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호되게 당하고도..야생동식물에 군침 흘리는 그들 [뉴스원샷]
야생 동식물 밀렵과 밀거래가 점점 늘면서 지구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 사람의 건강까지도 심각하게 위협받는다는 경고가 나왔다.
핀란드와 미국·영국·호주 등의 17명 생물 다양성 분야 전문가들은 22일(현지 시각) '생물학적 보전(Biological Conservation)' 국제 저널에 '불법 또는 지속 불가능한 야생 동식물 거래와 관련해 인류에 보내는 과학자들의 경고'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고,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를 보다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핀란드 헬싱키대학 통합 생물 다양성 연구실 페드로 카르도소 박사 등은 이 논문에서 "1992년 '우려하는 과학자 연합'에서 처음 문제를 제기했고, 2017년 세계 과학자 연합에서 선언문을 통해 인류에게 다시 경고한 내용에 바탕을 두고, 이번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거래되는 동물 16.4%가 멸종 위기
의약품으로 거래되고 있는 식물 가운데 최대 1만5000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남획과 과잉 착취는 유전적 다양성 감소로, 근친교배로 이어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한다.
원하는 종이 사라지면 비슷한 다른 종으로 표적이 바뀌기도 한다.
야생 동물의 경우 애완용으로 거래되기도 하는데, 과거 2000~20006년 사이 애완동물로 미국에 수입된 야생동물이 13억6000만 마리에 이르기도 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무역에 관한 협약(CITES)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국제 거래 규모는 지난 40년 동안 1675만 건이지만, CITES에 보호종으로 등재되지 않은 생물 종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거래 건수는 몇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천산갑의 비늘이나 코뿔소 뿔처럼 다양한 동식물이 효능과 무관하게 약재로 거래되는데, 이 가운데 식물은 최소 5만 종, 동물은 584종, 곰팡이(버섯)는 700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표적종 아닌 다른 생물 종도 피해
혼획은 다른 물고기를 잡는 과정에서 다른 물고기가 그물에 딸려오는 것을 말하는데, 바다에서 버려지거나 불법적으로 판매되는 어획량의 80%는 혼획으로 인해 발생한다.
삼림의 벌목도 야생 동식물 교역 가운데 하나인데, 벌목과 그로 인한 서식지가 사라지면서 발생하는 생태계 서비스 손실은 연간 20조2000억 달러(약 2경 3700조 원)로 추정된다.
외래종 전파하고 질병도 옮겨
야생동물 교역은 질병 전파로도 이어진다.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신종 전염병 가운데 3분의 2는 인수공통전염병에 기원을 두고 있고, 대부분은 야생동물로부터 유래한다.
인수공통전염병은 매년 약 10억 건의 감염 사례와 수백만 명의 사망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사냥과 불법 포획과 거래 탓에 자연 서식지 침해가 심해질수록 사람과 야생 동물 간의 접촉이 늘어나고, 결국 질병 전파를 촉진하게 된다"며 "인수공통전염병의 3분의 1 정도가 사람이 서식지를 과도하게 침입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야생 동물 시장에서 시작됐을 수도 있는 현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탓에 실업은 수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치솟았고, 올 연말까지 전 세계에서 극빈층이 1억5000만 명 늘어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불법적이거나 지속 불가능한 야생 동식물 거래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우리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히 범죄 조직과 연결될 때 지역 경제나 세계 경제를 교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논문에서 전문가들은 "이해당사자를 연결해 합법 거래나 불법 거래, 국내 거래나 국제 거래를 망라해서 야생 동식물의 거래를 규제하는 긴급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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