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독립영화 불모지 개간중인 '목포독립영화제'
[성하훈 기자]
▲ 10월 22일~24일까지 열린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폐막작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상영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
ⓒ 성하훈 |
지역의 독립영화는 어떻게 생존해야 할까?
지난 10월 22일~24일까지 개최된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는 대도시권이 아닌 중소도시에서 독립영화인들이 어떻게 생존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코로나19로 영화산업 전체가 어려워지면서 독립영화관들도 힘든 시간을 이어가는 중이다. 인구 100만의 창원에서 유일한 독립영화관이었던 씨네아트리좀은 지난 8 월초 휴관에 들어갔고, 제2의 도시 부산은 지난 정권의 블랙리스트 여파로 독립예술영화관들이 잇따라 문을 닫은 후 대체할 극장이 생겨나지 않고 있다.
▲ 영화관이 생기기 전 건물 옥상 등에서 진행됐던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
ⓒ 시네마MM 제공 |
2014년 시작된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는 100만 원의 예산으로 시작된 영화제였다. 집행위원장 정성우 감독은 "성당 강당이나 옥상, 뮤지션들이 다녀가던 공간에서 작지만 소중한 영화제를 만들어 갔었다"며 "예산이나 장소도 마땅치 않아 여러 곳을 옮겨 다니다가 극장을 만든 이후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과 목포시의 지원이 더해져 지역의 대표적인 독립영화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는 한반도의 남단에서 개최되는 작은 영화제만 목포에서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국도 1호선의 출발점으로서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폐막작이었던 다큐멘터리 영화 김철민 감독의 <나는 조선사람입니다>는 일본에서 살아가는 동포들의 시선 속에 두 개의 나라로 나뉘어진 현실을 조명하고 있었다.
▲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폐막작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정성우 집행위원장과 김철민 감독 |
ⓒ 성하훈 |
올해 상영작은 개막작 단편 3편과 폐막작을 포함해 모두 29편이었다. 300편이 넘는 공모작 중에서 추린 영화들이다. 수도권 외에 강원과 전주, 대구 등 지역에서 단편 영화들이 여러 편 선보였다. 지역의 창작활동 지원에 방점을 둔 프로그램 선정이었다.
8월에 예정했던 행사를 코로나19로 인해 10월로 연기한 것이지만 3일 동안 10회 상영회차에 300명이 넘는 관객이 찾아 지난해 250명 정도의 관객이 찾았던 것과 비교해 20% 정도의 성장세를 이뤄냈다. 코로나로 인해 한 회 상영당 39명 정도만이 입장할 수 있는 극장 여건에서 매해 30명 이상 관객이 찾은 것은 특별한 성과다. 영화제가 독립영화 불모지를 조금씩 개간하고 있는 것이다.
영상, 웹드라마 제작, 마을 축제 개최
목포독립영화의 생존비결은 옛 '며느리 설화'와 비슷하다. 정승 집에서 며느리를 구하면서 쌀 한 말로 하인 두 명과 한 달을 버티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이를 통과한 여인의 비결은 부지런히 일거리를 구해와 생활을 이어간 것이었다.
적은 인구수의 도시에서 독립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특별하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협동조합을 구성한 목포독립영화인들은 지역에서 필요한 영상 제작물을 만들며 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제 역시도 철저히 지역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 목포독립영화관 씨네마MM이 주도한 웹드라마 촬영 현장 |
ⓒ 씨네마MM 제공 |
최근에는 전남 수묵비엔날레의 홍보를 위해 웹드라마를 제작하기도 했다. 짧은 광고 하나 제작하면 그만인 예산을 받아 한 단계 확대한 것이다. 정성우 감독은 "웹드라마 제작을 통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상인력들이 함께 참여하고 경험을 쌓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분치 않은 제작비지만 여러 곳의 도움과 후원 속에 웹드라마를 제작했고, 처음 바람대로 지역에서 영상을 배우려고 하는 젊은 친구들은 이번 제작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어 너무나도 좋은 기회였다고 만족해했다. 정성우 감독은 "우리 지역 대부분의 영화 제작 현장들은 공간만 활용되고 인력은 전혀 참여하지 못하는 모습에 이번의 제작과정은 정말 값진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로운 만호'라는 이름으로 만호동 일대에서 2주간 펼쳐지는 마을 페스티벌 역시 목포독립영화관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영화상영과 전시, 음악콘서트 등으로 구성된 올해 축제는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와 함께 곁들여지며 호응을 얻었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지역 주민을 위한 무료상영 역시, 지역과의 유대를 강화하며 인기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영진위 지역영화네트워크허브 지원사업에 선정돼 순천과 목포를 오가며 관련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정윤철 감독과 김초희 감독, 정미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 등이 강사로 나섰고, 신청자도 많은 데다 열기 또한 뜨거웠다.
별다른 대책없이 지원금이 끊겨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독립영화 공간들과 비교하면 목포의 생존방식은 특별한 셈이다.
▲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 폐막식에서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는 영화제 스태프와 자원봉사자들 |
ⓒ 성하훈 |
물론 여러 고민도 존재한다. 정성우 감독은 "어떤 지역이든 문화예술의 장기적 비전과 가치에 대한 철학이 없으면 결국 제자리에 불과하다"며 "시네마MM의 문화사업들이 지원사업 공모를 통해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가 살길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나가야 하는 지금의 현실이 참으로 냉혹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주위에서 협동조합 시네마MM이 참 하는 일이 많다고 하는데, 그 많은 일을 해야만 유지할 수 있어 어쩔 수가 없다"며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갈수록 닳아져 버리는데, 그래도 우리는 다시 준비하고 영화를 상영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나마 "지역에 영화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를 처음 방문한 김상화 부산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목포 독립영화인들의 열정을 보니 1999년 부산에서 독립영화협회를 만들고 독립영화제를 만들던 때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지역을 중심에 두고 독립영화 저변 확대에 열성적인 활동을 펴고 있는 목포 독립영화인들에게 격려와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KT 1시간 먹통'에 점심시간 대혼란.. "결제 안돼 경찰서 갈뻔"
- 지사에서 후보로.. 이재명이 "매우 자신있다" 한 것
- 지역 인구 감소 막으려면.. "좋은 일자리에 여성 채용해야"
- 한 달에 100여명씩 사직.. "#덕분에 챌린지 말고 일할 간호사 필요"
- 수능 준비하는 대안학교 졸업생 아들.. 씁쓸합니다
- 윤석열 지지자들의 이중성
- "세 놈과 한 년이 기척도 없이 방에.." 제가 당사자입니다
- 이재명 "황무성 사퇴 압박? 전혀 사실 아냐"
- 낙동강서 사라졌던 멸종위기종 '흰수마자', 나타났다
- 윤석열 "전두환 이름 석자만 들어도 힘들어할 분들 생각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