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채굴업계까지 덮친 탄소 배출 리스크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기조에
채굴업계도 탄소 배출 리스크 직면
"총 에너지 사용량의 40%만 신재생 에너지원"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비트코인 채굴업계가 오직 수익을 내기 위해 저렴한 에너지원만 쓰면서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오명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가상화폐 채굴업계의 에너지 소비량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가상화폐 채굴업계가 올 초부터 시작된 규제 이슈와는 또 다른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기조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막대한 규모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채굴업계의 탄소 배출 문제가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변화 연구 기관인 로키마운틴 연구소의 파올로 나탈리 연구원은 "가상화폐는 탄소 배출이 극심하다는 문제를 겪고 있다"며 주로 비용이 저렴한 석탄 등 화석 연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연산 작업이 필요한데 이때 고성능 컴퓨터 기계를 다수 돌리는 일이 수반되면서 전력 사용량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가상화폐 채굴업계가 사용한 전력량은 남미 아르헨티나의 연간 전력 사용량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에너지원의 가격이 낮을수록 업계가 얻는 수익은 증대된다. 채굴업계가 가격이 저렴한 화석연료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일부 채굴 기업은 저렴한 에너지원을 얻기 위해 화석연료 발전소 재가동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채굴 관련 기업인 '마라톤 디지털 홀딩스'가 몬태나주에 위치한 폐쇄된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에너지 소비 지수(Bitcoin Energy Consumption Index)'를 만든 알렉스 드 브리스 이코노미스트는 "당신이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사람이라면 전력 비용은 신경쓰겠지만 기후 문제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수익을 환경보다 우선시한 나머지 가상화폐 채굴업계가 기후 문제를 일으킨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지난 4월 '가상화폐 기후 협정(Crypto Climate Accord)'을 출범시켰다. 180여개의 관련 업계 기업이 참여한 이 협정은 2030년까지 가상화폐 업계의 '탄소 제로'를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이처럼 가상화폐 업계도 탄소 배출 감축 노력에 본격적으로 나선 표면적인 배경은 기후 변화 대응이지만 실질적인 배경에는 바로 투자자들의 탄소 감축 압박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은 "현재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탄소 배출 감축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며 "이들이 가상화폐 업계에도 탄소 문제를 두고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정부 당국도 가상화폐의 탄소 배출 문제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면서 업계의 탄소 리스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근 뉴욕주의 주 의회는 뉴욕주 내 채굴업자를 대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증시에 상장된 기업을 대상으로 기후 관련 데이터 공개를 의무화하는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규제 압박 움직임에 가상화폐 업계 내부에서도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가상화폐 기후 협정에 참여한 채굴업자인 '그리폰 디지털 마이닝'은 최근 탄소 제로를 달성했다면서 모든 채굴 작업을 오직 수력발전소가 생산하는 전력만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최대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역시 환경 문제를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조만간 기후변화 문제를 해소할 여러 조치들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업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와 실제 행동에 나서는 모습도 포착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비판도 있다.
케임브리지대는 최근 연구를 통해 현재 가상화폐 채굴에 사용되는 총 전력 사용량 중 40% 만이 신재생 에너지원을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가상화폐 채굴업계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업계의 최대 관심 역시 바로 탄소 배출 문제에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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