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KT 구한 호잉의 허슬, 기대 효과 '충족'
"수비가 좋은 선수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숭용 KT 단장이 제라드 호잉(32)을 영입한 직후 전한 평가다.
KT는 지난 6월 부상으로 이탈한 조일로 알몬테를 방출하고, 2018~20시즌 한화에서 뛰었던 호잉을 대체 외국인 타자로 영입했다. 호잉은 올 시즌 미국 무대에서 실전 경기를 많이 치르지 못했다. 타격감 회복은 변수였다. 하지만 이 단장은 우측 외야를 고정으로 맡아줄 선수가 가세한 효과에 더 큰 기대를 걸었다. 수비력이 향상될 수 있고, 다른 야수의 활용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봤다. 수비력이 좋지 않았던 알몬테는 주로 지명타자로 나섰고, 베테랑 타자 유한준과의 공존 문제가 있었다.
호잉은 24일 수원 키움전에서 KT가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증명했다. 환상적인 수비로 무너질 위기에 있던 팀을 구했다.
상황은 이랬다. KT 선발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1회 초 윌 크레익에게 적시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준 뒤, 2사 1·2루에서 박병호에게 볼넷까지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후속 타자 전병우에게는 우측 방면 안타성 타구를 허용했다. 맞은 순간 2루타가 예상됐다. 하지만 호잉이 공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고, 몸을 날려 이 공을 잡아냈다. KT 더그아웃이 환호했다.
KT는 이전 5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삼성에 1위를 내주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키움전도 선취점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전병우의 타구가 외야로 빠졌다면 대량 실점이 불가피했다. 호잉의 호수비 덕분에 초반 기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었다. 데스파이네도 2회부터 안정을 찾았고, 7회 2사까지 실점 없이 호투했다. 호잉이 투수 멘털 관리에도 기여했다.
호잉은 5회 초 키움 선두 타자 예진원의 우중간 2루타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깔끔한 '펜스 플레이'로 주자를 잡아내는 데 기여했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중계 플레이에 가담한 2루수 박경수에게 송구했고, 그가 3루 송구로 예진원을 잡아냈다. 데스파이네도 무사 3루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KT는 이 경기에서 7-1로 승리했고, 삼성과의 승차를 0.5경기로 좁혔다.
호잉은 후반기 출전한 63경기에서 우익수로 517이닝을 소화했다.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를 과시했다. 보살도 이닝 대비 많은 편인 4개를 기록했다. 이강철 감독도 "타구 판단과 (타구를 향해) 첫발을 떼는 속도가 확실히 좋은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KT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있다. 단기전은 수비 실책 1개로 경기 흐름이 바뀔 수 있다. 수비에서 나올 수 있는 변수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호잉이 지키는 KT 우측 외야는 안정감이 있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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