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흔들리는 두산, 불펜으로 4위 수성 도전

선발이 불안한 두산이 잔여 시즌 불펜 싸움으로 4위 수성에 나선다.

2021프로야구 KBO리그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의 더블헤더 2차전 경기가 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선발 현도훈이 조기강판한 가운데 최승용이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두산은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3-3으로 비겼다. 선발 투수 현도훈이 ⅓이닝 2피안타 2볼넷 3실점으로 무너졌지만, 불펜진이 총동원돼 실점 없이 남은 이닝을 막아냈다. 불펜진의 호투에도 타선이 8회까지 2득점에 그쳤지만, 9회 말 2사 양석환의 대타 홈런이 터지면서 경기를 무승부로 마쳤다. 5-4로 승리한 1차전에 이은 더블헤더 1승 1무. 두산은 4위 복귀와 함께 올 시즌 LG 상대전적도 7승 6패 3무로 마무리했다. 순위는 LG보다 낮지만, 라이벌팀 상대로 6년 연속 우세를 이어갔다.

24일 SSG에 4위를 뺏겼던 두산은 이날 더블헤더를 앞두고 총력전을 예고했다. 1차전 선발은 믿을 수 있는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였지만, 2차전은 대체 선발인 현도훈이 등판해 긴 이닝을 맡기기 어려웠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미란다가 등판하는 1차전이든 아닌 2차전이든 잡고 싶다. 한 경기, 한 경기를 다 잡으려고 해야 한다”며 “경기 도중 상황마다 작전도 달라질 수 있다. 필승조를 다 대기시켜 투입할 생각”이라고 했다.

더블헤더 두 경기에서 모두 선발이 버티지 못했다. 1차전에서는 믿었던 미란다가 제구 난조로 4⅓이닝 2실점에 그쳤다. 네 명의 불펜 투수가 동원됐다. 마무리 투수 김강률이 블론 세이브를 범했지만 9회 말 끝내기 득점이 나오면서 승리를 가져갔다.

2차전은 더 심각했다. 직전 경기였던 17일 KIA전에서 5이닝 3피안타 2볼넷 2실점으로 호투했던 현도훈은 이날 ⅓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하고 3실점했다. 볼넷 2개를 주고 시작했고, 희생 플라이를 제외하면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지 못했다. 결국 두산 벤치는 1회 바로 선발 교체를 단행했다.

과감한 투수 교체가 성공했다. 1회 1사에 마운드를 이어받은 최승용을 시작으로 7명의 불펜 투수가 등판해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마운드를 지켰다. 최승용(1⅔이닝), 김명신(2이닝), 이승진(2⅔)이 긴 이닝을 소화하며 선발의 빈자리를 대신했다. 이교훈(⅓이닝), 이현승(⅔이닝), 권휘(⅓)는 짧은 이닝을 나눠 던지며 뒷문을 잠갔다. 여기에 필승조 이영하가 9회 초 등판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2경기에서 불펜진이 소화한 이닝만 13⅓이닝에 달했다.

불펜만으로는 점수 차를 줄일 수 없다. 김강률이 블론 세이브를 범했던 1차전에 승리한 건 정수빈의 3루타와 박건우의 끝내기 땅볼 덕분이었다. 2차전 무승부 역시 양석환의 대타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선발이 무너진 경기를 잡아낸 데에는 불펜진의 공헌이 컸다. 리그 불펜 1위(구원 평균자책점 3.34)인 LG와 불펜 맞대결을 펼친 끝에 판정승을 거뒀다.

불펜 싸움은 남은 시즌 두산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믿었던 미란다-최원준-곽빈이 최근 등판에서 모두 5이닝 이하를 소화하고 흔들렸다. 대체 선발 역시 확실한 카드가 없는 만큼 남은 다섯 경기에서 선발 투수의 긴 이닝 소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 26일부터 치러지는 키움-SSG와 경기에서 시즌 순위가 좌우될 수 있다. 선발이 다시 흔들린다면 총력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차승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