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실 미리 입원하더니 확진..두 번 뒤집힌 신촌세브란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이 '특혜논란'으로 시끄럽다. 병원 관계자의 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 입원했다가 확진됐고, 의료진이 무더기 격리에 들어가면서다. 병원 측은 “환자가 고령인 데다 고위험군에 속해, 내규에 따라 1인실에 대기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병원 내에선 “환자의 가족이 병원 직원이어서 원칙을 어긴 불공정 사례”라는 여론이 번지고 있다. 해당환자는 치료중 사망했다.
직원 1명 확진 14명 격리·감시…“불공정 탓”
병원 측의 ‘질병관리청 질의답변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세브란스 직원 B씨는 가족인 A씨의 입원을 요청했다. A씨와 보호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나, 결과가 나오기 전인 이날 오후 12시 30분 경 병원 내 1인실에 입원했다. 입원 5시간 후, 병원 측은 A씨의 코로나19 양성을 의심해 귀가를 권고했고, A씨는 퇴실 준비를 하던 중 심장마비 상황을 맞았다.
현장에선 의료진 10명이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했고, 30분 후 추가 의료 지원이 필요해 의료진 4명이 교대해 투입됐다. 그러나 10분 후까지 환자의 맥박은 돌아오지 않았고 사망이 선언됐다. 이후 오후 10시30분 경 코로나19 재검 결과 양성이 최종 확인됐다. 이를 두고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선 병원 직원들의 비판 여론이 일었다.
“보호구 없이 CPR”“응급실 갔어야”
병원 직원들은 ▶코로나19 음성 확인 후 입실이 원칙인데도 병원 측이 이를 어기고 A씨를 VIP 1인실에 대기시켜 특혜를 준 점 ▶상황이 공지되지 않아 당직 전공의들이 보호구 없이 CPR을 실시한 점 ▶A씨 사망 후 응급실 코로나병동 간호사들이 투입돼야 했던 점 등을 문제점으로 보고 있다. “원리원칙은 직급 없는 사람에게만 적용된다”“응급실 코로나 간호사를 병동에 불러 액팅시킨 게 믿을 수 없다”, “(B씨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등등 비난도 쏟아졌다.
한 병원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환자가 사망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였다면 격리 방이 있는 응급실이나 음압병실 등에서 결과를 지켜보는 게 안전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코로나19에 대비해 무장하고 일하는 응급실과 비교하면 병동 내부는 무방비로 코로나가 확산할 위험성이 있다. 코드블루(심장마비) 대처를 고려해도 적절치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 측, “외부서 사망하면 더 문제”
그러나 병원 측 입장은 다르다. 세브란스 병원 관계자는 “음성확인 후 입원이 원칙이지만 고위험 그룹의 경우 예상치 못한 질병 악화 가능성으로 음성 확인 전에도 독립된 공간이나 1인실 등에서 외부인 접촉 없이 결과를 기다릴 수 있는 게 내규”라며 “고령의 만성질환자가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 병원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외부에서 사망하면 그게 더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내규에 따르면 1인실 대기 가능일은 확진자 접촉일, 해외 입국일 등으로부터 14일간이다.
병원 측은 또 “A씨의 최초 CPR 당시 투입된 10명의 의료진은 4종 보호구를 착용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4종 보호구는 KF94마스크, 안면가리개 및 보안경, 방수가운(AP가운 허용), 장갑 등이다.
허정원기자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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