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 계몽 | 망한 듯 멈춘 듯해도 세상은 진보한다

노승욱 입력 2021. 10. 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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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사이언스북스/ 5만원
풍요 속의 빈곤. 미디어와 SNS상의 화려한 모습 이면에 외롭고 고달프게 살아가는 현대인을 흔히 일컫는 말이다. 인간성을 상실한 듯한 끔찍한 소식들을 접하다 보면 세계가 망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진보의 이상은 폐물이 됐을까. 하버드대 교수이자 인지 과학자인 저자는 단호히 ‘No’라고 말한다. 그리고 소름 끼치는 뉴스 헤드라인과 암울한 예언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데이터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권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서양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삶, 건강, 번영, 안전, 평화, 지식, 행복이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75개의 놀라운 그래프다. 이를 통해 저자는 진보를 향한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지금 다시 ‘계몽주의’라는 19세기의 희망가를 불러 젖힌다. 계몽주의는 순진한 희망이 아니며 실제로 작동해왔다고, 하지만 숙명론과 패배주의가 암처럼 번진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옹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계몽주의는 순진한 희망이 아니며 실제로 작동해왔다”

물론 저자의 계몽주의는 선동자들이 즐겨 이용하던 부족 중심주의, 권위주의, 마술적 사고 등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다. 그러면서도 포퓰리즘과 양극화, 반지성주의와 진보 혐오라는, 사람들의 냉소와 공포에 도전한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된다. 1부 ‘계몽’ 편에서는 ‘감히 알려고 하라!’라고 외치며 ‘반(反)계몽’주의를 비판한다. 2부 ‘진보’ 편에서는 사람들의 내면에 자리 잡은 ‘진보 공포증’을 파헤치고 건강, 식량, 부, 불평등, 환경, 평화, 안전 등 주요 분야에서 실질적인 진보가 이뤄져왔음을 논증한다. 3부 ‘이성, 과학, 휴머니즘’ 편에서는 테러리즘, 민주주의, 평등권, 삶의 질, 행복, 실존적 위협, 진보의 미래와 관련된 논의에서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빌 게이츠가 “내 생애 가장 훌륭한 책”이라고 호평하고 아마존이 ‘2018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다.

[노승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0호 (2021.10.20~2021.10.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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