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부모님이 본 '경기도 국정감사'와 '개 사과' 파문

이희동 입력 2021. 10. 23. 18:21 수정 2021. 10. 2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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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인정과 어머니의 분노

[이희동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뜨거운 한 주였다. 주 초반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경기도 국정감사 공방이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더니 주 후반에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의 전두환 옹호 발언에 이은 '개 사과' 파문이 정국을 뜨겁게 달궜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여론 동향과 대선 후보 지지율. 이에 대해 70대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오랜만에 만난 아들을 붙들고 아버지가 처음 하신 말씀은 경기도 국정감사에 관한 건이었다. 비록 강성 보수는 아니지만 <동아일보>를 구독하시고, 하루 종일 MBN 종편 뉴스를 시청하시는 당신으로서는 지금의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눈치셨다.

"아들, 경기도 국정감사 봤냐?"
"봤죠. 아버진 어땠어요?"
"답답하더라. 야당이 왜 그리들 못 하는지. 이재명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채, 소리만 지르고 윽박지르고. 한 마디로 엉망이었지"

역시나 아버지는 보수야당의 시선에서 국정감사를 바라보고 계셨다. 어쨌든 국정감사를 통해서 이재명 후보를 쓰러트릴 수 있는 큰 건 한 방이 나올 줄 알았건만, 당신의 눈에도 국정감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던 것이다.

"이재명 지사는 어땠어요?"
"아무래도 이재명이 대통령 될 것 같아."
"왜요?"
"똑똑하더라고. 똑 부러지게 말도 잘하고. 전혀 긴장하거나 더듬거리지 않았어. 역시 아무나 계곡 정리할 수 있는 게 아니지. 그때부터 알아봤어. 일 잘하는 거는."

평론가들 말대로 이번 경기도 국감에 이재명 후보가 직접 등판한 것은 야당의 뼈아픈 실책이 분명해 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국감을 통해 70대 보수 아버지에게 명민함을 인정받았고, 다시금 그가 모든 걸 차치하고 능력만으로는 최고라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100억짜리 홍보라고 자화자찬할 수밖에.

그러나 정작 궁금한 것은 이번 국감에서 김용판 의원이 꺼내 든 이재명 후보의 조폭 연루설이었다. 과연 전직 경찰인 아버지는 이를 어떻게 생각하실까?

"아버지, 김용판 의원의 조폭 연루 주장도 보셨죠? 김용판 의원이 경찰청장 출신인데. 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진도 다 가짜라고 나왔다면서. 경찰 출신이면 그 조폭들 이야기 다 알고 있었을 텐데 이재명 공격하느라 무리수를 둔 거지. 깡패 중에 허세 부리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버지는 이재명 후보의 조폭 연루설을 가볍게 생각하고 계셨다. 경찰 현직에 계시면서 툭하면 자신이 어떤 정치인과 친하다고 우기는 깡패들을 많이 봐오셨기 때문인 듯했다. 아버지에게 조폭 논란은 국민의힘이 대장동 이슈가 뜻대로 되지 않으니 부득불 끌고 들어온 소재일 뿐이었다.

끝으로 아버지는 더불어민주당의 진성준 의원을 언급하셨다. 이번 화천대유 사건을 가장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한 인물이 진 의원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우리 강서구 의원 누구지? 이번에 말 잘하던데?"
"진성준 의원이요?"
"그래 진성준. 쉽게 잘 이야기하더만. 누가 '그분'이고 범인인지. 똑같은 놈들이 해먹었겠지. 이재명은 그들에게 눈에 가시였을 거고."

윤석열의 '개 사과' 파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청년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전두환 옹호 발언과 관련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 공동취재사진
  
그럼 윤석열의 전두환 옹호 발언과 소위 '개 사과' 파문은 어찌 생각하실까? 은근슬쩍 운을 떼보니 아버지는 별생각 없으시다며 자리를 뜨셨고 대신 어머니께서 격하게 말씀을 꺼내셨다. 그래도 윤석열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아버지로서는 그 논란 자체가 곤혹스러우셨을 테고, 평소에 야당을 못마땅해하시는 어머니는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인 듯 보였다.

"개 사과 파문은 보셨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진짜 그 윤석열은 이상한 사람 같아.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국민을 진짜 우습게 본다는 거잖아. 허이구 참."
"전두환 옹호하는 것도 보셨어요?"
"봤지. 아무리 보수 표를 받기 위해서라지만 대선 후보가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는 거잖아. 그리고 개 사과 보니까 진심 같더구만. 진짜 안 되겠더라. 그런 사람이 대통령 되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어."

평소에 내가 보수야당 비판을 하면 그래도 세상이 어찌 될지 모르니 말조심해야 한다고 타이르던 어머니셨건만, 이번 건만은 참을 수 없으신 듯 보였다. 어머니에게 손바닥 '왕'자 논란과 항문침에 이어 이번 개 사과 파문은 윤석열 후보가 절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불안해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주위의 60~70대 이상 어르신들의 여론을 보면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홍준표 후보 때문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그래도 윤석열이 후보가 될 것 같아."
"그래요? 홍준표가 많이 따라잡고 있잖아요. 윤석열이 이렇게 '뻘짓'을 하다 보면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토론회서 보니까 홍준표도 예전 같지 않아. 그냥 허허거리기만 하고. 윤석열한테 세게 한 대 맞아도 그냥 있더만. 바보마냥. 그 전에는 유시민 하고도 만만치 않게 붙었던 사람인데. 이제 늙어서 총기가 빠진 모양이야. 사람이 늙으면 어쩔 수 없나 봐."
"달라지지 않을까요?"
"아닐 걸. 그리고 워낙 내 주위 사람들이 윤석열을 좋아하니까. 그리고 이재명도 불안해."

어머니는 진짜로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하냐며 걱정을 하셨다. 지금까지의 논란으로 봐서는 절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사람인데 홍준표는 물론이요, 이재명 후보 역시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어머니 주위의 견고한 '반 문재인' 정서는 윤석열 후보가 어떤 황당한 모습을 보여도 지지한다는 말씀이었다.

이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민의힘 후보도 곧 결정될 것이다. 부디 이번 사태로 윤석열 후보가 많은 것을 깨닫고 고쳤으면 좋겠다. 그 존재만으로도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한다면 이보다 불행한 일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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