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맞닿은 20만 평 억새밭.. 안 보면 후회합니다
[백종인 기자]
▲ 민둥산의 억새 가을 햇살과 바람에 은빛으로 출렁이는 억새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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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산림녹화사업 성공은 '나무가 없어 맨바닥의 흙이 드러나 민둥민둥하다'는 보통명사 민둥산이라는 단어를 강원도 정선 땅에 있는 민둥산이라는 고유명사로 만들었다. 이젠 검색창에 '민둥산'을 치면 억새 군락지로 유명한 정선의 민둥산만이 나온다. 아마도 80년대 이후 태어난 사람들은 민둥산이란 보통명사를 아예 모를지도 모르겠다.
해발 1119m인 민둥산은 8부 능선을 지나면서 숲은 사라지고 억새군락이 시작된다. 억새 사이로 조성된 계단 길을 오르니 하늘이 훤히 뚫리면서 멀리 정상이 한눈에 보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20만 평의 억새밭 한가운데 내가 서 있는 것이다.
▲ 민둥산 정상의 조망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20만 평의 억새밭. 골짜기 사이의 임도와 밭구덕마을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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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이 금지되고 산림녹화사업이 벌어졌지만, 바람이 거세고 자연 산불이 잦은 민둥산 산머리에는 나무를 심을 수 없었다. 대신 참억새가 무성하게 자랐다. 이리하여 지금은 가을 햇살과 바람에 은빛으로 출렁이는 억새밭으로 변신했다. 가을 단풍이 화려하다면 부드러운 능선 위의 억새밭은 그윽하다.
올 10월은 날씨가 가을답지 않게 덥고 비가 오는 날도 잦았다. 지난 주말에 예정된 민둥산 산행 역시 비 소식에 마음을 졸여야 했다. 다행히 새벽에 오던 비가 그치고 날이 갰으나 하늘에는 구름이 많아 햇살에 반짝이는 억새는 보기 힘들 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 주막까지 차로 올라올 수 있는 임도 임도를 둘러싼 나무에 가을 색이 올라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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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보이는 민둥산 정상 억새밭 사이의 완만한 능선을 따라 민둥산 정상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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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둥산 능선에서의 서쪽 전경 출렁이는 억새 사이로 보이는 푸른빛 산맥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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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다시피 올라가니 시야가 확 트이고 억새로 이루어진 평원 위를 걷고 있었다. 앞에는 완만한 능선을 따라 정상이 보이고 양옆은 출렁이는 억새 사이로 보이는 푸른빛 산맥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다만 억새를 빛내줄 햇살이 아쉬웠다.
▲ 정상의 꼬마 표지석 정상석 뒤에 ‘나도 있어요’라고 소곤거리듯 자그마한 표지석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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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민둥산에는 빗물에 쉽게 녹아내리는 석회암의 특성 때문에 움푹움푹 꺼진 지형이 열두 개나 있다는데, 정상에서 보이는 잘 차려진 돌리네를 보고는 내려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정상에서 보이는 돌리네 푹 꺼진 것이 화산구같다. 돌리네 둘레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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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에서 본 돌리네 큰 연못같다. 물이 맑아 거울처럼 억새를 비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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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을 알게 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겨울 정선을 지나가다 민둥산이란 표지판을 보며 '어떻게 산 이름이 민둥산이지?' 하며 의문을 나타냈다. 그 후 산 정상에 나무가 없어 민둥산이라 불리게 된 내력을 알고는 가을에 꼭 와보고 싶었다.
그리고 산머리를 은빛 억새로 채운 민둥산을 직접 체험했다. 한때 배고픔으로 일구었던 산꼭대기 산나물 밭이 이제는 가을의 명소로 변모했다. 사람의 삶이 변하니 자연의 역할도 변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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