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중림동에선 라이더들 불법 운행 줄어든 이유?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배달 음식 주문도 증가하고 있다. 덩달아 이를 배달하는 라이더들의 난폭 운전으로 주민들의 불편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배달 라이더들과 한판을 벌이고 있는 서울 중구 중림동 우리동네관리사무소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중림동 우리동네관리사무소(이하 ‘우동소’)는 지난 7월 중순부터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던 배달 오토바이들의 무단 주행을 뿌리 뽑기 위해 등굣길지킴이들을 활용한 단속으로 석 달간 무단 주행을 대폭 감소시켰다.
충정로역 5~6번 출구 앞과 한라비발디아파트 상가 앞 보도는 건너편 차선에서 오려면 한참을 돌아와야 하는데, 일부 오토바이들이 중앙선을 침범해 인도로 주행하거나 보행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이용한 무단 주행을 일삼아 주민들 안전에 커다란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음식 배달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음식을 배달하는 라이더들 난폭 운전으로 주민들 피해가 우려된다는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오토바이의 교통 법규 위반 건수는 2019년 31만1403건에서 지난해 58만1903건으로 87% 급증했다. 코로나 시대에 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덩달아 오토바이 교통 법규 위반 건수도 늘어난 것이다. 특히 중앙선 침범은 전년 대비 131%, 신호위반은 151%나 증가했다.
그래서 중림동과 구청 차원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어려움이 만만치 않았다. 오토바이 단속은 교통경찰이 직접 단속하거나 시민들의 신고가 있어야만 적발이 가능해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찰서에서 운영하는 무인단속 카메라가 전면 번호판 인식만 가능한 탓에 번호판이 뒤에 장착된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는 사거리나 횡단보도에 설치된 무인단속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신호 위반이나 과속 운전을 계속해서 자행하고 있다. 오토바이 번호판 크기도 작아 번호 식별이 어려운 실정이다.
경찰청에서 후방 번호판도 단속 가능한 고화질 무인단속 장비를 개발해 내년부터 시범 운영할 계획이나 전국적으로 설치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예정이다.
한 때는 경찰서 협조를 받아 캠코더로 오토바이 역주행 및 인도 주행 현장을 영상 단속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남대문경찰서 관내 치안 수요가 많아 중림동 지역만 집중 단속하기에는 경찰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에 중림동 우동소가 나섰다.
'우리동네관리사무소'는 일반주택 밀집지역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처럼 청소나 방역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중림동을 포함해 중구 내 12개 동에 설치돼 있다. 중림동 우동소는 지난 6월15일 중림종합복지센터 1층에 문을 열었으며, 2명의 팀장과 봉래꿈나무지킴이(등굣길지킴이) 4명, 우리마을클린코디 3명, 생활방역코디 2명 등 모두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우동소가 나섰다는 것은 중림동 문제를 중림동 주민들이 직접 나서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문제 해결에 첨단 디지털도 좋지만 때로는 아날로그 방식이 편할 때가 있는 법. 우선 남대문경찰서와 함께 오토바이 인도 무단 주행, 역주행 금지 현수막을 게첨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 주기 위해 ‘단속 예정’ 등 문구도 삽입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앞에서 안전한 등굣길 지킴이 역할을 하는 우동소 봉래꿈나무지킴이 4명을 2인 1조로 집중시간대인 매일 오전 11시부터 정오까지 충정로역 5번 출구 앞과 한라비발디 상가 앞 보도에 배치, 무단 주행이나 역주행을 일삼는 오토바이들의 행태를 촬영하도록 했다.
이렇게 촬영한 영상은 스마트폰의 '경찰청 Smart 국민제보'나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바로 신고한다. 신호위반시 과태료는 5만원. 얼마 안 된다고 볼 수 있지만 자주 부과되면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7월부터 9월까지 신고한 건수만 150건.
그러자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은 라이더들이 몸을 움츠리기 시작했다. 충정로역 5~6번 출구 주변과 한라비발디 주변 횡단보도 지역에서 단속됐다는 메시지가 계속 뜨니까 조심하는 것이다.
심지어 불법으로 도로를 가로지르려던 라이더들이 지킴이들을 보고는 오토바이에서 내려 횡단보도에서 오토바이를 끌고 가는 일도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주관한 이형춘 우동소 현장지원팀장은 "저도 현장에 자주 나가보는데 초반에는 1시간 동안 10건의 위반이 있었다면 지금은 1~2건에 불과할 정도로 배달 라이더들 불법주행이 많이 줄었다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며 우동소의 활약에 만족을 보였다.
충정로역 주변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점심시간 전후로 굉음을 내며 인도를 가로지르는 배달 오토바이들이 많았는데 확실히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동소의 이런 활약에도 불구하고 지킴이들이 활동하지 않는 시간대에는 아직도 배달 오토바이들의 무단 주행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림동 우동소는 지킴이들 뿐 아니라 코디들도 투입해 활동 시간을 점차 늘려 나갈 계획이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우동소는 일반 주택에서 민원을 해결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사항들을 하나하나 고쳐나가 아파트에 버금가는 주민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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