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삼성생명, 과감한 리빌딩 선택

양형석 2021. 10. 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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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2021-2022 여자프로농구 미리보기 ⑥]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

[양형석 기자]

삼성생명 블루밍스는 지난 시즌 여자프로농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14승 16패로 6개 구단 중 4위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봄 농구에 턱걸이한 삼성생명은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우리은행 우리원을 2승 1패,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MVP 박지수가 버틴 KB스타즈를 3승 2패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열릴 수 있는 8경기를 꽉 채워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이다.

프로스포츠에서 전 시즌 우승팀의 감독은 다음 시즌을 앞두고 언제나 "포스트시즌 진출을 1차 목표로 삼겠다"는 의례적인 코멘트를 남긴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언론이나 팬은 아무도 없다. '디펜딩 챔피언'의 다음 시즌 목표는 당연히 '챔피언 사수'일 수 밖에 없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는 것이 팬들을 위한 '디펜딩 챔피언'의 의무다. 따라서 삼성생명의 이번 시즌 목표도 당연히 '백투백 우승'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비시즌 행보는 '챔피언 사수'를 위한 노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시즌이 끝나고 궂은 일을 책임지던 '살림꾼' 김보미가 은퇴한 삼성생명은 챔프전 MVP이자 팀의 에이스라 할 수 있는 김한별(BNK 썸)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며 신인 지명권을 대거 수집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챔프전 2연패 도전을 위해 애쓰기 보다는 미래를 위한 과감한 리빌딩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우리은행-KB 차례로 꺾고 챔피언 등극
 
 삼성생명은 이번 시즌 챔프전 MVP 김한별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한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지난 시즌 전까지 삼성생명의 마지막 챔프전 우승은 무려 2006년 겨울리그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금은 BNK의 감독과 코치가 된 박정은과 변연하 콤비가 활약하던 시절이다. 이후 삼성생명은 매 시즌 안정된 전력을 보유하고도 신한은행 에스버드, 우리은행 같은 왕조들에 밀려 챔프전 준우승만 5차례 기록했다. 프로 출범 후 6시즌 동안 4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던 절대명문 삼성생명의 자존심에 상처를 남기는 기록이었다.

2015년 임근배 감독이 부임한 삼성생명은 2018-2019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은행을 꺾고 챔프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챔프전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KB를 만나 3연패를 당하며 13년 만의 우승도전이 무위로 돌아갔다. 김한별과 박하나, 배혜윤으로 이어지는 삼성생명의 '토종 3인방'이 분전했지만 외국인 선수 티아나 하킨스가 KB의 카일라 쏜튼과 박지수 콤비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 뼈 아팠다. 

2018-2019 시즌 준우승을 통해 자신감을 찾은 삼성생명은 2019-2020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기대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중간에 교체되고 주전 슈터 박하나가 무릎 부상으로 11경기 출전에 그친 삼성생명은 시즌이 조기 종료될 때까지 9승18패로 신생구단 BNK에게도 뒤진 최하위를 기록했다.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한국 여자농구 판도를 주도하던 삼성생명이 최하위로 시즌을 마친 것은 창단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삼성생명은 외국인 선수 제도가 사라진 지난 시즌에도 정규리그에서 14승16패로 간신히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정규리그 우승팀 우리은행을 상대한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패배 후 2, 3차전을 내리 따내며 두 시즌 만에 다시 챔프전에 진출해 KB를 만났다. 물론 박지수에 대항할 장신센터가 없는 삼성생명에게 KB는 우리은행 이상으로 까다로운 상대였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챔프전 내내 KB의 에이스 박지수를 괴롭히며 체력을 떨어트렸고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KB를 3승 2패로 꺾고 무려 15년 만에 챔프전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178cm의 크지 않은 신장에도 엄청난 힘을 바탕으로 골밑에서 박지수와 대등한 승부를 펼친 김한별은 챔프전 MVP의 영예를 누렸고 임근배 감독은 WKBL 역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4위팀을 챔프전 우승으로 이끈 감독이 됐다.

챔프전 MVP 대신 신인 최대어 선택
 
 김한별이 팀을 떠나면서 이번 시즌 삼성생명은 윤예빈의 비중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대부분의 팀들은 시즌이 끝나면 주력 선수들이 FA자격을 얻으면서 '집안 단속'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다행히 시즌이 끝난 후 주력 선수들 중 FA자격을 얻은 선수가 없었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지난 시즌의 우승전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현재의 전력을 유지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 어느 팀보다 분주한 비시즌을 보냈다. 

삼성생명은 지난 5월 BNK, 하나원큐와의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김한별을 보내고 지난 시즌 신인왕 강유림과 3장의 신인 지명권을 가져왔다. 사실 지난 시즌 챔프전 MVP에 선정됐던 에이스 김한별을 트레이드시키는 것은 삼성생명에게도 분명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30대 중반에 접어든 노장 김한별과의 '현재' 대신 앞날이 창창한 젊은 유망주들과 맞이할 '미래'를 선택했다.

삼성생명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으로 고교 최대어로 꼽힌 수피아여고의 포워드 겸 센터 이해란을 지명했다. 183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이해란은 팀을 떠난 김한별과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배혜윤의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특급 유망주다. 삼성생명은 고교 최대어 이해란을 지명하면서 기존의 윤예빈과 조수아, 신이슬,이명관 등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젊은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광주대 출신으로 작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하나원큐에 입단해 '깜짝 활약'으로 신인왕에 오른 강유림은 한 시즌 만에 삼성생명으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강유림은 프로 경력은 짧지만 삼성생명이 김한별과 구슬 대신 선택한 유망주다. 하나원큐 시절 과감한 플레이로 선배들을 놀라게 했던 강유림이 삼성생명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다면 은퇴한 김보미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이 김한별과 김보미가 있었던 지난 시즌에 비해 전력이 약해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부 농구팬들은 팀의 구심점을 잃은 삼성생명이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도 쉽지 않을 거라고 전망한다. 하지만 지난 봄 삼성생명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는 아직 누구도 쉽게 예단할 수 없다. 전력유지 대신 과감한 리빌딩을 선택한 삼성생명은 이번 시즌 세대교체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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