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KT발 통신먹통에 피해 속출.."원인은 '디도스' 아닌 '설정오류'"

조슬기나 2021. 10. 2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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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KT의 유무선 인터넷망이 마비되며 전국 각지에서 피해 사례가 속출한 가운데, 디도스가 아닌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가 접속 장애 원인으로 확인됐다.

KT는 25일 오후 2시30분경 공식 입장을 통해 "통신 장애로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초기에는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해 디도스로 추정했으나 면밀히 확인한 결과 라우팅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날 접속 장애는 오전 11시20분께부터 약 40분간 서울과 수도권, 충청·호남권은 물론 제주도까지 전국에 걸쳐 나타났다. 이후 정오께 복구 됐으나 불안정한 모습은 여전하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전 11시56분 정보통신사고 위기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한 상태다. 과기정통부는 "사고 원인을 심층조사하고, KT로 하여금 이용자 피해현황을 조사토록 조치했다"며 "사고원인 조사 후 재발방지대책 등 후속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각지에서는 통신먹통에 따른 피해가 속출했다. 인터넷 접속은 물론, 일부 지역에서는 휴대전화 통화마저 차질을 빚었다. 특히 점심시간을 앞두고 KT망을 사용하는 식당 등 상점에서는 결제시스템, QR인증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모습도 다수 확인됐다.

당산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가장 주문이 몰리고 바쁜 시간에 먹통이 됐다"며 "뭐가 문제인지, 언제 복구되는지 안내 하나 없어서 더 답답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평소보다 점심시간대 주문 수가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며 "카드 결제가 안되니 계좌이체, 현금으로 겨우 겨우 받았다"고 덧붙였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배달 앱으로 식사를 주문하려고 했던 한 모씨 역시 "식당의 전산시스템 마비로 주문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식당 출입 시 거쳐야 하는 QR 인증 등이 제대로 되지 않아 길가에서 줄이 늘어서는 등 혼선도 확인됐다. 수기 출입명부를 준비해놓지 않은 일부 식당의 경우 부랴부랴 연락처 등을 작성할 명부를 내놓기도 했다. 출입 등록을 위한 통화마저 원활하지 않았다. 성신여대 인근에 거주하는 KT 무선가입자 정모씨는 "수차례 통화 발신을 시도했으나 ‘서비스 가능 지역이 아닙니다’라는 안내만 떴다"고 말했다.

사무실에서도 업무 마비 사태가 잇따랐다. 일부 직장인들은 사실상 일손을 놓다시피 하고 일찌감치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몇몇은 급한 업무 처리를 위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타사 휴대폰 테더링을 연결하기도 했으나, 접속해야하는 회사 시스템이 KT서버를 기반으로 한 경우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KT 망을 사용하는 언론사들의 기사 또한 이 시간동안 포털에 노출되지 못했다.

인터넷 상에는 KT 먹통사태를 두고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특히 초 단위, 분 단위 거래가 중요한 주식 거래자들은 "강제 휴일이 됐다", "작전하기 좋은 타임", "방금 팔아야 하는데 못팔았다"며 혼란스러움을 토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애플리케이션에 "KT 인터넷 접속 장애로 KT 통신사를 이용하시는 고객 접속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쇼핑몰을 운영 중인 배 모씨는 "가장 안정적이고 패키지로 사용하기 제일 저렴하단 이유로 KT를 택했는데 당혹스럽다"며 "인터넷 기반의 사업체인데 인터넷이 안되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언급했다.

개인 스마트폰부터 집 인터넷까지 결합상품을 사용 중인 이들 중에는 갈아타기를 검토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KT를 오래 사용했는데 때가 된 것 같다"며 "후속 조치가 제대로나 될 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번 먹통 사태는 우리 사회의 인터넷 의존이 얼마나 큰지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이 다수 이뤄진 만큼 더욱 파장이 컸다. 한 대학생은 인터넷에 "줌 수업 중이었는데 교수님과 동기들이 동시에 사라졌다"며 "모두 KT 가입자"라고 글을 올렸다. KT 역시 이날 인터넷 망이 마비되기 직전인 11시께 까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줌을 이용해 온라인 인공지능(AI) 간담회를 개최했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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