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개발' 탈 쓰고 토지 강제 수용 '울분'
경기도 성남 대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국민 공분이 커지고 있다. 대장지구 개발로 노른자위 땅을 강제 수용당한 원주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으면서 고분양가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이들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대장지구 개발 이익을 누려야 할 원주민과 수분양자들은 화천대유 등 일부 디벨로퍼에 이익을 고스란히 뺏기면서 연일 불만을 쏟아내는 중이다.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검찰과 경찰은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대장동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강조한 만큼 향후 수사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 환수 사업” “전국 지자체가 따라 배워야 할 모범”.
경기도 성남 대장지구 개발 사업에 대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 입장이다. 이 지사는 그동안 ‘토건 세력에게 갈 5500억원을 성공적으로 환수한 사업’이라고 자화자찬해왔다. 대장동 사업은 공공의 이익, 즉 성남시민에게 돈을 가져다 준 ‘모범 사례’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장지구 사건 실체가 드러날수록 성남시민들은 오히려 ‘피해자’라는 정황이 속속 나온다. 특히 사업 초기 토지를 강제로 수용당한 대장동 원주민들은 사실상 ‘눈 뜨고 코 베인’ 수준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증언이 쏟아진다.
대장지구 개발이 시작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2004년이다. 당시 대한주택공사(현 LH)는 대장동 일대 128만㎡에 전용 84㎡ 넘는 중대형 고급 주택을 지어 ‘한국판 비벌리힐스’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성남시도 도시기본계획에 이를 반영하면서 공공 개발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문제가 터졌다. 택지지구로 지정되기 전인 2005년 7월 구체적인 도면 등 개발 계획이 유출되는 등 논란이 커지자 그해 11월 개발 계획이 전면 백지화됐다. 그런데 대장지구 입지가 워낙 좋다 보니 개발업자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민간 개발을 추진해왔다. 민간 개발이 내키지 않았던 성남시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손잡고 공공 개발을 다시 추진했지만 토지주 등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이 난항을 겪었다. 급기야 LH는 대장동 개발에서 손을 뗐다. “당시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합병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높아져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그만뒀다”는 것이 LH 측 설명이다.
성남시 주도로 대장지구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대장동 원주민들의 눈물이 있었다. ‘공공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토지를 헐값에 강제 수용당했다는 것이 원주민들 주장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대장동 원주민들은 LH 주도 공영 개발이 좌절되자 민간 개발 방식으로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시장이 당선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성남시는 ‘민간 개발업자에게 이익이 과도하게 간다’며 공공 개발을 재추진했다. 원주민들은 민간 개발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이재명 시장 당선 후 사업 방향이 완전히 틀어졌고, 그 과정에서 싼값에 토지를 ‘강제 수용’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경민·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0호 (2021.10.20~2021.10.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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