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아픔을 나눈다는 것

2021. 10. 2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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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잘남을 드러내는 데 열중하는 사람보다 유쾌하게든 심각하게든 약함을 편하게 보여주는 사람이 더 친밀하게 느껴진다.

꺼내놓는 말에 과시만 가득한 사람은 드러내기 싫은 아픔이 깊어 벽을 단단히 치고 있다는 인상이다.

허울 좋은 명함을 들고 자기가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는지 과시하느라 두어 시간을 혼자 떠들고 있는 그녀를 보며 저 안에 있는 상처는 도대체 얼마큼의 크기일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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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정 패션마케터


자신의 잘남을 드러내는 데 열중하는 사람보다 유쾌하게든 심각하게든 약함을 편하게 보여주는 사람이 더 친밀하게 느껴진다. 꺼내놓는 말에 과시만 가득한 사람은 드러내기 싫은 아픔이 깊어 벽을 단단히 치고 있다는 인상이다. 얼마 전 만난 사람이 그랬다. 허울 좋은 명함을 들고 자기가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는지 과시하느라 두어 시간을 혼자 떠들고 있는 그녀를 보며 저 안에 있는 상처는 도대체 얼마큼의 크기일까 궁금했다. 우연히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생겼을 때 그녀는 바로 숨어버리는 선택을 했고 그 후로 다시 보지 못했다. 아무에게나 쉽게 나눌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보다.

아픔을 터놓는 대화를 좋아하고 어려움에 귀 기울여서인지 주위에서 힘겹게 사는 사람을 많이 본다. 그동안 고민했던 다양한 상념들이 이들과 공감하기 위해 품었던 일들이었을까 생각될 만큼 불행에 대한 공감에 내 소명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이런 감각에 문제가 생겼다. 징징대는 소리가 듣기 싫고 하소연이 시작될 것 같으면 자리를 피하고 싶다. 오래 이어진 코로나19 상황으로 피로감이 누적된 걸까.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나의 공감력이 힘을 발휘해줘야 할 텐데 이 같은 변화가 좋지 않은 신호라는 막연한 생각만 들었다.

며칠 전 그간 까맣게 잊고 있던 통증을 어느 때보다 세게 겪으며 아찔했다. 별일 아니었지만 하룻밤 꼬박 이어졌던 통증에 시달리면서 요즘 외면하던 다른 이들의 고통이 다시 생생히 와닿았다. 사연은 제각각이고 고통의 크기도 다 다르겠지만 각자가 느끼기에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이만큼 아프겠구나 생각했다. 잊고 싶기 때문인지 아니면 모르는 게 편하다는 이기심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던 요즘의 심보가 내 생활에 극심한 통증이 없어 감각이 무뎌진 탓이었나 보다. 머리로는 안다고 생각했는데 통증의 깊이를 몸은 잊고 있었던 거다. 보기 싫고 듣기 싫던 가까운 이들의 위기 장면들을 다시 마주해야겠다.

윤소정 패션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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