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록 밴드 다 죽었다고 누가 그래? [슈퍼밴드2] 우승팀 크랙실버

2021. 10. 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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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밴드2> 의 대장정이 끝난 뒤, 새로운 활동의 시작점에 선 두 팀을 만났다.
(대니리)재킷, 티셔츠, 팬츠, 목걸이, 스니커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싸이언)재킷, 티셔츠, 팬츠, 초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빈센트)가죽 재킷 72만5천원, 앵클부츠 36만3천원 모두 올세인츠. 티셔츠 가격미정 존 바바토스. 선글라스,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머리에 두른 스카프 본인 소장품. (윌리K)재킷, 티셔츠, 목걸이,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은철)데님 팬츠 24만9천원 캘빈클라인 진. 레이스업 슈즈 가격미정 오프화이트. 가죽 재킷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인터넷에 ‘크랙샷’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빈센트 횟집’도 나오는 거 아세요?

빈센트방송에서 제 본업이 일식집 요리사로 나왔는데 그게 와전됐어요. 단순한 일식집입니다. 심지어 횟집 사장으로 알고 계신 분들도 있는데, 그랬으면 제가 밴드를 안 하고 있겠죠.(웃음)

다른 멤버들도 생업이 있나요?

대니리 저는 동대문 쪽에서 의류 관련 일을 3년 정도 했어요. 주6일 근무라

쉽지 않았죠. 결선 1차 ‘Home Sweet Home’ 무대 끝난 뒤에 그만뒀어요.

싸이언 저는 아직 학교를 졸업 안 해서요. 고민이 많지만 〈슈퍼밴드2〉로 생각보다 큰 성과를 거둬 학교로 돌아갈 일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은철 씨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데, 프로듀서 오디션에서 ‘Joker’라는 제목의 록 스피릿 가득한 자작곡을 선보였죠.

오은철(이하 ‘은철’) 사실 클래식을 전공하기 전 어릴 적 꿈은 로커였어요. 그런데 어머님이 반대하셔서 대신 안전하고 좀 ‘있어 보이는’ 클래식을 공부하게 된 거죠. TMI지만 어머님이 초등학교 교사시거든요.(웃음) 클래식 공부하고 활동하면서도 저는 계속 록 밴드를 하고 싶었어요. 〈슈퍼밴드2〉에서 크랙샷의 공연을 보면서 ‘와, 이게 진짜 록이구나’, ‘나도 저기 껴서 뭔가 같이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환호하다가 목에 사레 들리는 모습이 방송됐는데, 정말 진심이었거든요.

실제로 오랙샷(오은철+크랙샷) 결성 이후 윌리K 씨가 오은철 씨를 “음악적 소울메이트”라 표현해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낳았죠.

윌리K 이번 시즌에 록 음악을 좋아하는 참가자가 거의 없더라고요. 몇 안 되는 친구 중에 은철이가 프로필에 “시네마틱한 록, 웅장한 록 음악을 하고 싶다”라고 써놨길래 제가 그 프로필을 접어서 표시해놨거든요. 그러고 나서 오디션 영상을 봤는데 연주나 표현, 표정까지 제가 딱 원했던 캐릭터였어요. 제가 크랙샷을 제외한 참가자 중에 유일하게 말 걸었던 친구도 은철이였죠. 같이 해보고 싶다고. 근데 안 믿더라고요, 그 당시엔.(웃음)

은철 형들 생긴 게 워낙 무섭잖아요.(웃음)

〈슈퍼밴드〉에 지원한 사람이라면 록 음악은 기본으로 깔고 가는 줄 알았는데, 의외네요.

대니리 전혀 아니에요. 사실 저는 프로필에 팝이나 포크 음악을 하고 싶다고 썼고, 신스 팝이나 앰비언스 사운드를 주로 하는 밴드, 말하자면 1975나 마룬파이브 등의 이름이 많이 거론됐어요.

