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반대로 애인과 헤어진 뒤 식음 전폐..야윈 그녀를 살린 건

강준구,김이현 2021. 10. 2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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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가 몇 달째 밀렸지만 전화는 받지 않았고,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었다.

집주인이 경찰 입회하에 직접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방에는 팔다리가 야윌 대로 야윈 세입자 A(48·여)씨가 홀로 누워있었다.

양천구 '돌봄 SOS'센터는 A씨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려 했지만 50세 미만인 탓에 자격 요건에 미달했다.

방문 간호사가 정기적으로 A씨를 찾아 건강 상태를 점검하며 지속해서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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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청 돌봄 SOS센터 직원이 최근 한 독거 노인 가정에 도시락을 배달하는 모습. 양천구청 제공.

월세가 몇 달째 밀렸지만 전화는 받지 않았고,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었다. 집주인이 경찰 입회하에 직접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방에는 팔다리가 야윌 대로 야윈 세입자 A(48·여)씨가 홀로 누워있었다. 주방엔 설거짓거리가 가득했고, 방안엔 옷가지가 널브러져 있었다.

1인 가구인 A씨는 결혼 전제로 교제하던 애인과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자 식음을 전폐하고, 가족과 담을 쌓았다. 지난해까진 식당 주방에서 일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1순위 해고자로 떠오른 대면서비스업 여성 종사자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모아 놓은 돈은 모두 썼다. 실연의 아픔으로 자신을 전혀 추스르지 못하는 상태였다.

양천구 ‘돌봄 SOS’센터는 A씨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려 했지만 50세 미만인 탓에 자격 요건에 미달했다. 결국 긴급돌봄 회의까지 소집한 끝에 ‘서비스 예외 제공 대상자’로 승인받을 수 있었다.

A씨의 원기 회복을 위해 총 30회의 무료 도시락이 배달됐다. 주 2회 담당자가 방문해 집안을 정리·소독하고 말벗이 돼줬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병원에 동행했고, 경제적 어려움은 국가형 긴급복지 생계비 등을 신청해 보조토록 했다. 방문 간호사가 정기적으로 A씨를 찾아 건강 상태를 점검하며 지속해서 관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벼랑 끝에 내몰리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서울시 돌봄SOS센터가 파수꾼으로 거듭나고 있다. 독거 노인이나 심신 미약자, 사회적 소외 계층 등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사회 복귀를 지원 중이다. 서비스 만족도가 높고 이용자가 폭증하자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전 구청으로 이를 확대하며 사회적 안전망 강화에 나섰다.

돌봄 SOS 서비스는 코로나19로 가족 모임까지 제한되면서 안전망에서 이탈하는 소외 계층을 위해 마련된 서비스다. 당사자 수발(일시 재가), 단기 보호시설 등 입소(단기 시설), 동행 지원, 시설 보수 등 주거 편의, 식사 지원, 건강 지원, 안부 확인, 정보 상담의 8대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9년 7월 시범 시행된 뒤 지난해 8월 전 자치구로 서비스가 확대됐다.

2019년 하반기 1만525건에 불과했던 이용 건수는 지난해 4만3086건으로 늘어났다. 월별 이용 건수도 같은 기간 1913.6건에서 3590.5건으로 급증했다. 단순 상담인 정보 상담을 제외하고, 도시락을 지원하는 식사 지원이 지난해 월평균 886건으로 실적이 가장 많았다. 이어 일시 재가(440.3건) 주거 편의(145.9건) 동행 지원(77.3건) 등 순이다. 연간 1인 최대 지원 금액은 158만원이다.

서비스 만족도는 2019년 86.04점, 지난해 90.36점으로 고공 행진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폭발한 방역·청소·세탁 서비스도 신설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돌봄이 필요하지만 지원 기준에 미달하는 소외 계층에 대한 예외적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며 “자치구별 수요 편차를 고려해 맞춤형 서비스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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