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채소인 척 '채소 그림' 올려놓고 팔았다, 英마트의 웃픈 꼼수

임선영 2021. 10. 2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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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대형 마트들은 공급 부족으로 인해 선반이 텅 비자 실제 물품 대신 사진이나 그림을 놓고 있다고 한다. 왼쪽부터 아스파라거스, 당근 사진. [트위터 캡처]

요즘 영국의 마트에선 손님들이 선반에서 물품을 집으려다 깜짝 놀라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물건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판지에 그려진 그림이나 사진, 종이접기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고 있는 것일까.

22일(현지시간)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은 공급 부족으로 인한 선반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마트들이 이런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동력 부족과 항만 물류 대란 등의 이유로 영국 전역은 공급난을 겪고 있다. '그림 물건'은 텅 빈 선반 탓에 마트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해 내놓은 고육지책인 것이다.

샌드위치가 있어야 할 선반에 놓인 샌드위치 종이접기. [트위터 캡처]
세제 물품들 중 가운데 세 개는 실제 물품이 아닌, 사진이라고 한다.[트위터 캡처]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유명 슈퍼마켓 체인 테스코, 세인스버리 등은 신선 식품 코너에 아스파라거스·당근·오렌지·포도 등의 사진을 진열하고 있다. 샌드위치가 있어야 할 선반엔 샌드위치 모양을 본 뜬 종이접기가 포착되기도 했다. 원래 고기가 있어야 할 냉장고 안을 마요네즈 병으로 채우는 식으로 일종의 '돌려 막기'도 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 마트에 진열된 아스파라거스 사진. [트위터 캡처]

현지 소셜미디어(SNS)엔 이런 모습들을 촬영한 사진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를 본 시민들은 "맛있는 판지 당근" "맛있는 아스파라거스 사진들" "실제로 이렇게 컸으면" 등의 조롱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 시민은 세제들이 놓인 선반 사진을 올리며 "잘 보시라. 가운데 세제 세 개는 사진"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이런 현상은 현재 영국의 공급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빈 선반은 고객들에게 매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줘 판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매장이 형편없다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며 "그래서 아무도 선반이 비길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국 마트의 빈 선반에 물품 대신 놓인 그림. [트위터 캡처]
영국 마트 선반 위의 그림. [트위터 캡처]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회복 중인 영국은 수요는 급증했으나 코로나19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여파로 트럭 운전사 등 노동력이 부족해져 지독한 공급 문제를 겪고 있다. 주유소에 기름이 떨어지는 주유 대란과 식료품 공급난이 벌어지고 있고, 영국 최대 항만인 펠릭스토우항에 처리 못한 컨테이너들이 쌓이고 있다. 일부 대형 선박들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우회해 이곳에서 하역한 물품을 소형 선박으로 영국에 가져 오는 상황이다.

다만 마트들은 물품 대신 사진이나 그림을 놓는 이유가 공급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테스코 측은 "세제 이미지를 둔 건 절도 행각을 막기 위한 임시 조치였다"고 말했다. 진열대엔 사진을 대신 놓았지만, 직원에게 이야기하면 해당하는 실제 물품을 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매 분석가인 브라이언 로버츠는 가디언에 "이는 단지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대형 매장들이 너무 많아져서 생겨난 일종의 판매 전략"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한 상점 선반이 텅 비자 접이식 의자를 올려 둔 모습. [트위터 캡처]

한편 역시 공급 부족 사태로 몸살을 앓는 미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2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한 시민은 상점의 텅 빈 선반들 위에 접이식 의자들이 올려져 있는 사진을 SNS에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심각한데, 괜찮은 척 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무섭다"는 글을 남겼다. 미국의 상점들도 공급 부족으로 선반이 비었다는 사실을 이런 식으로 감추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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