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스플래닛 999'가 남긴 것, Mnet은 바뀌지 않았다

이준목 2021. 10. 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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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Mnet <걸스플래닛 999> 종영, 혼란 남긴 마지막 회

[이준목 기자]

Mnet 아이돌 서바이벌 <걸스플래닛999-소녀대전>을 통하여 데뷔할 걸그룹 케플러(Kep1er) 멤버 9인이 확정됐다. 22일 방송된 <걸스플래닛> 마지막회에서는 약 100일간의 대장정을 거쳐 살아남은 18명의 지원자들이 펼치는 파이널 무대와, 최종 데뷔조의 주인공들이 가려지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18인의 출연자들이 함께하는 시그널송 'O.O.O' 무대로 마지막 순위발표식의 막이 올랐다. 티파니, 장주희, 선미, 임한별 등 마스터들과, 중도에 아쉽게 탈락했던 걸스플래닛 참가자들 다수가 참석하여 멤버들을 응원했다.

참가자들의 인터뷰를 통하여 K팝 아이돌의 꿈을 꾸며 달려왔던 소녀들의 여정을 돌아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국내외의 플래닛 가디언들이 출연하여 영상 메시지로 소녀들을 응원했다. 이어 사전 1차투표 결과로 플래닛 탑9 커트라인인 9위후보가 먼저 공개됐다. 놀랍게도 항상 최상위권 멤버로 데뷔 안정권이라는 예상을 받던 C그룹 선샤오팅과 J그룹 에자키 히카루의 이름이 떠오르자 지켜보던 이들은 모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멤버들이 마지막 무대인 파이널 컴플리션 미션을 준비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9명씩 두 그룹으로 나뉘어서 신곡 '샤인' 무대를 펼쳐야하는 미션이었다. 1팀은 1절, 2팀은 2절을 맡고, 후렴은 18명이 모두 함께 무대를 완성해야했다. 1절을 하고 싶은 참가자는 1팀 연습실, 2절을 하고 싶은 참가자는 2팀을 선택하되 각 팀에 인원이 먼저 다 찼을 경우 낮은 순위의 소녀가 방출되는 구성이었다. 엔딩 파트를 가져갈 팀은 중간평가를 통하여 마스터들의 선택으로 정해졌다.

1위였던 션샤오팅이 마지막으로 1팀을 선택하면서 가장 순위가 낮은 25위였던 권마야가 2팀으로 밀려나게되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선샤오팅은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고 귄마야는 "팀은 상관 없었지만 순위가 낮아서 밀려나는게 서러웠다"고 고백했다.

1팀과 2팀은 희망 파트를 차지하기 위한 자체 경쟁에 돌입했다. 1팀의 킬링 파트는 선샤오팅이 차지했다. 사카모토 마시로는 계속 된 파트 도전에서 실패하자 결국 분량이 가장 짧은 보컬8를 스스로 자원하고 속상함에 눈물을 보였다. 마시로는 "보컬7까지 지원해서 안되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았다. 누군가는 2초(보컬8)를 맡아야 했다"고 고백했다. 2팀은 정확한 평가를 위하여 춤을 연습해서 영상 평가를 진행했고, 김다연이 킬링파트를 차지했다.

데뷔그룹의 팀명이 발표됐다. 자신들의 꿈을 잡았다는 'Kep'과 하나가 되어 최고가 되었다는 의미를 담은 '1'을 합성한 '케플러(Kep1er)'였다. 이어 마스터들의 심사를 통하여 2팀이 '샤인'의 엔딩파트를 차지했다. 파이널 무대를 본 마스터들은 두 팀에게 모두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감동을 표현했다.

소녀들이 파이널 무대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추억을 나누는 시간들이 그려졌다. 화면을 통하여 소녀들의 <걸스플래닛> 첫 오디션 영상이 깜짝 공개됐다. 풋풋한 모습으로 각자 준비한 개인기를 펼쳐보이는 100일전의 모습에 소녀들을 민망해하면서도 폭소를 감추지 못했다.

김수연은 구성진 트로트 가락에 열정적인 댄스를 선보였고, 노나카 샤나는 엉덩이로 걷는 귀여운 개인기를 선보였다. 서영은은 애교송을 불렀고, 청순한 이미지의 유리나는 독특하게 목으로 리듬을 타는 반전 매력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소녀들은 99일 전 현재의 자신에게 보내는 영상 응원 메시지를 확인했다. 아라이 리사코-최예영-안정민-천신웨이 등 먼저 프로그램을 떠난 소녀들의 응원 메시지가 공개되자 소녀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18명의 소녀들은 발라드곡 '어나더 드림'을 선보이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보이며 감동적인 마지막 무대를 완성했다. 이어 영상을 통하여 소녀들이 파이널 미션 직전에 서로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전시회와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그려졌다. 소녀들은 가족들이 보낸 영상 응원 메세지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빠의 영상응원을 보고 눈물을 흘리던 원저는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엄마, 저 파이널까지 올라왔어요. 보셨어요"라는 절절한 메시지를 남기며 소녀들을 모두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소녀들은 플래닛캠프 합숙 마지막날 늦은 시간까지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 대한 응원메시지를 남기며 화기애애한 추억을 쌓았다.

