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스페인 前국왕, 성욕억제 투여 폭로.."2154명과 잤다"
스페인 민주화의 영웅으로 추앙받았지만 부패 혐의와 사생활 논란으로 고국을 떠난 후안 카를로스 1세(83) 전 국왕이 고국을 떠나기 전 성욕을 줄이게 위해 여성 호르몬 주사를 맞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21일 더미러·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호세 마누엘 비야레호(70) 전 경찰청장이 최근 열린 청문회에서 “현재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고급 호텔에 머물고 있는 후안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이 스페인 비밀요원으로부터 테스토스테론 차단제를 주사받았다”고 주장했다.
카를로스 전 국왕은 지난해 6월 금융 비리와 연관돼 조사가 본격화하자 아들인 펠리페 6세 국왕에게 “왕실에 폐가 되지 않겠다”는 편지를 남기고 떠났다. 이후 카리브해 도미니카공화국과 중동 아랍에미리트(UAE)에 머물고 있다는 추측이 나왔다.
비야레호 전 경찰청장은 “스페인 전 국왕의 성욕이 국가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결국 스페인 정보기관이 그의 성욕을 낮추기 위해 여성 호르몬이 포함된 약물을 주사했다”고 했다. 카를로스 전 국왕이 맞은 주사는 여성호르몬과 테스토스테론 억제제였다고 한다. 비야레호 전 경찰청장은 이러한 사실을 카를로스 1세의 전 애인을 통해 알게 됐다고도 전했다.
카를로스 전 국왕에 대한 의혹은 2014년 퇴위 후 그가 친부라고 주장하는 남성 1명과 여성 1명이 나타나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전에는 독일 여성과의 염문설이 퍼지기도 했다.
2016년 출판된 ‘후안 카를로스: 5000명의 연인의 왕’이라는 스페인 작가의 책에는 카를로스 전 국왕을 ‘섹스 중독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그는 1962년 아내 소피아 여왕과 결혼한 후에도 수백 건의 외도를 했고 1976~1994년 사이 성관계를 맺은 여성의 수는 무려 2154명에 이른다.
비야레호 전 경찰청장이 청문회에서 “카를로스 1세가 성적으로 매우 활발한 사람이었다는 것이 국가에 문제가 됐다”고 주장하자 한 의원은 “최근 본 ‘제임스 본드’ 영화 줄거리와 비슷한 이야기”라고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1975년부터 약 39년간 국왕으로 재임한 카를로스 전 국왕은 스페인의 민주주의를 확립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국민의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2010년대 유럽 재정위기 전후로 그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2012년엔 자인-비트겐슈타인과 내연 관계라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또 딸 크리스티나 공주 부부가 횡령·탈세 사건에 연루되면서 또 한 번 비판을 받았다. 결국 카를로스 전 국왕은 2014년 6월 아들인 펠리페에게 국왕 자리를 물려주고 퇴임했다. 펠리페 국왕은 지난해 3월, 아버지의 검찰 수사가 결정되자 유산 상속을 포기하고 전직 국왕에게 지급되는 연금도 취소시켰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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