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 수명인데 10대에 죽는 '벨루가'..2년째 갇혀있는 이유

편광현 2021. 10. 2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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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전면 유리는 걸음으로 고작 10걸음, 측면은 30걸음 정도의 길이. 북극처럼 보이려고 하얗게 칠한 수조 바닥은 여전히 더러웠습니다. 벨라는 수조 벽에 몸을 부딪혀가며 유영하려고 했고, 등쪽엔 염증처럼보이는 볼록한 반점이 2~3개 보였습니다."


지난달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을 찾은 동물애호단체 핫핑크돌핀스가 묘사한 벨루가(흰돌고래) '벨라'의 모습이다. 지난 2014년 개장한 아쿠아리움엔 3마리의 벨루가가 있었지만, 2마리가 폐사해 지금은 벨라 혼자 남았다. 2019년 벨리 폐사 당시 롯데월드는 마지막 남은 벨라는 바다로 돌려보내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24일 '방류 약속 2주년' 기자회견에 나선 핫핑크돌핀스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이 벨라를 바다로 방류하겠다고 약속한지 2년이 지났다. 구체적인 준비사항을 공개하지도 않고 시간만 끄는 대기업을 규탄한다"고 했다.


러시아서 온 흰돌고래…'조기 폐사'


벨루가는 하얗고 귀여운 얼굴과 온순한 성격 덕분에 세계 수족관에 전시가 되고 있는 해양포유류다. 2011년생 암컷 벨라는 잠실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개장을 1년 앞두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국내로 처음 수입됐다. 2013년 오빠 벨리(2007년생), 남동생 벨로(2012년생)와 함께 매겨진 몸값은 54만 달러(약 6억 2400만원)였다.

하지만 벨로는 2016년, 벨리는 2019년에 각각 폐사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패혈증이었다. 수천㎞를 헤엄치며 살아가는 야생 벨루가의 평균 수명은 35세, 최대 수명은 50세까지 달한다. 5살, 12살에 죽은 벨로, 벨리는 청소년의 나이에 사망한 셈이다.


"방류 진행 중,내용은 비공개"


벨라를 방류하기로 약속했던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은 "2년 전 방류 약속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다만 논의된 사항은 추후 공개하겠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이 참여한 방류기술위원회에서 2년 동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이슬란드에 위치한 씨라이프재단의 고래 생추어리

벨라가 가장 빠르게 바다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아이슬란드에 있는 생추어리(바다쉼터)로 이동하는 것이다. 지난 2019년 중국 상하이 창펭 수족관 벨루가 등 세계의 여러 벨루가들이 방류된 곳이다. 방류기술위원회도 아이슬란드 생추어리 측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2년째 확답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롯데 측은 "현재 검토하고 있는 해외 업체와는 상호 비밀유지 서약서를 작성한 상태라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발표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방류하는데 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문가들은 벨라를 모국인 러시아 해협 등 다른 지역 바다으로 돌려보내는 방안도 고려했다. 하지만 대부분 불가능한 상황이다. 벨라 방류기술위원회에 소속된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벨라의 고향인 러시아 해협도 후보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러시아는 돌고래 사냥과 수출이 합법인 나라인데 방류 후 다시 사냥을 못하도록 할 수 없어 적합하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고래 생추어리가 벨라 방류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2023년에야 완성될 예정이라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엔 제주도 홍산포에 고래류 생추어리를 직접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해양수산부가 검토한 결과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내 벨루가 5마리…방류 기약 없다


2012~2014년 국내에 수입된 벨루가 10마리 중 24일 기준 생존한 건 총 5마리다. 벨라뿐 아니라 거제씨월드(3마리), 여수 한화아쿠아플래닛(1마리)에도 벨루가가 지난 2017년 야생동물법이 개정되면서 더 이상의 고래류 수입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폐사한 흰고래 ‘벨리’의 생전 모습. 몸집에 비해 매우 좁은 수조에서 생활했다. 핫핑크돌핀스

핫핑크돌핀스는 "롯데와 달리 씨월드와 한화는 방류 약속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여론이 잠잠해지면 아무런 방류 노력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비판에 직면한 롯데월드 측에서도 벨루가를 방류하고싶어 한다. 하지만 결국 애초에 벨루가를 데려오는 결정을 하지 말았어야 하고 그 피해를 벨루가가 받고 있는 건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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