마침내 최종 플래닛 탑9이 차례로 공개됐다. 8위는 사카모토 마시로-7위는 에자키 히카루-6위 강예서-5위 서영은-4위 김다연-3위 최유진 순으로 호명을 받았다. 1위를 두고 김채현과 휴닝바이에가 후보에 오른 끝에 김채현이 108만1,182점을 받으며 1위의 주인공이 됐다. 김채현은 "플래닛 가디언이라는 이름이 처음엔 낯설었는데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너무 행복하고 힘이 되는 존재가 되어주셨다. 저의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린다. 무대를 소중히 할 줄 아는 아티스트가 되겠다"라고 데뷔 소감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9위 멤버가 공개됐다. 션사오팅, 김수연, 귄마야가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극적인 막차의 주인공은 션사오팅이었다. 션샤오팅은 "플래닛 무대를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처음 여기 왔을 때 걱정과 희망을 갖고 왔다. 하지만 무대를 한번씩 하면서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았다.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고 에너지넘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같이 함께할수 없는 소녀들에게도 어디에 있든 행복하고 지난 다섯달간 너무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며 울먹였다.

이로서 케플러 데뷔조 9인이 모두 완성됐다. K그룹이 6명, J그룹이 2명, C그룹이 1명이었다. 모든 무대를 마친 소녀들은 데뷔조와 탈락자 모두 서로를 응원하며 <걸스플래닛>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어렵게 걸그룹 케플러의 데뷔조 최종 9인이 확정되었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순탄할지는 의문이다. 시청자 투표에 참여했던 한국과 글로벌 팬덤들은 최종 9인의 결과에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일본 팬들의 경우 자국 출신 멤버들이 K그룹 멤버들을 위한 희생양이 되었다는 불만이 높다. 방송 내내 차이빙, 푸야닝, 수루이치 등 C그룹 인기 멤버들은 유독 집중적으로 악편의 타깃이 되었다는 의혹을 자아낸바 있다.

결국 C그룹은 최종회에서 션샤오팅만 유일하게 탑9에 이름을 올렸다. 전멸이라는 참사는 피했지만 부동의 1위였던 션샤오팅도 최종회에서 탈락위기까지 몰릴 정도로 방송 후반부 C그룹의 하락세는 악편및 투표 방식의 변경 영향도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J그룹도 히카루와 마시로가 합격했지만 탑9 단골 인기멤버였던 카와구치 유리나의 탈락은 최대의 이변으로 꼽히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K그룹 합격자인 김다연은 <걸스플래닛>에서 분량 몰아주기 의혹에 휘말려, 방송 후반부터 해외 팬덤으로부터 집중적인 비난의 대상이 됐다. 방송 분량을 별로 얻지 못했던 휴닝바히에가 해외 투표 인기를 등에 업고 최종 데뷔조까지 포함된 것 등 투표 결과를 두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순위변동과 이변이 극심했던 마지막 데뷔조 발표는 팬들 사이에서 '혼란'에 가까운 반응을 자아내고 있다.

<걸스플래닛>은 기존 Mnet의 인기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던 <프로듀스> 시리즈를 사실상 리부팅한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K팝 여성 아이돌 그룹을 선발하기 위하여 한·중·일 문화권에서 온 참가자 99명이 경쟁해 최종 9명의 데뷔 멤버를 시청자 투표(한국+글로벌 지역투표)로 가려지는 방식이었다.

전신인 <프로듀스>는 투표 조작 사건으로 불명예스럽게 폐지된 바 있다. 엠넷은 물론이고 한국 방송가와 케이팝의 흑역사가 된 사건이다. 관련자들은 법적 처분을 받았고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이미지와 신뢰도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엠넷은 조작 논란으로 탄생한 프로듀스 출신 그룹 아이즈원의 활동을 끝까지 밀어붙인데 이어, 이번엔 이름만 바꾼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을 다시 론칭한 뻔뻔함을 두고 많은 비판을 받았다.

더구나 최근 정치-역사적인 이슈로 인하여 반중-반일 감정이 높아진 가운데 굳이 중국-일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오디션을 기획한 것도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중국 참가자들중에는 이른바 '항미원조' '신장목화' 지지 발언 등 민감한 역사 왜곡과 정치적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인물들도 다수였다. 프로그램 방영 중에 중국 정부의 한한령과 연예계 통제 정책 강화로 중국 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지면서 사실상 글로벌 걸그룹의 효용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높아졌다.

각종 논란의 여파를 반영하듯 <걸스플래닛>은 방영 내내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내에서는 큰 화제를 끌지 못했다. 여기에 프로그램 구성도 <프로듀스>와 비교하여 겉포장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지적을 받으며 완성도 역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걸스플래닛>은 출연자들의 인권과 복지 문제, 인위적인 갈등연출과 이미지 조작을 유도하는 '악마의 편집', 노골적인 특정 출연자 띄워주기와 비인기 멤버 분량 차별, 다른 가수들의 히트곡을 커버하는 창의성 없는 미션, 투명성이 의심되는 투표 방식과 잦은 룰 변경 등 <프로듀스> 시리즈들의 특징과 단점들까지 그대로 반복하는 데 그쳤다.

수많은 비판이 쏟아졌음에도 Mnet은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의 화제성과 팬덤 확장이라는 계산을 믿고 이 프로젝트를 강행했다. Mnet의 제작 마인드가 <프로듀스> 투표 조작 사태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는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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