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오는데 미접종 1000만명..위드 코로나 성패 가를 넷
정부가 25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방안 초안을 공개한다. 곧 방역체계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위드 코로나로 바뀌는 큰 틀의 변화를 의미한다. 위드 코로나 시행은 이르면 다음달 1일부터 가능하다. 사적모임 완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커지는 이유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로의 연착륙을 위해 이미 지난 18일부터 2주간 사적모임 제한과 영업시간 규제를 일부 완화하며 준비 기간에 들어간 상태다. 23일에는 위드 코로나 전환의 전제 조건이던 ‘전국민 70% 이상 백신 접종 완료’ 목표도 달성했다.
하지만 체계 전환을 일주일 앞둔 현재, 전문가들은 아직 풀지 못한 과제가 산적하다고 진단했다. 한국보다 먼저 빗장을 푼 백신 선진국에서 일제히 확진자와 사망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경험을 했다. 이를 반면교사 삼으면서 시스템을 보다 촘촘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접종자 1000만명…126만 고령층 접종 시급”
우선 가장 우려스러운 점으로 지적된 건 국내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가 여전히 1000만명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24일 기준 국내 접종 완료율은 70.1%로 국내 인구 5135만명 중 약 3598만명이 접종을 마쳤다. 남은 인구는 1500만명이지만 이 중 약 500만명은 1차 접종을 완료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2차 접종까지 마칠 인원으로 분류된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남은 1000만명 중 18세 미만 소아청소년을 제외하면 백신 거부자는 약 500만명”이라며 “이들을 설득해서 최대한 접종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 중 접종을 거부한 약 126만명에 대한 접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지금 늦었다고 생각하는데 늦은 게 아니다. 위드 코로나가 진행되면 백신 접종을 안 맞은 고령층ㆍ고위험군에서 확진자가 대거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방역당국은 최근 코로나19 사망자 중 대다수는 백신을 맞지 않은 고령층이라고 설명했다. 24일 0시 기준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사망자 21명을 놓고 보면, 미접종자가 1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차 접종자 5명, 2차 접종자 3명이었다. 사망자의 86%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거나 미완료한 이들이다. 다만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을 거부하는 이유는 대부분 백신 이상반응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백신 부작용 보상 범위를 넓히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이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60세 이상 고령층 중심 부스터샷 접종?…확대해야”
김 교수는 접종률 제고 외 부스터샷(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접종) 대상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접종 후 6개월이 지난 60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코로나19 치료병원 종사자를 중심으로 부스터샷 접종을 시행 중이다. 11월부터는 얀센 백신 접종자 143만명에 대한 부스터샷 계획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김 교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면역저하자뿐 아니라 18세 이상 기저질환자까지 포함돼야 된다. 고령자 범위도 60세가 아닌 50세 이상 정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2차 접종을 마치고 6개월이 지난 이들 중 65세 이상 고령자와 요양시설 거주자, 18세 이상 기저질환자 등을 상대로 부스터샷 접종을 하고 있다. 영국은 50세 이상 고령층과 16~49세 기저질환자, 일선 의료진을 상대로 추가 접종에 들어갔다. 방역 완화 후 확진자가 폭발했던 이스라엘은 12세 이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 8월 일일 확진자가 1만명 이상 발생했던 이스라엘은 부스터샷 접종 후 1000명대 아래로 감소했다. 정기석 교수는 “이스라엘을 보면 6개월 후 예방효과가 떨어진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며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부스터샷을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60대 환자 재택치료 중 사망…의료시스템 정비 필요”
전문가들은 재택치료를 포함한 의료시스템 정비도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교수는 얼마 전 재택 치료 중 사망한 60대 환자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지난 2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 서대문구 자택에서 재택치료 중이던 환자 A씨(68)는 바로 다음 날 상태가 악화해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확진자 정보 공유와 전담 구급차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환자 이송 시간이 지체된 점이 문제로 불거졌다.
김 교수는 재택치료 대상자 범위 선정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지금은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입원요인이 없는 70세 미만 무증상ㆍ경증 환자를 중심으로 재택치료가 가능하다. 김 교수는 “이미 68세 고령이고 백신 미접종자이기 때문에 언제든 상태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환자였다”며 “코로나19는 상태가 갑작스레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 기준을 위드 코로나 이후에도 그대로 가져가면 재택치료하다가 사망하시는 분이 많아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재욱 고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에 맞는 의료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사건이 일어난 건 환자가 ‘코로나19’ 환자이기 때문에 전담 구급대원, 전담 병원을 기다리다가 지체된 것”이라며 “위드 코로나라는 건 코로나를 다른 감염병처럼 다루겠다는 거다. 일반 동네 의원서부터 종합병원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역할에 맞게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의료체계가 마련돼야 하는데 지금 대책에선 이 부분이 빠져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통상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겨울철이 다가오는 점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겨울철엔 실내 활동도 늘어나게 된다. 정기석 교수는 “지난해 12월 3차 대유행 발생 때도 겨울철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컸다”며 “지금 확진자가 폭증하는 영국에서도 이미 추운 날씨가 영향을 미친 거로 보인다. 위드 코로나 적용 시점이 좋지 않은 만큼 개인 방역 수칙은 엄격하게 지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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