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생산직 3만 현대차, 신규채용 100명뿐..노사담합에 막혔다
생산직 근로자가 3만명에 달하는 현대자동차가 매년 생산직으로 신규 채용하는 청년은 100명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자동차는 10여 명만 뽑을 때도 있었다. 대신 퇴직자를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며 생산직 규모를 유지했다. 노사가 임금·단체협상을 통해 이런 별도 합의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경준(국민의힘) 의원실이 현대차와 기아차로부터 근로형태별 퇴직자 및 재취업 현황을 제출받은 결과다.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두 회사의 근로자 수 대비 신규채용, 사내 협력사 특별채용, 퇴직자 수, 퇴직자 중 재계약자 수 등이 담겨 있다.
이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근로자는 2015년 5만3537명에서 올해 8월 현재 6만143명으로 12.3% 불어났다. 이 가운데 사무직이 2만7337명, 생산직이 3만2806명이었다. 한데 신규채용 인원은 사무직은 매년 1000~1300명 정도였으나 생산직은 100명 안팎에 그쳤다. 한 해 생산직의 정년퇴직자는 420~2000여 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생산직 근로자 수는 늘 3만1000~3만3000여 명 선을 유지했다.
퇴직에 따른 자연 감소분을 고려하면 100명가량 신규채용해서 생산직 근로자 규모를 유지하기 힘들다. 비결은 퇴직자 재고용과 사내협력사 특별채용에 있었다.
2015년부터 현대차는 사내협력사 인력을 특별채용 형태로 매년 1000명가량 생산직 정규직으로 편입했다. 이는 현대차 공장 안에서 일하던 협력사 직원에 대한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된 결과다.
주목을 끄는 대목은 정년퇴직자 재고용이다. 현대차 노사는 임금·단체교섭을 하며 별도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정년퇴직자 재고용과 관련된 조항이 들어있다. 이 합의서에는 '대량 퇴직에 따른 (생산)라인 운영의 안정화를 위해 시니어 촉탁제도를 확대 운영한다'고 돼 있다. 결격 사유가 없으면 6개월 단위로 계약직 근로자로 재고용한다는 내용이다. 원래 근무하던 소속 부문에 배치가 불가능하면 다른 부서로 돌려서라도 재고용하게 돼 있다.
이 합의에 따라 2018년부터 정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근로자를 재고용했다. 올해 8월 현재 (2021년 말 기준) 정년퇴직자 2003명 중 73%인 1475명을 계약직으로 다시 고용했다. 올해 신규채용 규모인 102명의 14배가 넘는 규모다. 지난해에도 1622명의 퇴직자 중 절반가량인 857명이 재고용됐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최근 생산공장 재고용과 관련 '1960년생 시니어 촉탁 전형 결과 지원자 1543명 중 7명만 불합격해 재고용되지 못했다'고 조합원에게 알렸다. 탈락자는 중증 질환과 같은 건강 등 근무결격 사유가 있는 근로자다. 사실상 재고용을 희망하면 전원 재고용 됐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정규직 생산 근로자를 새로 뽑지 않는 대신 계약직을 늘리면서 현대차의 비정규직(계약직) 충원 규모는 2015년 3000명에서 지속해서 증가해 올해는 5000명을 넘어섰다.
반면 사무직에 근무하던 정년퇴직자는 노사 합의에 포함되지 않아 한 명도 재고용되지 못했다. 현대차의 사무직원 신규채용은 매년 1000~1300명 규모로 실시됐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생산직 근로자가 2만3000명에 달하지만, 신규채용은 2019년 24명, 지난해 19명, 올해 82명에 그쳤다. 올해 말 기준 정년퇴직 생산직 542명 중 58%인 313명이 재고용됐다.
유 의원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역대 최대 매출과 순이익을 기록하며 순항하지만 정작 청년 신규채용은 노사 담합에 막혔다"며 "강력한 노조의 우산 속에 기존 노조원은 퇴직 뒤에도 일할 자리를 얻지만 청년들은 취업문이 닫혀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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