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위한 뉴질랜드의 마지막 한수..조폭과 손잡다
‘코로나19 제로’ 전략을 포기하고 ‘위드코로나’로 방향을 튼 뉴질랜드 정부가 의외의 방역 전략을 시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뉴질랜드판 조직폭력배인 ‘갱단’과 손을 잡은 것이다. 방역규제 완화를 위한 전제조건 ‘백신 접종률 90% 달성’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뉴질랜드 정부가 백신 접종률 속도를 높이기 위해 거리의 갱단에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접종 센터에 조폭들이 오가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이들의 정체는 ‘백신 접종 특사’다. 지난 6일 저신다 아던 총리가 임명한 이들은 백신 정보가 부족한 원주민들을 설득해 센터로 데려오거나, 의료진을 원주민 거주지로 안내한다. 우락부락한 체구에 온몸을 문신으로 뒤덮고 있지만, 접종 센터를 찾은 주민들에게는 한없이 친절하다.
겉으로 보면 백신 접종에 앞장서는 정부 친화적 단체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본업은 조폭이다. 1960년대 도심으로 이주한 원주민 ‘마오리족’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 조직은 현재 각 지역과 해외에서 지부별로 활동한다. 경찰 추산에 따르면 몽렐 몹 등 갱단에 몸담은 인구가 전국 약 8000명에 이른다. 뉴질랜드 갱단이 마약 밀매·강도·살인·매춘·인신매매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탓에, 정부가 이들 조직 소탕을 위한 별도 예산을 따로 편성할 정도였다.
하지만 뉴질랜드가 백신 접종 속도전에 나서면서 위상이 달라졌다. 백신 접종률 90% 달성을 위한 마지막 열쇠를 쥔 귀한 몸이 됐다. 현재 뉴질랜드의 1차 접종률은 전체 인구의 86%. 접종률 4%만 끌어올리면 ‘위드코로나’에 진입할 수 있다. 문제는 이 4%의 상당수가 정부 불신이 큰 갱단과 마오리족이라는 점이다.
실제 현재 코로나19 확진자의 83%가 갱단과 마오리족이다. 이들의 백신 접종률은 56%에 그치고 있다. 이 벽을 넘지 못하면 백신 접종률 90% 목표 달성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상황 타개를 위해 정부가 갱단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최근 코로나 19 확산 조짐에 놀란 조직원들이 이에 응하며 일종의 ‘휴전 협상’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특사로 임명된 갱단 조직원들은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을 순회하며 원주민의 백신 접종 홍보에 나서고 있다. 대신 정부는 이들의 오클랜드 국경 검문 면제권과 활동비 명목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당장 효과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는 게 보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라딘클리포드-리드스톤 태평양보건 담당은 “마오리족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갱단과 그 주변 인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를 느낀 일부 조직원의 자발적 홍보도 이어지고 있다. 백신 관련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 조직원 해리 탐은 “갱단은 SNS에 떠다니는 음모론과 가짜뉴스에 의존하기 때문에 더 큰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라며 “건강 정보만큼은 전문가와 정부의 공공 발표에 따라야 한다는 게 조직 지도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크리스 힙킨스 코로나19 대응 장관은 갱단 지도자를 백신 접종 전략에 영입하기로 한 결정은 이례적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우리 앞에 높인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것”이라며 “정부와 갱단의 윈-윈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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