싸이언 콜드플레이가 제일 많았던 것 같은데, 전 다 잘한다고 썼어요. 일단 팔려야 하니까.(웃음)

빈센트 씨는 프로필에 어떤 음악을 하고 싶다고 적었어요?

빈센트 저는 굳이 록이 아니어도 되니까 그냥 주변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에너지 넘치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적었어요.

결국은 메탈로 힘을 주는 음악을 했네요. 결과는 좋았지만, 네 사람은 크랙샷이라는 팀이 해체될 각오를 하고 지원한 거였죠?

윌리K 보통 외부 도움 없이 진짜 좋아서 하는 밴드들이 버티는 게 최대 5년이라고 봐요. 저희는 다행히 8년을 버텼지만 아무래도 라이브 퍼포먼스에 특화된 팀이다 보니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는 상황이 더 암울해졌죠. 한편으로 크랙샷 멤버 4명이 다 기량이 훌륭하거든요. 대니도 원래 메탈 드러머가 아니었고, 펑크나 소울도 잘 연주할 수 있죠. 싸이언 역시 알아주는 대학교 실용음악과 출신이고, 빈센트 형도 소화 가능한 장르가 꽤 넓어요. 저 역시 개인 연습할 때는 주로 퓨전 재즈나 펑크를 하고요. 한 명이라도 〈슈퍼밴드2〉를 통해 활동 여건이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우리 팀에도 상승 효과를 가져올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1라운드에서는 어쨌든 멤버들 생존이 우선이다 보니 제일 잘하는 걸 꺼낸 거고요.

싸이언꼭 해명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는데, 1라운드에서 보여준 ‘난 괜찮아’는 기존에 연습했던 곡이 절대 아니었습니다.(웃음) 그리고 중간에 나오는 기타 솔로가 ‘Mr. Crowley’ 오마주라고 오해하는 분도 정말 많은데 ‘난 괜찮아’ 원곡 ‘I Will Survive’의 테마 부분을 기타 솔로로 연주한 거예요.

빈센트윌리가 좀 랜디 로즈 느낌 나게 바꾸긴 했죠.

2라운드에서 장난감 총으로 기타 연주한 신이 인상 깊었어요. ‘저런 게 메탈 음악이었나? 그런 거면 정말 즐길 수 있겠다’ 생각했거든요.

빈센트 메탈은 폭력적이라는 이미지를 최대한 지우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사운드는 강렬하고 하드하지만 시각적으로 즐겁고 반전이 있는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었어요.

윌리K 지금 우리나라 밴드 트렌드는 앰비언스 사운드나 그루브에 집중돼 있죠. 테크닉이나 퍼포먼스를 강조하기보다 감성적인 접근을 많이 하는 편이고요. 그러다 보니 요즘 시청자들에게 신선하게 보였을 것 같아요. 사실 1980~90년대는 머틀리 크루, 본조비, 스키드 로우, 건즈 앤 로지즈 같은 밴드의 전성기였고 장난감 총을 갖고 와서 긁거나 헤드뱅잉을 하는 퍼포먼스도 너무 많았죠.

3라운드에서는 처음 오랙샷을 결성하고 ‘Oops!… I did it Again’이 최고점인 100점을 받으면서 정점을 찍었어요.

은철 정말 행복했어요. 준비하는 과정도 너무 순조로웠고 티키타카가 잘됐거든요. 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퍼포먼스를 처음으로 원없이 보여드렸고, 빈스 형이 눈물까지 흘려서 감동이었어요. 내가 이 팀에서 한몫을 했구나 싶어서요.

각자 〈슈퍼밴드2〉에서 가장 강렬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언제인가요?

싸이언 다른 팀에 들어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왔는데,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오히려 우리 팀이 더 돈독해진 느낌이었어요. 서로 얼마나 믿고 있는지 많이 느꼈죠. 내가 원래 어디 있어야 하는지, 여기서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해 확신도 생겼고요.

