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가짜 신과 결별하기

이명희 2021. 10. 2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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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교국장이 됐다고 가족 단톡방에 올렸더니 호주에 가 있는 여동생이 “어렸을 때 교회 가기 제일 싫어했던 언니가 종교국장이 됐다니 놀라워” 한다. 3년여 전 논설위원에서 종교국 부국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기획재정부를 같이 출입했던 기자들 모임의 타사 후배는 “선배, 원래 교회 다니셨나요? 국민일보에서 간부를 하다 보니 교회 가시는 거 아니에요?” 했다. 삶 속에서 크리스천의 향기를 발하지 못하다 보니 그런 오해를 산 듯하다.

모태신앙이지만 학창 시절 다윈의 진화론을 배우고 너무 독실한 부모님 때문에 오히려 반발심에 교회 가기 싫어했다. 아버지는 박봉의 교사 월급에도 월급날이면 고기 한 근 사들고 목사님 댁부터 다녀오셨다. 은퇴 후에도 3~4개 보던 신문 중 국민일보는 안 끊으셨다. 외가 쪽으로 이모부를 비롯해 이종사촌 2명, 작은 외할아버지까지 목사님만 네 분이다. 모태신앙으로 그런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엄마는 내가 아이를 낳고 지방의 부모님댁에 산후조리하러 가 있을 때도 두 시간 쪽잠을 주무시면서 새벽기도를 빠지지 않으셨다.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초기, 교회에 가지 말고 집에서 기독교방송으로 예배를 드리라고 권유했지만 자녀들 몰래 교회를 다녀오시기도 했다. 엄마 평생에 주일예배를 빠지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여년 전 경제뉴스 케이블TV에서 국민일보로 옮겼을 때 부모님은 누구보다 기뻐하셨다. 선배들이 종교국에 오라고 하면 교회 잘 모른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런데 어쩌다 종교국으로 오게 되면서 많은 목사님들을 만나고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자는 취지의 크리스천리더스포럼을 꾸리게 되면서 미약했던 신앙이 커가는 걸 느낀다. 기업체 최고경영자(CEO)부터 교수, 화백, 전직 관료 등 각계에서 활동하는 100여명의 크리스천들이 취지에 공감해 모였고, 그 첫 열매로 힘들고 지친 청년들을 위로하고 안 믿는 청년들을 주님 앞으로 인도하기 위한 갓플렉스(God Flex) 두 번째 행사를 다음 달 개최한다. 취임하자마자 가슴 아픈 일을 겪었던 어느 대학 총장은 취지에 공감해 사비로 거금을 쾌척하기도 했다.

여러 목사님들의 말씀은 나를 영적으로 성숙시키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2019년 2월 크리스천리더스포럼 창립식 때 간증을 했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의 고백처럼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 16:9)는 성경 말씀을 새삼 느끼고 있다. 엄마가 입에 달고 사는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을 요즘은 내가 하고 있다. 너무 독실한 신앙인을 만나면 거부감부터 갖던 내가 이렇게 바뀐 것은 어머니의 기도 덕분인 듯하다.

그럼에도 아직도 내가 기도하고 계획한 대로 일이 이뤄지지 않을 때는 좌절하고 낙담한다. 미국 뉴욕 리디머교회 담임목사인 팀 켈러가 말한 대로 여전히 ‘가짜 신(Counterfeit Gods)’을 모시고 살고 있다. 켈러는 우리 마음이 선택하는 가짜 신에는 사랑, 돈, 성공, 권력이 있다며 내가 만든 신은 반드시 나를 배신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짜 신, 우상과 결별하고 참 하나님만 마음속에 모시라고 했다. 사도 바울은 탐심이 우상 숭배라고 지적했다(골 3:5, 엡 5:5). 로마서 1장 21~25절에서는 우상 숭배가 단지 많은 죄 중의 하나가 아니라 인간 심령의 근본 문제라고 했다. 최근 만난 김정석 광림교회 목사는 “믿음의 생활은 우리의 세계관을 하나님의 세계관으로 바꿔나가는 일이다. 나 자신이 낮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님의 위치는 높아지는 상황이 벌어져야 한다”고 했다. 교만하고 이기적인 나를 여전히 못 버리고 전적으로 하나님께 의지하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혼탁한 시대에 코로나를 허락하신 것도 가짜 신을 숭배하는 한국교회와 겉으로만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는 나 같은 ‘무늬만 크리스천’에 대한 경종이 아닐까.

이명희 종교국장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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