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막혀 경쟁 10년 뒤처질 수 있어"..배달로봇 업계 한 목소리
"배달로봇은 소형·경량으로 저속주행..소상공인 배달료 부담도 경감"
도로교통법·공원녹지법 등 걸림돌..정부도 제도 개선 필요성 공감
개인정보 침해 우려 지적.."안전에 대한 국민적 확신 있어야"
[아시아경제 이준형 기자] “라스트마일(last mile·소비자에게 상품을 배송하는 마지막 단계) 배달로봇 산업은 규제로 인해 10년 이상을 낭비하게 될 수 있습니다. 배달로봇에 자동차와 보행자 중심의 이분법적인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면 관련 산업 발전의 근본적 한계로 남을 것입니다.”
배달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의 이상민 대표는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자율주행 로봇 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혁신 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라스트마일 배달로봇은 소형·경량으로 저속 주행하며 고객에게 상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로봇”이라며 “일반 제조업과 달리 아직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이 없어 국내 상황에 맞게 물류로봇 산업의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배달로봇 상용화 관련 규제 애로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강훈식,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뉴빌리티 등의 주최로 개최됐다. 우아한형제들, 로보티즈 등 배달로봇 개발업체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강 의원은 “초선 때 스타트업 ‘타다’ 사업이 좌절되는 과정을 보며 재선이 되면 스타트업 육성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배달로봇이 자동차로 분류돼 생기는 애로사항도 초선 때 가졌던 문제의식”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후 3~4년이 지나 실내 서빙로봇 시장은 급성장했다”면서 “제도적 뒷받침을 잘 만들어보겠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배달로봇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19로 배달시장이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지만 라이더 중심의 배송 방식은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소상공인들은 전체 매출액의 약 18%를 배달 관련 비용에 지출하는 등 부담이 적지 않다”면서 “배달로봇으로 배달에 소요되는 비용을 낮출 수 있어 이용자는 물론 요식업자의 부담도 경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재 우아한형제들 이사는 “기존 배달방식은 라이더는 물론 여성 고객의 안전에 관한 문제가 있다”면서 “배달원을 만나는 것 자체로 범죄에 노출될 수 있어 배달음식을 꺼리는 여성 고객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이더가 급하게 배달을 하며 생기는 안전사고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배달로봇이 사회적 문제와 갈등까지 조율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美·日 등 규제 완화…산업부 "물류로봇 제도 개선 노력"
규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배달로봇 개발·상용화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 ▲공원녹지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크게 4가지다. 공원녹지법의 경우 배달로봇을 ‘자동차’로 분류해 도시 공원 등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배달로봇은 공원을 우회해야 하기 때문에 배달 시간이 길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 대표는 “배달로봇을 보행자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에서는 이미 10개 넘는 주가 로봇을 보행자로 인정하고 있고 일본 등에서도 관련 규제가 해소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창훈 국토교통부 녹색도시과 사무관은 “도시 공원은 시민들이 쾌적한 도시공간을 누리면서 휴식을 하는 공간”이라며 “동력장치 등 안전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요소는 법으로 (출입을) 금지해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사무관은 “(다만) 퍼스널모빌리티(PM)처럼 일부 검증이 되거나 안전에 위해가 없다면 예외적으로 출입을 허용한다”면서 “내년까지 전국 공원 약 7곳에서 자율주행 로봇 실증특례를 운영한 후 제도 개선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들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황병소 산업부 기계로봇항공과 과장은 “물류로봇의 발전 가능성, 필요성, 중요성은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며 “로봇 관련 규제 샌드박스를 10건 정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중 7건이 물류로봇일 정도로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사무관은 “라스트마일 배송을 위한 배달로봇 활성화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PM과 같이 무게·속도만 갖고 로봇의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배달로봇 상용화 ‘코앞’…“국민 공감대 형성해야”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의 규제 개혁에 앞서 배달로봇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형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성훈 경찰청 교통기획계장은 “설득의 대상은 정부 부처가 아닌 국민이 돼야 한다”면서 “(배달로봇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확신이 없으면 개정안은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직동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신기술개인정보과 과장은 “배달로봇은 저속 주행을 한다는 특성상 자율주행 차량보다 주위 사람들을 더 많이 촬영할 수 있다”면서 “배달로봇 업체와 이용자 등 위·수탁 관계가 아닌 협력업체 등에 촬영 영상이 넘어가면 심각한 개인정보 침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 현재 실증 중인 배달로봇은 약 35대에 이른다. 국내 최초로 배달로봇 개발에 뛰어든 우아한형제들의 ‘딜리 드라이브’가 대표적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부터 수원 광교 등에서 딜리 드라이브 10여대를 투입해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로보티즈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2019년 업계 최초로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본사 인근에 배달로봇 20여대를 투입했다.
뉴빌리티는 지난달부터 인천 송도를 시작으로 실증을 본격화했다. 회사는 이르면 다음달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를 중심으로 세븐일레븐 등과 함께 배달로봇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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