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도 머리 기른다.."간부와 차별 철폐"에 "그래도 군대인데" 우려도

김성훈 2021. 10. 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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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두발 규정 개선안 추진
"병사 차별 말라" 지적에 개선안 마련
예비역 "군 특수성 감안해야" 목소리
병사들이 25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인근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 당국이 이르면 다음 달부터 간부와 병사 간 두발 규정에 차별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병영문화 개선의 일환으로, 군 계급과 신분에 차별적 요소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지난해부터 감지돼온 병사 두발 규정 완화 움직임에 일부 예비역을 중심으로 ‘군 기강 해이’ 등을 우려하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국방부가 ‘장병 인권 개선’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25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국방부는 장병 두발 규정 관련 가이드라인이 담긴 지침을 조만간 전군에 하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각 군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개선안을 취합했으며 막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지침이 하달되면 각 군은 관련 규정을 개정해 곧바로 시행하게 된다.

군이 추진하는 두발 규정 개선안의 핵심은 간부와 병사 간 두발 길이와 형태에 차등을 두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병사의 새로운 두발 길이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재는 육군 남성 간부와 병사들 간에 두발 차별화가 시행되고 있다. 육군 남성 간부의 경우 윗머리를 길러 가르마를 탈 수 있는 ‘간부 표준형’ 머리와 윗머리 3㎝ 내외, 옆머리 1㎝ 이내로 잘라야 하는 ‘운동형’(스포츠형) 머리 모양 중 한 가지를 택할 수 있다. 그러나 병사들은 스포츠형으로만 잘라야 한다.

개선안이 통과될 경우 해병의 상징인 이른바 ‘돌격 머리’를 고수할 이유도 없어진다. 해병대의 경우 간부는 앞머리 5㎝·귀 상단 2㎝ 이내의 ‘상륙형’, 병사에게 앞머리 3㎝·귀 상단 5㎝ 이내의 ‘상륙돌격형’이 적용된다. 규정이 바뀌게 되면 병사들도 옆머리를 남기는 간부형 머리로 자를 수 있게 된다.

이런 변화는 계급·신분에 따라 복무 규정을 달리 적용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비판이 지속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에는 ‘군 계급에 따른 두발 규정 개선’에 대한 진정이 접수됐다. 이후 ‘차별 행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국방부 측에 전달됐고, 각 군은 두발규정 개선을 위한 내부 논의를 진행해왔다.

서욱(오른쪽) 국방부 장관과 박은정 민관군 합동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관군 합동위 대국민 보고 및 해단식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간부와 병사 간 차이를 허무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맞서면서 논의는 추동력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들어 부실 급식 문제와 성추행 피해 여성 부사관 사망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병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통령 지시로 출범한 민관군 합동위원회가 지난 13일 활동을 마무리하며 두발 규정 단일화 내용이 담긴 권고안을 내놨고, 국방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 됐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민관군 합동위에서 작전이나 훈련 등 부대별로 상이한 임무 특성을 고려해 각 군별로 두발 규정을 검토하도록 권고했다”며 “개선안을 검토 중이지만 시행 시점이나 방식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군이 달라진 병영 분위기와 두발 규정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육군 현역 간부는 “이미 일선 부대에서는 병사들이 규정보다 더 긴 머리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인권 탄압’이 될 수 있어 조치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다”면서 “달라진 규정을 놓고 병사와 간부가 마찰을 빚는 상황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남영신(가운데) 육군참모총장이 지난 13일 육군본부 국정감사 현장점검에서 '전투화 신속착용 패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육군 제공


한편 군은 두발 규정 외에도 곳곳에서 간부와 병사의 차별을 없애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육군은 이달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전계급 피복류 단일화와 목욕탕 공동 사용 등을 담은 병영 생활 혁신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계급 격차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군 특수성을 무시한 조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예비역 영관급 장교는 “전투를 위해 존재하는 군 조직이 신속한 전투와 부대 위생 관리를 위해 유지해온 스포츠머리를 사회변화를 이유로 바꾼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계급을 기반으로 하는 전시 지휘체계의 확립을 위해서라도 평등을 조직의 최우선 가치에 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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