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후 1년..살아있는 권력 바이든 흔드는 트럼프 [특파원 다이어리]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지난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어릴 적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을 방문해 자신의 인프라 투자 계획의 필요성을 홍보했다.
스크랜턴은 몰락한 산업지역이다. 과거 오대호 인근에서 채굴된 석탄이 이곳을 거쳐 뉴욕과 필라델피아로 향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한 전기차 박물관 바로 옆에 소재한 국립 증기기차 박물관은 당시 기차 시대의 흔적을 보여주는 장소로 유명하다.
고향이라고 하지만 이곳은 바이든 대통령 반대파들이 많이 거주한다.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하기 2주 전 이곳을 방문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형 입간판이 방문객을 환영하고 있었다.
백악관 기자단에 따르면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현장 앞에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몰려와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는 문구인 '바이든 홀'(Biden hole)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정치 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빌어먹을 바이든"이라고 외치는 이들이 바이든을 맞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 1년을 앞둔 시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설립한 소셜네트워크(SNS)가 등장한 것도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노림수를 가지고 발표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서 퇴출당한 후 대중적인 노출이 적었지만 '트럼프 효과'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SNS가 합병하기로 한 SPAC 주가가 수배로 폭등한 현상은 그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이 어떤지를 앞 수 있는 방증이다.
이제 관심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출마할 지로 쏠리고 있다.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24일 ABC 방송에 출연해 "그는 유일한 이름이다. 다른 누구도 공화당에서 대통령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다음 대선 출마를 예상했다.
미국 정치 전문가인 유혜영 뉴욕대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만큼 공화당원들을 흥분시키는 이가 없다"라면서 "다음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하지 않으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해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로 전망했다.
유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출마하지 않을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지금처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민주당이나 공화당 모두에서 차기 잠룡으로 거론되는 이들은 전국적인 인지도나 영향력 면에서 대선주자로 부상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유 교수도 민주당이나 공화당 모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 이상의 후보를 찾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여론 조사 역시 이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 선거 조사 전문가 네이트 실버가 운영하는 선거 전문매체 538은 공화당 지지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공화당 지지자들이 대부분 트럼프의 출마를 희망한다고 전하고 있다.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는 공화당 유권자의 86%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호감을 보였다.
트럼프에 대한 반감도 여전하다. 해리스X와 더힐의 여론조사에서 등록 유권자들의 53%가 트럼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퀴니피액대 조사에서도 트럼프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52%로 과반을 넘겼다.
확실한 것은 이미 바이든과 트럼프의 기세는 백중세라는 점이다. 그린넬 대학교가 지금 2024년 대선 투표를 한다면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에 대해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40%의 같은 지지율을 얻었다.
538은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아무리 트럼프의 인기가 하락해도 바이든이 그를 상대로 압승을 거둘 것이라고 불 수 없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중간평가라 할 수 있는 중간선거가 1년, 대선이 3년 앞으로 다가왔다. 중간 선거는 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평가가 있다. 중간 선거를 통해 하원이 공화당 우위로 바뀌면 바이든 대통령의 남은 2년 임기는 식물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이든과 트럼프 대결 '2라운드'는 이미 시작됐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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