임 감독은 시청자들에게서 ‘시간 순삭’, ‘러닝타임이 너무 짧다’는 반응이 나올 때 가장 뿌듯하다고 밝혔다. 모든 것을 가진 듯하지만 사실은 불안한 여자 고현정과, 김재영과 약혼한 사이였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지면서 껍데기만 남은 여자 신현빈(해원)가 마주할 때마다 “긴장된다”, “숨막힌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임 감독은 “실제로 촬영할 때도 주인공 두 사람이 나오는 장면은 ‘몸이 부딪히지 않더라도 이건 액션 신’이라고 생각하며 찍었다”며 “두 주인공 사이의 텐션이 드라마가 진행되면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밝혀질수록, 캐릭터들의 ‘선악’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 또한 ‘너를 닮은 사람’의 특징이다. 임 감독은 “시청자들이 희주, 해원을 비롯해 모두 다 다른 주인공들을 응원하더라”며 “제각각인 주인공들의 서사를 다 이해하고 감정이입을 해 주는 것 같아 연출자로서 뿌듯했다. 앞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누굴 응원하게 될지 더 깊은 고민에 빠질 것”이라고 더욱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예고했다.
‘너를 닮은 사람’은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 30분 방송된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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