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장기집권 플랜 이면엔 헝다와 경제침체
선전·항저우 등 일부 도시서 5년간 시행
학습 부담 경감 '가정교육촉진법'도 의결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23일 ‘공동부유’와 직결된 두 가지 중요 안건을 의결했다. 하나는 부동산 보유세 시범 도입이고, 다른 하나는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가정교육촉진법 제정이다. 빈부 격차를 줄이고 중산층을 키운다는 공동부유 전략의 핵심 과제인 부동산과 사교육 잡는 조치가 본격화한 것이다.
중국에선 시진핑 국가주석이 국정 기조로 공동부유를 제시한 뒤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전력난과 헝다발 부동산 위기 등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진 민생 악재에도 장기 집권 명분 쌓기에 더 치중하는 분위기다. 다음 달 열리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마오쩌둥, 덩샤오핑에 이어 시 주석의 영도 지위를 확립하는 역사 결의가 논의되면 이러한 기조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전인대 상무위는 전날 ‘일부 지역의 부동산세 개혁 업무에 관한 결정’을 심의·의결했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몇몇 지역을 선정해 5년간 부동산 보유자에게 세금을 물리는 내용이다. 특정 지역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광둥성 선전과 저장성 항저우, 하이난성 등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전인대 결정에 따라 국무원은 부동산세 부과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해당 지역 정부는 세칙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부동산세 부과는 공동부유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세제 개혁은 공동 번영을 촉진하고 소득 재분배를 조정하며 사회적 평등을 실현하려는 정부 계획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시범 개혁 후에는 부동산 투기가 엄격하게 규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에는 주택을 사고팔 때 부과되는 거래세가 있을 뿐 보유세는 사실상 없었다. 2011년 상하이와 충칭에서 부동산세가 시범 도입됐지만 전면화되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5년간의 시범 시행 기간이 끝나고 전국으로 확대될지는 불분명하다.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주춤해졌고 헝다 사태로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세금 부과에 대한 반발도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는 지난 23일 달러화 채권 이자 지급 유예 기간이 종료되기 직전 가까스로 이자를 갚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는 넘겼다. 그러나 앞으로 갚아야 할 빚이 300조원대여서 유동성 위기는 여전하다는 평가다.
1978년 개혁개방 이래 중국 사회를 이끌어온 기조는 덩샤오핑의 ‘선부론’이었다. 먼저 부를 키우고 나누자는 취지였지만 그 결과는 지니계수 0.47의 불평등한 사회였다. 공동부유는 국정 기조의 대전환이다. 시 주석은 지난 8월 경제 분야 최고 회의인 중앙재경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공동 부유는 사회주의의 본질적인 요구이자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밝혔다. 내년 가을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지을 것으로 보이는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위한 명분이자 미·중 갈등 국면에서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목적 조치로 평가됐다.
전인대 상무위는 이날 부모가 미성년자의 가정교육을 책임지도록 명시한 가정교육촉진법도 의결했다. 부모나 기타 보호자는 미성년자의 학습, 휴식, 체육단련, 오락 시간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학습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하고 인터넷 중독을 예방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법의 취지는 의무 교육 단계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중국 당국의 사교육 금지 정책에 호응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중국 당국의 칼끝은 빅테크 기업으로도 향하고 있다. 반독점, 데이터 보안 등 각종 규제에 걸린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기업들은 “고소득층이 사회에 더 많은 보답을 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말이 나오기 무섭게 기부에 나섰다. 중국에선 그간 느슨한 규제와 거대한 내수 시장에 힘입어 급속도로 성장한 이들 기업이 이제 대가를 지불해야 할 때라는 시각도 있다.
다음 달 8~11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19기 6중전회)에선 ‘당의 100년 분투의 중대한 성취와 역사 경험에 관한 결의’가 논의된다. 중국 공산당 역사상 세 번째 역사 결의다. 1945년 6기 7중전회에서 통과된 ‘약간의 역사 문제에 관한 결의’는 마오쩌둥의 영도 지위를 확립하는 것이었고, 1981년 11기 6중전회에서 채택된 ‘건국 이래 당의 약간의 역사문제에 관한 결의’는 덩샤오핑의 영도 지위를 확립하는 것이었다. 통상 9~10월에 개최됐던 6중전회가 11월에 열리는 건 결의 내용을 완성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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