대니리 저는 4라운드 ‘Fire’에서 보여준 연주 스타일을 평소에 좋아하지 않거든요. 너무 힘들었어요. 더군다나 백신 1차 맞은 상태에서 드럼을 쳐야 했어서.(웃음) 그런데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나도 모르는 능력 같은 게 나오잖아요. 그런 순간이 놀라웠죠.

빈센트 ‘Oops!… I did it Again’ 무대 마치고 나서 유희열 프로듀서께서 해주신 말씀이 정말 머릿속에 오래 남았어요. “촌스럽고 낡은 장르는 없다. 하기 나름이다.” 사실 록 밴드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마음 한편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늘 있어요. “록은 죽었다”고요. 그런데 유희열 프로듀서 님의 그 한마디가 제 음악적 고민에 명쾌한 답을 제시해줬죠.

빈센트 씨는 본인 보컬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고 알고 있어요.

빈센트 그것 때문에 윌리랑 정말 많이 싸웠어요. 저는 제가 이 친구들 발목을 잡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내가 나갈 테니 다른 보컬 구해라” 하면 “형만 한 보컬 구해놓고 나가라” 하는 식이었죠. 솔직히 저도 못 찾았거든요.(웃음) 그랬는데 유희열 프로듀서 님이 보컬에 대해 극찬을 해주신 거죠. 그런 칭찬 처음 받아봤어요. 자격지심이나 응어리가 이번에 다 깨졌어요.

싸이언 결선 마지막 곡은 형이 작사·작곡한 거였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서 더 값진 것 같아요.

은철 ‘Home Sweet Home’ 할 때 중간에 빈센트 형이 했던 고별 퍼포먼스가 기억에 남아요. 연습할 땐 오그라들기도 했는데 막상 무대에서 형이 제 이름을 부르니까 그간의 추억이 막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거예요. 저 다음에 싸이언, 윌리 형, 대니 형을 차례로 부를 때마다 연주가 팍 터졌다고 해야 하나? ‘이 감정 뭐지?’ 싶었어요. 그리고 형이 마지막에 샤우팅을 쫙 뽑아내잖아요. 그러면서 그동안 힘들었던 것들이 다 씻겨 나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 공연이 너무 좋아서 머틀리 크루의 원곡을 찾아봤는데 전혀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일동 아, 완전 달라요.

윌리K 저희 넷이 하면 원곡 느낌 비슷하게 갔을 텐데, 크랙실버여서 나올 수 있었던 무대죠.

빈센트 여러 가지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항상 무대, 아티스트, 관객 삼위일체가 이뤄져야 완벽한 공연이 되는데 결선에서는 언택트 판정단이 생겼고, 마침 싸이언도 집으로 돌아왔고요. 거의 울음 참기 챌린지였어요. 공연에서 우는 사람이 밥을 사기로 했는데 결국 다 울어서 한 번씩 돌아가면서 밥을 샀네요.

윌리K 저는 처음에 저희가 아무래도 스타일이 독특하다 보니 이미지적으로 소비하기 위해 오디션에 합격시킨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거든요. 그랬는데 우승이라니 꿈만 같았죠. 4인이 모두 살아남고 새 멤버까지 얻는다는 제 시나리오가 100% 충족된 거예요. 얼떨떨한 느낌이었어요.

앞으로 크랙실버가 나아갈 방향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요?

윌리K 그동안 관객들을 뛰게 하는 에너지나 퍼포먼스에 주력했다면 은철이가 들어오면서 더 디테일하게, 마이크로 단위로 표현할 수 있는 음악적 영역 확장을 이뤘어요. 단순히 음악을 공격적으로 풀어내는 게 아니라 더 웅장하고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을 추가할 수 있겠죠. ‘Home Sweet Home’처럼 우리끼리 했던 걸 더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도, ‘Oops!… I did it Again’처럼 우리가 아예 못 했던 걸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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