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전도연, 아버지 향한 애끓는 오열

황지영 2021. 10. 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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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배우 전도연이 ‘인간실격’에서 아버지를 향한 애끊는 오열을 터트리며 지켜보는 이들조차 저릿하게 만들었다.

지난 23일 방송된 ‘인간실격’ 15회에서 부정(전도연)은 유일하게 마음이 통한 강재(류준열)에게 죽음까지 생각했던 삶의 고통에 대해 토로하며 먹먹함을 불러일으켰다. 전도연은 극증 인생의 내리막길 위에서 실패한 자신과 마주하며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부정을 맡고 있다.

극중 부정은 강재에게 이끌려 간 골목길에서 진한 키스를 나눴고, 입맞춤 후 강재를 떨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포장마차에서 국수를 먹으며 부정은 강재와 손님도, 대행도 아닌 평범한 데이트를 시작했다. 부정은 소주를 가져와 잔에 따르던 강재가 “사적으로 술 따르는 건 처음이에요”라며 건네자 “알았어요. 영광이에요”라고 웃음을 드리웠다. 오늘 왜 바빴냐는 강재에게 부정은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이야기를 세세하게 털어놓고는 자신이 회사를 그만둔 사실에 대해 내색 않는 가족들에 대해 전했다.

이후 부정은 천문대 텐트 안에서 강재가 했던 호박마차 이야기를 빗대어 “환상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얘기. 한 1년 전부터 쭉 그런 비슷한 생각을 했거든요. 내 눈앞에 있다고 생각한 게 다 환상이었구나”라면서 “살다보면 현실이라는 말이 가장 나쁜 순간이 될 때가 있어요”라고 진섭(오광록)에게 폭행당하는 아란(박지영)을 구하려다가 자신이 진섭에게 맞고 목이 졸렸던, 고통의 순간을 회상했다. 이어 부정은 “그때까지의 삶은 아무것도 아니었고...노력도 진심도 다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요”라며 회사에서 아란에게 맞고 쓰러졌던 찰나 그리고 대형서점 사인회에 아란을 찾아가고 악플을 달던 장면을 떠올렸던 터. 그리고는 “그때 알게 됐어요. 이전이 꿈이었고, 지금이 현실이란 걸, 환상이 없는 현실은 삶이라기보다 죽음에 더 가까워요”라며 죽음을 시도하려했던 저수지의 잔상까지 끄집어냈다.

뒤이어 부정은 가게 처마 밑에서 강재와 비를 피하며 아버지에 대한 대화를 나눴고, “아버지 마음속에는 모든 게 다 있어요. 법도, 철학도, 문학도, 다 아버지 마음속에 있어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시집이에요. 우리 아부지가”라며 아버지에 대한 믿음과 자랑을 쏟아냈다. 하지만 핸드폰 진동이 울리는데도 부정이 전화를 받지 않자 강재는 전화 받으라며 우산을 사러 갔고, 부정은 남편 정수(박병은)로 부터 아버지가 응급실에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강재에게 ‘먼저 간다’는 문자를 남기고 응급실로 향한 부정은 정수에게 전화를 왜 안 받았냐는 채근을 당한 것도 잠시, 창숙(박인환)이 의식을 찾았지만 급성 폐렴이 와서 패혈증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충격에 휩싸였다.

부정은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 링거와 산소 호흡기를 단 채 웅크리고 누워있는 아버지를 찾았고 “아부지 부정이 왔어요”라며 창숙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부정은 자신을 만나고서야 자꾸 잠이 온다며 눈을 감은 창숙이 완전히 잠이 들자 참았던 울음을 소리 없이 흐느꼈다. 응급실 밖으로 나와서도 계속해서 눈물을 터트리던 부정은 결국 다가온 정수에게 기대어 숨죽여 오열했다. 다음날 부정은 병실에 입원한 채 기력이 많이 쇠약해진 창숙을 애처로운 눈길로 바라보다, 손자를 안겨드리지 못했다고 속상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창숙은 죽으려던 자신을 살린 것이 어린 시절 부정이라며 “내가 얘를 두고는 못 죽겠구나. 니가 그런 애야”라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부정은 짐을 챙겨오겠다며 나서는 자신에게 연신 예쁘다고 말하는 창숙을 말가니 보며 웃다가 애틋하게 손을 흔들면서 나갔고, 이때 창숙이 어린 시절 부정을 회상하다 그대로 눈을 감는 모습이 담겨 안타까움을 드높였다.

전도연은 아란의 책을 쓰면서 느꼈던 인생의 희로애락과 죽음을 생각하기까지 겪었던 고통스런 순간들을 덤덤하게 해탈한 듯 표현하는, 몰입력 있는 열연으로 공감대를 자극했다. 고뇌어린 심리 상태를 쓸쓸하게 툭툭 내뱉는 가하면 아버지를 향해 소리 내지 못한 채 묵음 오열하는 전도연의 면면들이 보는 이들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황지영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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